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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차니즘으로 손가락 마비증상이 올 것 같지만 그동안 독갤에서 얻어 간 것이 많아서 간단하게 나마 정보를 제공해보고자 한다.

내 기억이 맞다면 책들은 어느정도 내가 읽은 순서대로 꽂혀있는 상태임. 약간의 스포 포함.


단편선 - 읽은지 꽤나 오래되었는데 사실 단편들은 가장 나중에 읽어보길 권함. 이유라 하면 짙은 종교색채에 대한 거부감, 그리고 도끼형님과 함께 양대산맥을 이룬다는 그 명성에 꽤나 실망할 수도 있다. 보닌같은 경우도 단편선들 이후로는 몇년 간 톨스토이를 읽어 볼 생각을 안했다.


전쟁과 평화 - 도끼형님의 5대장편을 읽고 단편들을 모아볼까 하던 찰나 인터넷 서점에서 문동의 전평 광고를 발견했다. '그래, 죽기전에 저건 한번 읽어보고 죽어야하지 않겠나' 해서 도전했는데 장난 아니다. 난 태어나서 이렇게 등장인물이 많은 책은 처음 봤다(인물 소개 페이지만 2장이었던 걸로 기억함). 1권 끝날때까지 계속 앞장에 인물 소개 페이지를 들락 날락했다. 감상평은 필력이 딸려서 버지니아 울프 누님의 명언으로 대체한다. -톨스토이는 가장 위대한 소설가다. 전쟁과 평화의 작가를 그 외에 뭐라 부를 수 있겠는가-. 전평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론 역사학자들 보다 톨스토이가 옳았다고 본다.


안나 까레니나 - 사실 가장 기대했던 작품이었지만 기대가 너무 컸나보다. 레빈의 일거수일투족이 지루하기도 했고(아마도 똘이형님 자신을 투영했기에 캐릭터에 몰두 하지 않았나 싶다) 안나가 사랑때문에 꼬장 부릴 때 너무 답답했다. 물론 키티는 사랑스러웠다. 그래도 안나라는 케릭터를 생성했다는 자체가 뭔가 대단해 보였다. 완벽해 보이는 인간만 있을 뿐 완벽한 인간은 없다.


부활 - 재미로만 따지자면 3대 장편 중에서는 가장 꿀잼이었다. 종교색채가 강하긴 하지만 단편선들보다는 약한 느낌(어느새 보닌이 적응된건지도). 스토리가 흥미롭고 똘이형님의 표현력이 좋아서 아직도 장면들이 눈앞에 살아 움직일 것만 같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 말이 필요 없다.


크로이체르 소나타 - 중단편 4편이 실려 있는데 다 핵꿀잼이다.


무도회가 끝난 뒤 - 여기도 중단편 4편이 실려 있다. 타이틀 <무도회가 끝난 뒤>는 엄청 짧은 소설인데 장난 아니다. 읽으면서 난 내가 현장에 있는 줄 알았다.


하지 무라트 - 이건 뭐라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전평의 축소판 같은 느낌도 있는데 참신하면서도 살짝 허무했다. 그리고 슬펐다... 많이...


고백록 - 자신의 인생과 죽음, 그리고 종교에 대한 고백록. 소설들을 읽고 나중에 읽으면 좋다.


유년, 소년, 청년 시절 - 에세이같은 소설. 사실 살까 말까 조금 망설였는데 꿀잼이었다. 유년 시절을 읽을때는 카뮈가 이걸 읽고 이방인을 쓴건가 싶기도 했고, 똘이형님의 과거를 세세하게 들여다 보는 느낌에 만족감 200%. 똘이형님의 생애와 비교해보면서 읽었는데 어느 부분까지만 사실일 뿐, 소설이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 비교적 최근에 읽은 책이라 좀 길게 남긴다. 초반엔 "이거 철학서 인가?" 싶었다. 하지만 읽을수록 재밌다. 글을 쓴다거나, 그림을 그린다거나,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 볼만 하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그들만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상류계급의 예술을 비판하는 동시에 민중예술을 치켜세운다고나 할까. 즉 예술의 기본은 보편성이라고 말하고 있다. 내가 읽은 똘이형님 책 중에 가장 신랄한 어조로 쓰인 책이라 무척 흥미로웠다. 헤르만 헤세의 황야의 이리 주인공이 떠오르기도 하고...소설에 꼭 섹스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 하루키가 떠오르기도 하고...(똘이형이 하루키형 만났으면 귀방맹이 후려쳤을지도) 이 책에서 웬만한 예술가들이 다 까이는데 그 중에서도 푸쉬킨을 까는 대목이 특히나 놀라웠다. 그리고 이책에서 똘이형님이 진정한 예술가로 인정한 단 3명의 작가가 나온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 똘이형님의 열렬한 팬, 혹은 종교인이라면 소장가치 있는 책이다. 두가지에 해당사항이 없다면 구입하지 마시길.



작가정신에서 나온 책들 중에 아직 읽지 못한 똘이형님의 많은 글들이 있지만 거기까진 포기했다. 읽을 책들이 너무 많아서 ㅠ


톨스토이를 읽는 간단한 팁을 소개하자면

톨스토이는 맹목적인 기독교 빠가 아니다. "구원받으려면 믿어라" 라고 외치는 어리석은 자들과는 다르다. 그는 단지 성인들의 도덕적인 태도나 양심을 본받으려는 동시에 오만함을 버리고 박애주의를 표방하기 위해 종교를 빌릴 뿐이다. 때문에 똘이 형님의 모든 책 내용 중엔 "그리스도적인" 이라는 종교적 형용사가 많이 나오는데 그럴 때 마다 스스로 "도덕적인" 정도로 바꿔서 읽으면 비종교인은 큰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다.


톨스토이를 제대로 접하기 전까진

-톨스토이가 큰 산인줄 알았는데, 조금 물러나서 보니 그 뒤에 아스라히 뻗어있는 거대한 산맥은 도스토예프스키였다- 라고 한 앙드레 지드의 말에 큰 공감을 했다. 하지만 그는 틀렸다. 똘이형님과 도끼형님은 세계를 둘러싼 거대한 양대 산맥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톨스토이를 읽으면 말그대로 "사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