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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이렇게 술술, 그리고 재미나게 읽어내려간 적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97년 이상문학상 심사평에서 비록 대상작은 아니지만 성석제의 「어린 도둑과 40마리의 염소」가 주목을 받았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우선, "옛날 옛날에, (...)"로 시작하여 이야기 보따리에서 풀려나오는 동화처럼 "습니다"로 끝나는 어투는 나도 모르게 긴장을 풀게 하면서도 저절로 소설 속으로 이입하게 만들었다. 어린 시절에 읽던 아이들 책에서는 흔하게 쓰이는 문체이지만, 어른을 대상으로 한 소설에서 이런 글투를 접한 건 처음이었다. 즉, 친숙함과 신선함이라는 상반된 특성이 공존했다.
둘째로, 작가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 방식이 너무나도 재밌었다. 웃겼다. 80페이지 남짓한 글을 읽으면서 계속 웃음이 터져나왔다.
소설의 배경은 몇십 년 전의 시골이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아는 얼굴이고 정겹고 복작복작하다. 그런 친근함과 작가 성석제의 뛰어난 재치가 번득여서 굉장히 유머러스한 작품이 탄생했다.
97년 이상문학상 심사위원이었던 박완서 역시 "요즘 책읽기의 그 옥죄는 듯한 답답함에서 자유롭게 놓여 나질펀하게 마음껏 낄낄대며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즐거움", "허풍, 능청, 해학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해 그래서, 그래서? 하면서 다음 이야기를 조르게 만드는 입심"이라 칭찬했다.
그런데 더욱 인상깊었던 점은, 이렇게 해학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문학적인 감성을 결코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아이의 시선으로 보는, 어쩌면 지나치게 현실적인 어른들의 모습도 담아내어 약간의 서글픔마저 느낄 수 있었다.
깡시골에서 자란 소년이 학교에서 그림으로 배운 기타의 소리를 처음 듣고 느낀 감동을 표현한 258쪽에서 나는 소설의 맛을 느꼈다. 아름답고도 시적인 문장들로 가득찬 페이지. "아, 이래서 작가인가보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 소설은 80년대의 어두운 분위기 대신 웃음을 남겼지만, 다른 심사위원이었던 이문열은 "빈약한 주제가 아무래도 불만"이라고 평했다.
(참고 : https://blog.naver.com/magicpink30/221451885488)
하지만 정말 "읽는 내내 즐겼다"라고 느낀 작품인 만큼, 교훈과 이데올로기는 잠시 접어두고 싶다.
이야기꾼 하면 성석제
성석제 작품들 중에서 재밌게 읽은 거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