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3일에 이산(理山) 정탐꾼 김장(金將) 등 다섯 사람이 파저강을 몰래 건너서, 올라산 북쪽 모퉁이에 있는 오미부(吾彌府)에 곧장 이르러 보니, 물 양쪽 언덕에 큰 들이 모두 개간되어 농민과 소가 들에 흩어져 있었으되 말은 보이지 않았으며, 인가 18호가 물가 언덕에 붙어 있었는데, 산골짜기에 흩어져 있는 것은 두루 보지 못하였다 하오나, 이것이 그 대개의 수이었습니다. 김장 등이 이 도적의 소굴을 보고, 도로 한 고개 위에 오르자, 도적 다섯 기(騎)가 밀림 속에서 나와 고함을 치면서 쫓아 쏘기에 할 수 없이 나무에 의지하여 도리어 활을 쏘았는데, 김유생(金有生)이 적의 왼쪽 빰을 맞히니, 그 뒤로는 모여 서서 쫓지 아니하므로, 몰래 도망할 즈음에 그 뒤를 돌아보고야 군인 김옥로(金玉老)가 없음을 깨달았으나, 사로잡힌 것은 아니고 반드시 떨어져서 홀로 나오다가 짐승에게 먹혔거나 또는 물에 빠진 것이었습니다.

이달 초9일에 이산 정탐꾼 송세우(宋世雨) 등 다섯 사람은, 올라산 남쪽 기슭 파저강 동쪽 고음한(古音閑) 평지에 이르러 보니, 인가 2호와 남녀 16명이 있었는데, 혹은 갈고 혹은 매며 마소를 놓아먹인다고 합니다. 이달 13일에 신이 강계에 있으면서 진무 이숙림(李肅林) 등 9명을 보냈는데, 만포에서 안암곡(岸巖谷) 밑에 이르자, 갑자기 척후하는 도적 3명을 만났으므로 세가 궁하여 피하기 어려워서 활을 쏘아 3급을 잡았습니다. 대저 김장(金將) 등이오미부에 이르러, 큰 들에 소만 보이고 말은 보이지 아니한다는 말은, 전에 아뢴 바의 유대수(劉大愁)가 말한 ‘이만주(李滿住)가 지난 달 군사를 발하여 돌아오지 아니하였다. ’는 말과 서로 맞으며, 송세우(宋世雨) 등이 올라산에 이르러, 남쪽 기슭과 북쪽 모퉁이에 인가와 전지(田地)와 인구가 있는 것을 보았다는 말은, 유대수가 말하는 파저강 야인이 모두 올라성으로 들어갔다는 말과 서로 합합니다. 신이 헤아리건대, 이 도적이 올라 산성과 남쪽 기슭, 북쪽 모통이에 살고 있으나, 아무는 어느 곳에 있고, 아무는 어느 곳에 있다는 것을 적실히 알지 못하니, 반드시 그 괴수(魁首)의 있는 곳을 살피고자 하오나, 저들도 망을 보고 요해지(要害地)를 지키게 하였으므로, 깊이 들어갔다가 도리어 사로잡힐 것을 두려워하여, 아직 멈추고 들어가지 아니하여 그들의 의심을 풀게 하고 있습니다.유대수(劉大愁)가 또 말하기를, ‘이만주가 본위병(本衛兵) 3백 명과 청병(請兵) 1백 명을 발하여 여연과 아목하(阿木河) 등지에서 도적질했었다. ’고 하였고, 정주(定州)에 안치한 동두리불화(童豆里不花)도 말하기를, ‘건주의 군사는 겨우 3백 명인데, 계축년 전에는 산골짜기에 흩어져 있었으나 이제는 모여서 산다. ’고 하오니, 이로써 헤아리면 저들의 무리가 많아야 4백 명에 불과할 것이니, 정병(精兵) 7, 8백 명만 일으키면 거의 칠 만합니다.

-세종실록 평안도 도절제사 이천이 왕에게 보내는 3가지 계책 중-



체탐자


만일 순찰대가 특정한 일로 인해 여연의 목책 밖으로 나갈 때에는 항시 북소리와 나팔소리가 함께했다.허나 지금 이들이 성문 밖으로 나갈 때는 달랐다.
그들의 출사길엔 오래된 성문이 내는 기이하고도 오싹한 탁음만이 함께했다. 다시금 성문이 닫히는 소리와 문지기가 배웅하는 소리가 이내 사라지자 달빛아래 풀벌레들의 소리, 저 멀리 강내음을 싣고 오는 바람소리들만이 그들의 귀를 스쳤다.
\"우리는 파저강을 건너 오미부로 가 야인들의 형세를 정탐할것이다.\" 대장 김장이 말하자 조용한소리로 너덧명의 체탐자들이 모두 예라고 대답했다. 한동안 말발굽소리만 따각거렸다.


\"달 밝은 날에 자규새 울면 시름 못 잊아 다락에 기대었네\"
일행중 하나가 조용히 떠들어댔다.
\"시타령 하지 말고 강건널 걱정이나 허라.\"
다른하나가 내뱉었다.
\"왜 그려어, 분위기 있고 좋잔여어.\" 또다른 하나가 대꾸했다.
\"야 이놈들아 지금이 분위기 있을때야? 우리 임금님이 당장 야인놈들 다때려잡으려 하는 마당에?\"
말이 끝나기 전에 일행은 초록이 우거진 숲으로 들어갔다.
숲에서는 풀벌레 소리가 더 높아졌다.

\"야인놈들... 이자식들이 소름돋게 이딴거나 만들어 놓다니...\" 남들이 구박하건 말건 계속해서 시를 읊던 시인이 나무에 새겨진 들짐승문양들을 보고 중얼거렸다.
\"이놈들이 예까지 내려덜왔는지는 몰렀구머이.\" 김유생이 끓는 목소리로 말했다.

한창을 가던 체탐자들은 강가에 도착했다.
강 너머이 야인하나가 어렴풋이 시야에 들었다.
\"저놈 눈길을 피해서 가야한다.3리 정도만 더타자.\"대장이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