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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시작해서 금세 다 읽었음. 얼추 3시간쯤 걸린 듯. 이게 왜 이렇게 잘 읽히나 생각을 해봤는데, 그전까지 만엔원년의 풋볼을 읽던 중이어서 상대적으로 쉽게 느껴지지 않았나 싶다... 풋볼은 아직도 250p 남았음 ㅠ

주딱이 가끔 도끼 얘기할 때마다 '각 사상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인물 간의 다툼은 곧 사상 간의 충돌을 의미한다.'라는 식으로 얘기하곤 하는데, 투르게네프도 뭐 비슷하다고 느껴졌음. 바자로프야 워낙 니힐리즘 계에서 유명한 인물이고, 귀족주의/보수 층의 파벨, 젊은 낭만주의자 아르카디 등등.

"일체의 권위를 부정한다."라는 바자로프의 사상이 이 작품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임. 사실 그걸 제외한 다른 부분은 여타 노문학과 크게 다른 점이 없어보임.

다 읽고나서 "결국 투르게네프는 바자로프를 어떻게 생각했던건가?"라는 의문이 들었음. 뒤에 해설보니까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그런 의문을 품었던 것 같음. 바자로프는 작중에서 힘과 통찰력이 있고 실용적인 젊은이로 묘사되지만, 그와 동시에 '농군들과 소통하는 척 하지만 실제로는 웃음거리에 불과', '친구의 새엄마를 호시탐탐 노리는 색마', '자기는 사랑따윈 안 한다고 억지부리는 어린 아이' 같은 부정적인 면모들이 엿보임.

점진적 개혁주의자였던 투르게네프에게는 예술과 사랑마저 부정하는 바자로프의 모습이 지나치게 과격하게 보일 수도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어느정도 의문은 풀림. 무엇보다도, 그런 불완전한 모습들이 오히려 작품의 현실성을 키워주는 요소인 듯. 도끼는 너무 인물들을 극단으로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음. '성인과 죄인'의 구도를 자주 이용하지만 현실적으로 잘 찾아볼 수 있는 인물상은 아니니까... 그런 면에서 인물의 현실성은 투르게네프가 우세한다고 볼 수 있음. 물론 도끼가 더 재밌고, 더 위대하다고 생각함.

고딩 때 투르게네프 첫사랑을 읽은 후로, 오랜만에 투르게네프를 읽게 되어 좋았음. 쓰면서 느꼈는데 투르게네프도 이름이 긴데 적당한 줄임말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