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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6. 명장

아집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라는 의미의 작품 같다. 저자가 자기 자신을 디스하는 느낌이다. 들개 같은 처절한 작품을 쓰던 자신을 비난하는 건가? 허나 내 내공이 부족해서 그런지 몰라도 들개 같은 처절한 작품을 쓰던 시절의 이외수가 더 마음에 든다. 마음을 비우기보단 그 마음을 뭔가로 가득 채워야 사는 맛이 느껴진다.


7. 파로호

낚시 얘기다. 낚시 얘기도 이외수 소설의 단골 메뉴처럼 보인다.

문득, 이외수가 미끼 없이 낚시를 한다는 얘기가 떠올랐다.

기자를 비판한다. 이해된다. 나 또한 기사를 쓸 줄도 모르면서 싼 값에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위치라서 기사 알바를 한 적이 있다. 내가 써놓고도 이건 기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기사의 탈을 쓴 광고나 다름없다. 나조차도 내가 쓰면서 욕이 나오는 글이었다.

낚시에 도가 튼 노인의 정체가 중공군 귀신이라니. 뜬금없다.

내 예상대로 노인이 자신의 살을 잘라서 떡밥을 만들었다.

기괴한 작품이다. 저자가 낚시를 하다가 중공군이나 인육과 관련된 괴담을 듣고 쓴 소설이 아닐까 싶다.


8. 유배자

저자 특유의 극단적 예술 지상주의 사상이 느껴진다.

주인공이 무명 화가라는데 마치 자존심만 남은 방구석 문학도를 보는 느낌이다.

속세의 예술계 또한 거침없이 비판한다. 문단도 다를 바 없기에 읽는 내내 씁쓸했다.

저자가 종교나 교육, 그리고 예술에 지나치도록 청렴을 따지는 듯하다. 현실감이 없다. 인간이 하는 이상 더러워질 수밖에 없거늘. 이런 사람이 오히려 위선자가 되거나 타협을 거부한 김기종 같은 테러리스트가 된다. 사람은 적당히 더러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 솔직히 말해서, 이외수 자신도 깨끗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미워할 수는 없다만.

작중 선배라는 인간을 보니 속물적인 꼰대에 지저분한 문단 권위자를 보는 듯하다. 난 그림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이런 인간들을 질리도록 봤다.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문학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시장 문제와 더불어 이런 인간들이 대접받는 업계라서 그런 게 아닐까 추측된다. 글을 잘 쓰냐 못 쓰냐를 떠나서 내부 정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결말이 눈길을 끈다. 정말 예술적이다. 쥐를 잡아 날고기를 씹어가며 그림을 그리는 내용의 들개를 쓰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역시 예술은 이렇게 극단적이어야 제 맛이다. 이건 마음에 든다. 문단에도 이런 사람이 등장하길 바란다. 이런 식으로 진짜 예술이 뭔지, 진짜 문학이 뭔지 보여줬으면 바란다.


9. 흉터

이번엔 타락한 종교를 비판하는 작품으로 보인다. 전형적인 이외수식 종교 얘기다. 문득, 최지룡의 작품 중에도 한국 종교와 종교인을 풍자하는 만화가 떠올랐다.

결말은 씁쓸하다. 성경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파트인 성전 정화 장면이 떠오른다. 나도 예전에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어쩌면 예수가 다시 지상에, 그리고 대한민국에 강림한다면 그분을 십자가에 못 박을 이들은 다름 아닌 예수를 믿는다는 이들이 아닐까 싶다. 짧지만 마음에 든다.


10. 대지주

여자를 이용해 사기 치는 것을 비판한 소설인가? 문득 포주가 떠오른다. 의외로 포주 중에는 여자도 꽤 있다고 한다. 건달 포주들 밑에서 보고 배운 대로 여자들이 나중에 직접 사업을 한다. 마찬가지로 다단계나 사기도박 등도 그렇게 대물림이 된다. 이용당하거나 밑에서 일하며 배운 이들이 나중에 직접 창업하거나 사장 노릇을 한다는 씁쓸한 얘기가 떠오른다.

어딘가 사기를 치려는 주인공 여자가 오히려 낚일 느낌이다. 조심해라! 가평 사람은 절대 만만하지 않다! 북면처럼 순박한 시골 외진 동네면 몰라도 말이다! (?)

그나저나 가평에 맛집은 별로 없는데? 음식 맛이 변변찮기로 소문났는데 무슨 갈비찜을 잘하는 곳이 있었나? (그냥 고깃집이라면 괜찮은 곳들이 몇 군데 있다만) 다른 건 몰라도 갈비찜을 잘하는 곳은 처음 들어본다. 잣밖에 내세울 게 없어서 그런지 음식에 잣을 집어넣는 경우가 많아 개인적으로 별로인데. (으응?)

특수 작물을 재배한다니까 혹시 원숭이를 이용해 잣을 따는 것을 시키는 게 아닐까 추측된다. 다만 원숭이가 잣을 싫어해 실패한 방법이라고 한다. 사람이 직접 따는데 위험해서 그런지 돈은 꽤 준다고 들었다만. (으으응?)

남자가 말한 경작지는 알고 보니 원고지였다. 그의 정체가 시골 촌구석에 틀어박혀 살던 문학청년이었다. 시벌, 내 미래의 모습 같잖아? 왜 배경도 하필이면 가평인데? 진짜 경작지가 아닐 것을 예상하긴 했다만 원고지라니. 개씨벌. 가평에서 글 좀 쓴다는 젊은 청년이 또 있을까 싶은데 에라이. 욕이나 잔뜩 하고 싶어진다.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이외수 선생님, 이해 좀 해주세요. 왜 작중 가평을 꼭 이런 식으로 기분 나쁘게 묘사해 주시는 겁니까? 경기도 최고의 보수 우파의 성지를 몰라 뵈는 겁니까?! (, 설마 그래서 그런 건가?) 저번엔 다른 작품에서 청평을 살인사건이 일어난 곳으로 묘사한 걸로 기억해서 불쾌했는데!

아무튼 나로선 이외수에 대한 빠심을 버리든가 애향심을 버리든가 둘 중 하나를 택해야겠다.


뭐 아무튼 전체적인 감상을 정리하자면, 다시 읽어보니 괜찮았다. 기억력이 나빠 이 책에 대한 기억이 거의 사라져서 처음 읽는다는 기분으로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 초단편적으로 짧은 작품들이 여럿 수록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어딘가 교훈주의적이고,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전형적인 이외수 스타일의 소설들이었다. 이외수의 작품들을 좀 읽어봤다면 내 말이 이해될 것이다.

수록작들이 전체적으로 이전 작품인 장외인간이나 이후의 작품인 보복대행전문 주식회사처럼 매너리즘에 제대로 빠져 있다. 마찬가지로 세상에 대한 비판이나 도인, 깨달음 등등의 얘기들이다.

개인적으로 이외수는 인기를 끌면서 동시에 창작의 원천인 열등감이 사라져 작가로서 죽었다고 생각하는데, 마치 완전히 죽지는 않고 산소마스크를 끼고 있다는 느낌의 소설집이었다. 더 이상의 발전을 바라기에는 무리인 것 같다. 그저 매너리즘에 빠진 모습일지라도 감사하게 받아들이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문열처럼 작가로서 죽었다고 봐도 무방한 이외수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