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딕>의 출판으로 사람들에게 고래성애자임이 알려진 우리의 멜붕이.


결국 이상성욕자로 매도되면서, 작가 생활의 위기가 찾아온다.


그런 멜붕이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이번엔 정말 팔릴 걸작을 쓰겠다고 선언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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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근친상간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 자체는 유우머스런 과장이 섞여있지만, <모비딕>의 대실패 이후, 실망했지만 포기하지 않던 멜붕이가 쓰려는 이야기는 '근친상간'이 뒤섞인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였다.


이제까지 바다와 고래만 주구장창 등장시켰던 우리의 고래박이 멜붕이가 처음으로 바다와 고래를 포기하고, 미국 땅에서 펼쳐지는 로맨스-고딕 소설을 쓰겠다고 마음 먹은 것이다.



그렇게, <모비딕> 출간 다음 해인 1852년, 그의 또 다른 걸작인 <피에르, 혹은 모호함>이 출간되었다.



젊지만, 그렇기에 우유부단하면서도 모호하기에 파멸할 수 밖에 없는 피에르......


자신의 부유한 집과 어머니와 약혼자를 내버려두곤, 운명적으로 자신의 아버지가 남긴 사생아, 자신의 이복누이의 존재를 알게 된 그는 가족으로서 누이를 보호하기 위하여 말 그대로 모호하기 짝이 없는 일들을 벌이게 된다.

사생아인 누이에게 자신과 같은 성씨를 가지게 해주기 위하여 그녀와 결혼하고, 집에서 쫓겨나 도시로 가게 되고, 거기에서 마치 멜붕이처럼 여러 학자나 사람들을 만나고, 작가로서 살기 위해 노력하지만 끝내.... 전형적인 멜붕이식 비극이었다.


오늘날에야 이 소설은 <모비딕>과 더불어, 멜붕이가 얼마나 시대를 앞선 작가이자 천재였는지 예찬의 극찬의 뇌절을 거듭하는 대상이 된다.


성적인 모티브도 있고, 마치 후대의 프로이트 정신분석식 심리소설들을 연상케하는 이 기묘하고 말 그대로 모호하고 부조리해보이는 심리소설은 모비딕이나 바틀비, 빌리버드 등과 함께 멜빌을 대표하고 상징하는 소설이 되었다.


광기로 모비딕을 추적하는 에이허브나 모든 걸 거부하는 바틀비 등과 더불어 애매모호한 피에르는 멜붕이를 상징하는 캐릭터가 되기도 하였고, 나중에 나보코프의 <아다, 혹은 열정> 같은 소설에도 영향을 끼친다.


물론 이러한 극찬은 전부 멜붕이 사후에 일어난 재평가였다.


<피에르>의 출간 직후 반응은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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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멜빌, 드디어 미침>

(실제로 한 말)



오늘날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던으로 단련되어 의식의 흐름을 비롯한 여러 심리 소설에도 어느 정도 익숙한 독자들에게도 다소 버겁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 기괴한 심리소설은 당연히 당시 사람들의 시선으론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였다.


마치 <모비딕>이 고래박이에 대한 백과사전 지식들이 나열되는 것처럼 보이듯.....당시 사람들과 평론가들은 이 시대를 너무 앞선 심리소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만은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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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사람들의 눈에 비친 멜붕이의 모습)



어찌되었든 이복누이와 결혼을 한다는 근친상간적인 모습은 멜붕이가 고래박이를 뛰어넘어서 근친성욕자로 보이기 충분했고,


멜붕이는 <모비딕>에 이어서, <피에르>까지 쫄딱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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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쿤....도시떼....와따시...망한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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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멜빌쿤! 넌 틀리지 않았어...!!"


"아아--소까."



<모비딕>과 <피에르>로 이어진 연이은 대실패와 혹평, 비난은 사실상 인간으로서의 멜붕이를 끝장낸 것과 다름 없었다.


어쩌면 멜빌 본인이 누구보다도 잘 알았을지도 모른다.


고래의 속삭임 속에서 멜붕이는 더는 속이는 짓을 하지 않기 시작한다. 말 그대로, 이제 미친 듯이 속도를 내며, 다시는 그 시대의 독자들이 읽을 수 있는 평범한 글을 쓰지 못하는 몸이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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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의 실패 이후, 낸터켓에 사는 한 과부의 이야기를 담은 <십자가의 섬>을 출간하기 위해 멜붕이는 노력하지만, 연이은 실패로 출판사는 원고를 거절한다.


오늘날까지도, 멜붕이의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이 원고는 소실되어 수많은 고래 연구자들의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하지만 이후로도 멜붕이는 계속 소설을 쓴다.


