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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홀로코스트 이야기를 좋아한다. ‘좋아한다’는 표현은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는 내가 본 가장 훌륭한 영화 중 하나이고, 마지막에 떠나는 쉰들러를 향해 유대인들이 단체로 절하는 장면에서는 어느 때보다 크게 울었다. 지금도 그 장면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평범한 사람들>과 <이것이 인간인가>는 환경이 인간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가 생각하며 소름이 돋게 했다. 그리고 이 책 <삶의 의미를 찾아서>는 세상에서 가장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환경에서 인간이 어떻게 버텨낼 수 있는지 알려준다.
빅터 프랭클은 수용소에 끌려가 2년간 노동을 하다 나치의 항복과 함께 풀려났는데, 그의 가족 중 유일한 생존자였다. 영원같은 하루하루를 사랑하는 가족과 다시 만날 날만을 바라보며 견뎌왔는데 자신을 제외하고는 남은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얼마나 절망적이었을까? 가족을 잃은 사람한테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지⋯.”하는 말은 얼마나 공허하게 들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그는 로고테라피의 창시자답게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갈 이유를 찾은 것 같다. 그는 인생을 살아가며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삶의 의미’라고 한다. 지옥같은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는 다시 만날 가족, 해야 할 일, 종교적 믿음 등 살아남아야 할 이유가 있었다. 반면 그런 이유를 찾지 못했거나, 잃어버린 경우(예로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1월이 되기 전에 특히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흔히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 기대하다가 실제로는 아무 일도 생기지 않자 희망을 잃게 되는 것이라 한다) 그들의 생명은 빠르게 몸을 떠나갔다.
이 책에 나오는 수용소 이야기는 <이것이 인간인가>의 그것보다는 덜 생생하고, 덜 잔혹해 먼저 읽기 좋아 보인다. 인간이 얼마나 무너지고 자신을 버릴 수 있는지 날 것 그대로 보여주는 프리모 레비와 달리 빅터 프랭클의 글은 인간성을 내려놓은 사람들 틈에 아직 한 줌이나마 꼭 쥐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래도 살아갈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 같다. 둘은 공통점도 있다. 이들의 글에는 선과 악의 경계가 없다. 우리는 당연히 수백만의 유색인종을 학살한 나치를 악으로 규정짓고 얘기하지만 직접 죽음의 수용소를 지나온 이들은 나치를 혐오하지도, 그들을 향해 분노하지도 않는다. 이들의 글은 나치의 잔혹함을 폭로하기 위해 쓰여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수용소에서 정말로 잔인하게 굴었던 것은 나치 장교들이 아니라 권력을 쥔 ‘수감자’들이었다. 수감자들 중 사악한 본성을 타고 났거나, 살아남으려는 열망이 너무나도 강해 나치의 눈에 들어 동료 수감자를 관리하는 지위를 얻게 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풍족하고 편안한 생활을 지키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동료들을 감시하고, 폭행했다. 일반 수감자들 간에도 서로 돕기보다 각자 살아남는 분위기에서 얼마 안되는 식량과 보급품을 뺏고 뺏기는 일도 있었다.
이런 일들을 적는 둘의 문체는 담담하고 건조하다. 담담한 문체는 오히려 더 가슴아프게 느껴진다. 살아서 견디기 힘든 고통에 감정이 닳고 닳아 마침내 분노마저 다 닳아 없어진 것만 같다. 그저 살아남았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인간은 얼마든 잔인해질 수도, 선해질 수도 그리고 약해질 수도, 강해질 수도 있다. 이 책에서 말하듯, “아우슈비츠의 가스실을 고안한 것은 인간이다. 하지만 주기도문을 외우며 꼿곳하게 가스실로 들어간 것도, 똑같은 인간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조던 피터슨의 Self authoring 코스가 생각났다. 영어를 배우며 조던 피터슨 팟캐스트를 참 많이 들었는데 그가 늘 얘기하는 것이 의미, 목표, 로고스였기 때문이다. Self authoring에 관심이 있었기에 로고테라피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조금 더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수용소생활을 겪지 않아도 그 참혹한 스토리를 듣고 교훈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시대에 살고 있구나- 싶다.
몬가 불쾌한 지점을 건드리는 서평이네
다른 종교나 스톡데일 패러독스도 그렇지만 통제할 수 없는 주변의 상황을 직시하면서도 영성이든 뭐든 내 안의 무언가를 믿고 일희일비하지 않고 살아가라는 건 평범한 사람들에겐 어려운 이야기야...
난 살짝 이상주의자라서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