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은 죄의 대가 조용히 겸허히 받는데서 출발"…원심대로 중형 선고
"어린 딸 참혹한 삶 생각하면 형이 무겁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 의문"
【서울=뉴시스】나운채 기자 =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내 403호 법정. 서울고법 형사4부 김창보 부장판사는 중학생 딸을 숨지게 하고 시신을 1년간 미라 상태로 집에 방치한 40대 목사 부부에게 원심대로 중형을 선고하면서 "인간 본성에 깊은 회의감이 들었다"고 질책했다.
재판부는 이날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및 사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목사 A(47)씨와 계모 B(40)씨에게 원심과 같이 각각 징역 20년과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와 B씨는 훈육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용서받을 수 없는 이 사건으로 인해 평생 고통받게 됐다는 점 등을 고려해 원심의 형이 무겁다고 항소했다"고 밝히면서 선고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을 심리하면서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가 안 됐고, 인간 본성에 깊은 회의감이 들었다"며 "A씨 등은 훈육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일어난 불상사라 주장하나 아직 보살핌의 대상이 돼야 할 미성숙한 자녀에 대해 이같이 가혹한 체벌을 가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인 딸은 가장 사랑하던 사람인 아버지로부터 가장 가혹한 학대를 받았다"며 "이같은 학대로 인해 싸늘한 주검으로 생명을 잃어가는 과정에서 삶을 지탱하는 마지막 희망까지 잃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A씨가 재판 과정에서 "다시 부활할 것이라는 종교적 이유에서 딸을 방치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과연 그것이 옳은 종교적 신념인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A씨의 지인, 가족들로부터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며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가 많이 들어왔다"면서 "저 역시도 이들이 원래 악한 사람들이 아니었다는 지인들의 말을 믿고 싶고, 이들이 진심으로 반성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만 "반성은 자신이 저지른 죄의 대가를 조용히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데서 출발한다"며 "어린 나이에 참혹한 삶을 살다 허망하게 떠나간 딸을 생각하면 자신에게 주어진 형이 무겁다고 생각할지 과연 의문이 든다"고 A씨와 B씨를 꾸짖었다.
이같은 맥락에서 "원심은 나름대로 국민의 법감정과 양형 조건 등을 모두 고려해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을 선고했으나 이는 수긍할 수 있다"며 "양형이 무겁다는 항소는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날 재판에서 A씨와 B씨는 고개를 숙인 채 재판부의 선고를 들었다. 항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들은 교도관들에 이끌려 구치소로 향했다.
A씨 등은 지난해 3월 경기 부천 소재 자택에서 중학교 1학년생인 딸 C(당시 13세)양을 7시간 동안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결과 A씨 등은 둔기가 부러질 정도로 C양을 폭행했으며, 손바닥, 종아리, 허벅지 등을 한 번에 50∼70대가량 집중적으로 반복해 때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이미 숨져 체온이 없고 신체가 경직돼 가고 있는 C양을 지난해 3월부터 지난 2월까지 약 11개월 동안 미라 상태로 자택에 방치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A씨 등의 범행으로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진 예쁜 C양은 11개월 동안 외로이 방 안에 방치되면서 구더기가 들끓는 참혹한 미라가 돼 버렸다"며 "이같은 범행은 C양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 엄청난 충격과 공포를 안겨준 것으로 무거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A씨에게 징역 20년, B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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