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가 독서를 귀중히 여기는 것은 한 언어(言語), 한 동작(動作)에서 반드시 성현(聖賢)의 행동과 훈계를 이끌어 준칙으로 삼아 전도됨이 없기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속 사람이 글자 한 자도 읽지 않아 방향 없이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은 거론할 것도 못되거니와, 글을 많이 읽었다고 본디 일컬어진 자까지도 다소 배운 글귀를 과거(科擧) 글에만 사용하고 자기 몸에는 한 번도 시험하여 그 효험을 받지 않으니 매우 애석한 일이다. 또한 옛글을 익히 외워 말끝마다 인용하는 자도 있으나 그 마음씨를 살피면 아첨 교활하고, 소위 인용하는 것이 한갓 입술을 꾸미는 자료로 삼을 뿐이니, 이런 식이면 글을 아무리 많이 읽더라도 어디에 쓰겠는가? 글을 읽어서 부드럽고 아첨한 태도를 짓는 자를 누구나 사랑하니 슬프다.]




[하루 종일 글도 읽지 않고 마음 단속도 않고 사우(師友)도 만나지 않고 일도 하지 않고서, 빈둥빈둥 돌아다니고 시끄럽게 떠들고 쓸데없는 망상을 하고 비스듬히 앉고 벌렁 눕고 장기나 바둑을 두고 술에 만취하고 한낮에 낮잠을 잔다면 한가로운 생활을 한다고 할 수 있으나, 밤에 자다가 새벽에 깨어서 어제 한 일을 고요히 생각하면, 인사(人事)의 갖추어지지 못함이 마치 수족이 마비된 반신불수와 같은 것이다. 반나절을 헛되이 보내는 것은 비유하건대 상란(喪亂)을 당하여 가취(嫁娶)의 시기를 놓치거나, 수한(水旱)을 만나서 가색(稼穡)의 시기를 잃는 것과 같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상란과 수한은 어찌 내가 만든 것이랴?]




[무릇 글이란 눈으로 보고 입으로 읽는 것이 결국[終]은 손으로 한번 써보는 것만 못하다. 대개 손이 움직이면 마음이 반드시 따르는 것이므로 비록 20번을 읽어 왼다 하더라도 한 차례 힘들여 써보는 것만 못하다는 것이다. 하물며 그 요점을 드러낸다면 일을 보는 데 자세하지 않음이 없을 것이고, 반드시 그 심오한 이치를 끌어낸다면 이치를 생각하는 데 정밀하지 않음이 없을 것임에랴? 만일 그 중에서 다시 같고 다른 점을 살피고 옳고 그른 점을 판단하여 그 의심나는 점을 기록한 다음 그에 대한 변론을 붙인다면, 지혜의 개발됨이 더욱 깊고 마음의 안착됨이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이상은 용촌이 자제들에게 책을 베끼기를 권면하는 방법이다.]




[책을 읽을 때에는 손가락에 침을 묻혀서 책장을 넘기지 말고, 손톱으로 글줄을 긁지도 말고, 책장을 접어서 읽던 곳을 표시하지도 말고, 책머리를 말지도 말고, 책 표면을 문지르지도 말고, 땀난 손으로 책을 들고 읽지도 말고, 책을 베지도 말고, 팔꿈치로 책을 괴지도 말고, 책으로 술항아리를 덮지도 말고, 먼지 쓰는 곳에서 책을 펴지도 말고, 책 보면서 졸므로 해서 어깨 밑에나 다리 사이에 떨어져서 접히게 하지도 말고, 책을 던지지도 말고, 심지를 돋우거나 머리를 긁은 손가락으로 책장을 넘기지도 말고, 힘차게 책장을 넘기지도 말고, 책으로 창이나 벽에 휘둘러서 먼지를 떨지도 말라.]




[의심나는 일이나 의심나는 글자가 있으면 즉시 유서(類書)나 자서(字書)를 상고하라. 글을 읽을 때는 명물(名物)이나 또는 문의(文義)가 어려운 대문은 그때그때 적어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반드시 물으라. 선배인 장학성(張學聖)과 나의 일가인 복초(復初)는 남을 만나기만 하면 물었다.]