오늘날에야 전설이 된 <바틀비> 등의 전설적인 단편들을 담은 단편집 <피아자 이야기> 도 출간은 하고,


또 돈을 벌겠다고, 독립전쟁 시절 한 군인의 이야기를 다룬 논픽션을 토대로 쓴 논픽션-소설 <이스라엘 포터>를 출간하기도 한다.


하지만 말했다시피, 멜붕이는 더는 평범한 글을 쓸 수 없었다. 돈 벌겠다고 노력해도, 그가 쓰는 모든 소설들은 당시 독자들로서 이해할 수도 없는 무언가 뿐이였다.


이러한 방황 속에서, 멜붕이는 종교의 힘을 빌리려는 듯, 잃어버리 신앙심을 되찾기 위하여 예루살렘으로 성지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물론 멜붕이가 진실된 신앙을 회복하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오늘날 그의 마지막 장편이자 가장 기괴하고 난해하며 오늘날까지도 해석이 분분한 문제작 <사기꾼>을 출간하고 망하는 것으로 멜붕이는 잠시 펜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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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소설 관둠."



그랬다. 멜붕이는 이제 더는 소설가가 되는 것을 거부했다.


이미 그는 책을 써서 먹고 살 수 없었다. 그는 이런저런 일을 하다가 끝내 말단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간신히 먹고 살 수 있었지만, 글을 쓰는 일을 포기하진 않았다.


<사기꾼>의 출간 이후, 대략 1850년대 후반부터, 멜붕이는 앞서 말했던 대로 더는 소설을 쓰지 않았다.



대신, 시를 쓰기 시작했다. 뜬금없이 왠 시를? 그렇지만 서른 후반 아재가 된 멜붕이는 시를 쓰고 계속 썼다. 얼마나 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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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멜붕이는 소설가로 알려져있지만, 실제 멜붕이가 소설을 쓴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그 대신, 멜붕이는 시를 30년간 썼다. 오히려 시인으로서 보낸 시간이 월등히 길다.


남북전쟁이 끝난 이후, 이에 관한 시집을 쓰기도 했고, 자신의 예루살렘 성지 순례 여행을 밑바탕으로 미국 문학에서 가장 긴 서사시 중 하나인 <클라렐> 같은 방대한 작품도 쓰고 또 썼다.



아이러니하게도, 멜붕이는 소설 뿐만 아니라, 시도 잘 썼다.


오늘날에는 20세기 이전 미국 문학에서 월트 휘트먼과 에밀리 디킨슨과 더불어 멜붕이까지, 대충 미국 시문학의 3대장으로 취급해준다. 마침 세 명 모두 동시대 인물이기도 했으니까.


<클라렐> 같은 작품은 엘리엇의 <프루프록> 같은 현대시를 예견한 작품으로도 재평가받는 요즈음을 보면, 참으로 멜붕이.....너는 도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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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상은 공평하니까 걱정하지 말자.


물론 재평가이므로 당대엔 소설처럼, 죄다 워크 리포지드처럼 망했다. 사실 출판도 제대로 못한 게 대부분이였다.



자연스레 인간으로서의 멜빌의 삶도 조금씩 망가졌다.


큰아들은 총기사고로 죽고, 둘째 아들은 가출하여 훗날 객사하고, 멜붕이 본인도 점점 괴팍해지고 정신착란 증세를 살짝 겪더니,


아이러니하게도 <모비딕>의 에이허브 같은 인간으로 변하고 있었다.




멜빌의 작품세계를 흔히, 그가 <모비딕> 등에서 시도했던 3막 형식의 비극처럼, 3파트로 나눌 수 있다.


<모비딕>을 쓰기 이전의 평범하게 잘 팔리던 시기.


<모비딕>과 이후 <피에르>를 비롯한 암울한 시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소설로 돌아온 시기.



말년의 멜빌은 시로 쓰려고 한 한 선원의 이야기를, 30년만에 다시 소설로서 써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그리하여 죽을 때까지 그는 오늘날 <빌리버드>로 알려진 그의 최후의 작품을 완성하는데 노력했지만, 결국 미완의 난잡한 원고를 남긴 채 1891년, 72세의 나이로 세상을 뜬다.


죽을 때 그는 말 그대로 잊혀진 사람이었다. 신문에서 난 짧은 부고에서조차 그의 이름이나 저서의 철자가 틀렸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나 대충 1920년대 무렵부터 멜빌에 대한 재평가가 급속도로 일어나면서, 오늘날엔 미국이 낳은 세계적인 대문호이자 미국 문학의 영원히 고통받는 프로메테우스로 자리 잡는다.



미국 문학의 플레야드 총서라 불리는, 말 그대로 미국 문학에서 공인된 대표 작가들만이 선택되어 출간될 수 있는 <미국 도서관 Library of America> 총서의 첫 권은 아이러니하게도 허먼 멜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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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쿤....우리가....옳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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