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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가이드북이다. 자그마한 베니스 여행 가이드북엔 대략 열군대의 베니스 명소와 그 명소의 역사와 근처의 맛집이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베니스 전체를 말하지 않는다. 베니스의 명소가 고작 열군대는 아닐 것이다. 물론 역사와 맛집도. 우리는 가이드를 충실히 따라가도 될 것이고, 참고만 해도 되며, 전혀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전혀 다른 곳만을 여행해도 된다. 마지막의 경우 자신의 베니스 여행의 채우지 못한 부분을 책을 통해 가볍게 채워 볼 수도 있다.
이 책은 딱 그정도이다. 방대한 에코의 저서들은 독자를 헤매게 할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자그마한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에코에게 끌리는 이유를 어느정도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그의 저서 ‘열린 작품’은 대 열린 해석의 시대를 열었다고 볼 수 있다. 알게모르게 영향을 받았던 걸지도 모르고 어쩌면 열림에 대해 내가 오해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난 평소 예술에 관해선 정확한 해석이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석의 한계(과잉 해석과 미달 해석의 개념)의 경우 에코 본인의 열림의 주장과 모순된다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내 생각엔 에코가 부재의 구조에서 말했던 인식 모델로서의 구조와 동어 반복일 뿐인 것 같다. 
과장된 예를 하나 만들어보겠다. ‘길에서 딸기를 먹는 남자’에 대한 해석으로 ‘딸기는 여성의 클리토리스를 의미하며, 그것을 거리에서 음미하는 남성은 자신의 성욕을 대중 앞에 은밀히 드러내는 것이라 볼 수 있다.’라는 해석을 한다면 과잉 해석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정확한 해석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프러이트적 구조모델을 세워 해석한다면 충분히 나올만한 해석이고, 무엇보다 내가 저 문장을 만들 때 뒤의 해석을 생각하면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문장의 표면적 해석은 오히려 미달 해석일 수도 있다. 어찌됐든 그 경계가 모호하다. 과잉 해석과 미달 해석에 대한 개념은 아마 명확한 선 긋기가 아닌 항상 조심하라는 의미의 부표 정도가 아닐까 싶다. 

에코는 기호학 이론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을 소설로 풀어보고자 했다 한다.
에코의 소설과 기호학에 대한 부분에서 저자는 호르헤의 과잉 해석과 윌리엄의 정확한 해석을 대척으로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윌리엄 또한 과잉 해석으로 길을 헤매었고 그런 과정과 관계없이 운 좋게 올바른 결과에 닿았다. 오히려 해석의 여러 층위와 해석의 한계의 모호성이 더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난 저자가 말하는 대립보다 후자의 대립에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 끝에 윌리엄은 자신이 가상의 질서를 좇았으며, 우주엔 질서가 없고, 인간의 최선은 보잘것없다 말한다.

에코는 소설 속 여러 층위에 많은 장치를 숨겨두고 그걸 알아보는 독자에게 공모의 윙크를 보낸다. 안타깝게도 난 어떤 공모의 윙크도 받지 못했다.
앞서 말했듯 이 책은 가이드북이다. 이 책은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에코의 저서를 여러 층위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하지만 표면적 층위에 머물더라도 에코의 소설은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굳이 정확한 해석에 얽매여 좌절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 그저 다른 즐거운 접근법들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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