[글을 읽어서 좋은 구절을 발견하거든 반드시 동지에게 기꺼이 알려 주되 행여 다 알려 주지 못할 것처럼 하라. 교교재(嘐嘐齋) 김공(金公)은 머리가 하얀 노경에도 배우기를 좋아하고 남에게 가르쳐 주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총민한 소년을 만나면 반드시 쌓인 서책을 흔연히 펼치고 옛사람의 아름다운 일과 좋은 말을 찾아내서 읊조리고 강론하는 등 끈덕지고 자상하게 일러 주었다. 나는 찾아가 뵐 때마다 소득이 많았으니, 농암(農巖)ㆍ삼연재(三淵齋)의 유풍(遺風)을 볼 수 있었다.]





[책을 볼 때에는 서문(序文)ㆍ범례(凡例)ㆍ저서인(著書人)ㆍ참교인(參校人) 그리고 권질(卷帙)이 얼마며 목록(目錄)이 몇 조목인지를 먼저 보아 그 책의 체재를 구별해야 하고, 대충대충 보아 넘기고서 박학(博學)했다고 해서는 안 된다.]




[책을 읽을 때에는 손가락에 침을 묻혀서 책장을 넘기지 말고, 손톱으로 글줄을 긁지도 말고, 책장을 접어서 읽던 곳을 표시하지도 말고, 책머리를 말지도 말고, 책 표면을 문지르지도 말고, 땀난 손으로 책을 들고 읽지도 말고, 책을 베지도 말고, 팔꿈치로 책을 괴지도 말고, 책으로 술항아리를 덮지도 말고, 먼지 쓰는 곳에서 책을 펴지도 말고, 책 보면서 졸므로 해서 어깨 밑에나 다리 사이에 떨어져서 접히게 하지도 말고, 책을 던지지도 말고, 심지를 돋우거나 머리를 긁은 손가락으로 책장을 넘기지도 말고, 힘차게 책장을 넘기지도 말고, 책으로 창이나 벽에 휘둘러서 먼지를 떨지도 말라.]




[남의 집에 있는 책을 보면 첫 권은 반드시 파손되고 더렵혀졌으나 둘째 권부터 끝 권까지는 손도 대지 않은 것처럼 깨끗하니, 선비의 뜻이 처음에는 부지런하고 나중에는 게으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춘당(同春堂) 송(宋) 선생은 책을 남에게 빌려 주었다가 그 사람이 책을 돌려 왔을 때 책장이 부풀지 않았으면, 그 책을 읽지 않았다고 반드시 꾸짖고 다시 내어 주었으므로, 그 사람은 그 책을 꼭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떤 사람이 책을 빌려다가 읽지도 않고는 꾸지람을 들을까 꺼려서, 책을 밟기도 하고 책 위에 눕기도 하여 일부러 파손하고 더럽힌 뒤에 비로소 돌려보냈으니, 이것은 또 도리에 어긋난 행동으로서 어른의 후의를 알지 못하는 것이다.]




[연의(演義)나 소설(小說)은 음란한 말을 기록한 것이니 보아서는 안 된다. 자제들에게 보지 못하게 금해야 한다. 혹간 남을 대해서 소설 내용을 끈덕지게 얘기하거나 남에게 그것을 읽기를 권하는 사람이 있으니, 애석하도다! 사람의 무식이 어찌 이 지경일까? 《삼국연의(三國演義)》는 진수(陳壽)의 정사(正史)와 혼동하기 쉬운 것이니,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후생들은 게을러서 경사(經史)를 읽지 않고 반드시 선배들에게 묻기를, “무슨 글을 먼저 읽어야 과문(科文)을 잘할 수 있습니까?”하고, 선배들은 연의(演義)나 소설(小說)을 읽도록 권하니, 슬프도다 똑같이 잘못함이여!]




[어린아이에게 글을 가르쳐 줄 때에는 많은 분량 가르쳐 주는 것은 절대 금기다. 총민(聰敏)한 자가 조금만 읽어서 잘 외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니거니와 둔한 자에게 많은 분량을 익히는 것은 마치 약한 말에 무거운 짐을 실은 것과 같으니 어찌 멀리 갈 이치가 있겠는가? 글은 분량을 적게 해서 익히 읽어 뜻을 아는 것이 귀중하다. 만일 이와 같이한다면 비록 둔해서 잘 외지 못한다 하더라도 용서하는 것이 좋다. 헛되이 읽기만 하고 잘 외지 못하면 더욱 주의하여 그의 외는 것을 살피는 것이 좋다.]



규장각 검서관 이덕무, 청장관전서 27~29권 사소절 '교습'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