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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래곤 티스 > - 마이클 크라이튼 (인플루엔셜) 이원경 옮김



마이클 크라이튼의 미발표작이라고 한다. 소식을 뒤늦게 접하고 도서관에 주문하려는데 금방 누군가가 먼저 주문해 비치해둔 것을 빌려 읽게 됐다. 저자의 사후에 출간된 해적의 시대처럼 작품의 탈고가 어설프고 불완전할까 우려됐다. 미발표된 창작품들은 왜 공개되지 않았는지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혹은 잭 런던의 암살 주식회사처럼 다른 작가가 완결시킨 걸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식으로 작가의 사후에 다른 작가가 추가로 정리해서 완결한 작품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과연, 내 인생 소설 중 하나인 쥬라기 공원의 프리퀄의 수준이 될 수 있을까?

윌리엄은 시작부터 철부지에 발암 캐릭터다. 공룡 화석 발굴 탐사에 가서 인간이 됐으면 바란다.

뭔가 작품이 쥬라기 공원보다는 저자의 콩고같은 탐험+산업 스파이물의 냄새가 난다. 덧붙여 윌리엄 갱생시키기 성장물의 느낌도 든다.

윌리엄을 스파이로 의심하는 마시. 크라이튼의 작품치곤 소설도 어딘가 짧게 느껴지고 묘사도 간략하다. 미발표작의 티가 난다.

인디언들도 빌런의 느낌이다. 주인공 주변 사방이 다 적이다.

윌리엄을 몰래 버리고 떠난 마시 탐사대. 뒤통수 참 거하게 친다. 그리고 그에게 접근하는 코프 교수. 이 양반은 무슨 의도일까?

코프와 마시는 꼬여도 너무 꼬인 사이처럼 보인다.

윌리엄이 중간 중간 수기를 기록하는 장면은 굳이 없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된다. 소설 진행이 살짝 뜬금없다는 생각도 든다. 내 추측이지만 고스트라이터와 크라이튼의 글이 뒤섞인 증거가 아닐까 의심이 된다.

공룡 화석 발굴 지역까지 힘겹게 가는 장면이 잘 묘사됐다. 문제는, 그 이후의 진행이 주인공에게 있어서 더 힘들어진다. 괜히 탐사대를 따라갔다가 고생을 한다.

베네딕트와 마시가 코프 일행을 미행했다니.

19세기 진화론과 종교의 마찰, 과학에 대한 탄압 얘기들이 흥미로웠다. 하긴, 21세기에도 그런 인간들이 존재하거늘. 씁쓸하다. 나는 이과생은 아니지만 과학을 알고 신뢰해야 한다는 입장인지라 창조설이니 지구평면설이니 떠들어대는 이들을 보면 그저 한숨만 나온다.

? 주인공 윌리엄이 2부 끝자락에서 죽나? 그 이후 얘기는 윌리엄의 수기인가? 잠시 헷갈린다.

인디언들을 마주쳐서 고생하는 윌리엄의 모습은 그야말로 처절하다.

데드우드에선 또 무슨 사건들이 기다릴까?

19세기 미국 서부는 제대로 무법지대였다. ‘매드 맥스북두의 권같은 작품들이 떠오른다. 옛날 서부영화의 묘사는 스플래터 무비를 아동용으로 순화시킨 수준이다.

결국 데드우드에서 사진사로 돈을 버는 윌리엄. 너는 그냥 거기서 말뚝 박아라.

재수 없게 살인 장면을 촬영한 윌리엄. 좆 됐다.

정당방위이긴 하지만 살인까지 저지른 윌리엄. 너도 참 전생에 큰 죄를 지었나 보구나.

아무리 봐도 이 소설의 장르는 공룡과는 큰 관계가 없는 듯하다. 공룡이 등장하는 테크노 스릴러가 아니다. 폭력이 난무하는 서부 액션 스릴러다. 공룡 뼈 발굴은 옵션이다.

마시와 다시 조우한다. 와이어트 이 놈이 미리 거래한 거였다. 뼈의 절반을 노리는 게 어쩐지 수상했다.

윌리엄, 공룡 뼈 발굴 탐사로 진정한 사나이이자 사람이 된 듯하다. 축하한다.

에밀리 이년은 사기꾼이었다. 유명한 로비스트라니. 개쌍년이다.

윌리엄은 대학에 돌아와 강해진 모습을 선보이며 소설이 끝난다.

이제 전체적인 감상의 정리를 하자면, 소설의 진행이나 묘사가 기존의 크라이튼 작품들에 비해 지나치게 빨랐다. 다른 사람이 썼다고 봐도 무방하다. 크라이튼이 묘사를 꽤나 세세히 공들여서 쓰는 편인데 이 작품은 전혀 그렇지 않다. 크라이튼의 흔적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뭔가 다르면서 부족해 보인다.

다만 가독성이 좋고 흥미진진하며 재미는 있었다. 허나 작품성으로 봤을 때 크라이튼의 이름에 먹칠하는 수준이다. 내용도 장르도 공룡이란 주제를 제외하고는 쥬라기 공원과 별 상관이 없어 보이며 책을 팔아먹기 위해 억지로 엮어 홍보한 듯하다.

공룡 얘기보다는 19세기 당시 인디언들과 대립하며 무법지대나 다름없던 미국 서부의 상황을 리얼하게 그려낸 것이 눈길을 끈다.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 그런지 더 찰진 재미를 선보였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이름으로 꽤나 팔렸다지만 그의 이름값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 그래도 재밌었으니 용서는 해주겠다.

내 추측과 달리 저자 후기도 있는 걸 보면 크라이튼이 쓴 작품이 맞는 듯 보이나 꽤나 오래 전에 쓰인 듯하고 제대로 된 작품보다는 습작이나 정식 녹음이 덜 된 데모 테이프와도 같은 느낌이었다. 사후 뒤늦게 출간됐지만 크라이튼의 초창기 시절 풋풋함을 느끼기에는 충분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