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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이 간결하고 구차한 감성팔이가 없어서 술술 읽히는 편임. 2부에서 3부 넘어가는 부분에서 살짝 막히는 것만 빼면...

다른 무엇보다도 서술 트릭이 눈에 띄었던 작품. 1부에는 하드보일드한 쌍둥이들의 이야기라는 서사의 강렬함에 많이 치중해 있는데, 만약 그런 자극성이 이 작품의 전부였다면 적잖이 실망했을듯. 2부 마지막에서 독자들은
\"아, 지금까지의 일들이 현실이 아닐 수도 있겠다.\"
라고 느끼게 됨. 그리고 3부 초반의 서술을 보고 나면 \"쌍둥이는 이 남자의 환상에 불과한게 아닐까?\"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됨. 하지만 3부 마지막에 이르러 일의 전모가 밝혀지면서 독자들은 자신이 예상이 어느것 하나 들어맞지 않았음을 자각하게 됨. (눈치 빠른 독자라면 알았겠지만, 적어도 나는 눈치채지 못했음.)
결국 이 3부 구성 자체가 쌍둥이가 써내려 가는 소설의 일부이며 1,2부는 루카스가, 3부는 클라우스가 작성한 것임. 1, 2부에서 쌍둥이가 꽁꽁 숨겨두던 일기는 다름아닌 이 작품 자체라는 순환적인 구성이 성립하는 것임.

내가 본 작품들 중에서 서술트릭을 사용한 예시는 나보코프나 김영하 정도임. 아무래도 나보코프의 롤리타는 문장 하나하나의 섬세함이 너무 인상적인 작품이라서 그쪽을 더 높게 쳐주고 싶고... 김영하 \'옥수수와 나\', \'살인자의 기억법\'은 서술트릭 빼면 시체인 작품들이지만, 독자를 한번 속이는 수준에 머무른다 할 수 있음.


내 생각에 존세거는 독자를 세번 속이고 있음.
1. 독자가 지금까지 봐 온 이야기는 정확하지 않다.
2. (3부 초반에서 쌍둥이가 화자의 공상이라 생각하게끔 유도했지만) 쌍둥이는 실재했다.
3. (요건 작품의 바깥 차원의 이야기인데,) \'사실은 이 작품 전체가 작가 자신의 이야기였다는 것.\'

작품이 다 끝나고 작가 삶을 설명해둔 부분이 있었는데, 일단 작가가 여자라는 것에 놀랐음...
그리고 작가에겐 3살 연상의 오빠가 있었고 그를 많이 좋아했다는 것. 작품 속 쌍둥이는 자신과 오빠의 메타포로써 존재한다는 것.


제일 흥미로운 부분은 작품 속 세가지 거짓말은
1. 국경을 같이 넘은 남자는 그의 아버지가 아니다.
2. 그는 열여덟살이 아니라, 열다섯살이었다.
3. 이름은 클라우스가 아니다.

여기서 루카스는 자신의 나이를 속여서 살아감. 그래서 쌍둥이가 재회했을 때 \"당신은 나보다 3살이 많지 않느냐\"며 클라우스가 루카스를 부정하는 증거로써 사용됨. 3살의 나이차는 작가와 오빠의 나이차임. 작품 속 거짓말이 오히려 작가의 진실과 더 밀접해지는 양상을 보임.

작품 속 등장했던 대사. \"당신은 문학과 현실을 혼동하고 있어요.\"라는 말은, 루카스만을 향하는 말이 아니고, 작가 자신을 가리키고 있는게 아닐까?

별거 아닌 내용이긴 하지만, \'작품 속 거짓\', \'작품 속 진실\', \'작가의 진실\'이 꽈베기마냥 중층적으로 꼬여 있는 부분이 재밌었다. 오랜만에 몰입해서 읽은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