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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지는

녹슨 철제문이 삐걱대며 열린다. 푸른듯 흐린 하늘에 해는 보이지않는다. 나는 구름뒤에 숨죽이고있던 해를 알아차렸다. 그것은 비겁하게도 구름뒤에 숨어 들키지 않기를 바라는 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알아차렸고 그것이 나를 지켜보고있었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난간에 다가가 아래를 바라보았다.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아무것도 없다. 서둘러 가방을 연다. 책은 단단하지 않았다 두권을 던졌지만 어느것도 부서지지 않았다. 철제 필통을 꺼내 열었다. 샤프와 지우개와 커터칼을 던지고 샤프심을 모조리 꺼내 쏟아내렸다. 마지막으로 비어버린 필통을 던지고 부서지는 것을 지켜본다.

비어있는 가방을 보자 덜컥 겁이났다. 천천히 올라오던 계단을 이번에는 넘어질듯 뛰어내려갔다. 쏟아진 것들을 확인했다. 단단하던 것들은 모두 부서지고 흩어졌다. 가장 쉽게부서지던 샤프심은 단단했지만 혼자서 오롯이 부서지지않았다. 

넘어져있던 샤프심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것은 손을 잡지 않았다. 그것은 손을 잡지 않았지만 손은 그것을 잡았다 그것을 일으켜 세우려하자 똑하고 부서졌다. 나는 보도블럭 틈사이에 그것을 부러뜨리지않고 일으킬 없었다. 내가 손을 뻗을때마다 그들은 하나하나 부서져갔다. 울지않았는데 눈물이 났다. 

해가 구름밖으로 나왔다. 더이상 숨어있지 않았다. 하늘을 등지고 쪼그려앉아있던 그대로 그림자로 샤프심을 숨겨주었다. 웅크려있는 나를 보고도 샤프심은 결코 손을 내밀어주지 않았다. 뒤통수를 따끔히 내리쬐던 해가 구름뒤로 사그라들었을때, 나는 아까보다 빠르게 서둘러 건물로 숨어들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던 차가운계단에 나는 웅크려앉아 조용히 고개를 파묻었다. 누군가 손을 내미는 착각이 들어도 나는 고개를 들지않았다. 가만히 숨죽이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