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나무일 뿐인데 너는 나무한테다가 네 마음을 집어 넣고 나무를 미치게 하는구나."
"어둠을 보고 빛을 기억하듯 사랑의 기억은 한 번도 여자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것. 하나의 경험을 다른 사람하고 완전히 나누었다는 것......"
97년 이상문학상 수상작품 중 대상작을 설날에 읽어보았다.
제목인 '사랑의 예감'은 맹목적인 예감, 즉 덮어놓고 믿어버린 예감이 아닐까 생각했다. 사랑이란 흔히 맹목적인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서로 다른 형태의 맹목적인 사랑을 하는 세 쌍의 부부가 나온다.
'신옥'은 사랑을 오직 혼자만의 헌신과 노력으로 완성시킬 수 있다고 믿으며, 이에 지치고 회의를 느끼는 남편의 문제는 직시 자체를 하지 않으려 든다.
'장미'는 남편과 끊임없이 일상을 공유하지만 실상은 서로에게 그렇게 마음을 붙인 상태도 아니며 그저 사랑이거니 하며 살아간다.
'갈희'는 남편이 북한에 납치되어 사랑의 대상을 볼 수도 없고 소통할 수도 없는 상태이다. 그러나 남편이 납북되기 전에 나누었던 아름다운 사랑의 기억을 잊지 않고 오히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증폭시켜간다.
이 세 부부의 상황을 나의 경우와 비추어보며 과연 내가 추구해야 할 사랑의 방법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또한 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도 다른 이의 의견은 무시하며 자신의 방식을 고집한다. 끊임없이 타인을 접해도 인간 존재는 본디 고독한 것이다.
그런 본질적 고독을 진정한 사랑은 해소할 수 있으며 자아를 말소하는 것이 아닌 도리어 확장하는 과정임을 상기할 수 있었다.
이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솔직히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책 뒤쪽에 실린 작가 자신의 이야기와 '사랑의 예감'에 대한 비평을 읽으니 소설이 확실히 달리 보였다.
북한에 관련한 내용은 사랑의 단절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글쓴이 김지원의 아버지인 시인 김동환이 작가가 어릴 때 납북당한 사실의 영향도 크다는 걸 알았다.
처음에는 별로라구 했었는데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고 독후감 쓰는 것도 쉬운 게 아닌가보다...ㅜ
굿굿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