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는 명상에서 깨어나신다. 일어나셔서 호수를 바라다보신다.

예수께서 아직 남아 있는 별들과 달이 난 새벽의 빛으로 베드로의 배를 찾으시다가 발견하신다.

베드로의 배는 건너편 호안을 향하여 애써 나아가고 있으나 거기에 도달하지 못한다.

예수께서는 겉옷을 꼭 여미시고, 너풀거려 내려가는 데 방해가 될 깃을 두건 모양으로 머리 위로 올리시고 빨리 내려오시는데,

올라오실 때 이용하셨던 길로 내려오지 않으시고, 직접 호수로 가는 가파른 오솔길을 따라 내려오신다.

어떻게나 빨리 걸으시는지 꼭 날아가시는 것 같다.
예수께서는 모래사장에 요란스럽고 거품이 이는 선을 둘러치는 파도가 후려치는 호숫가에 이르신다.

예수께서는 마치 몹시 출렁이는 물 위를 걷지 않으시고 매끈하고 단단한 마루 위를 걸으시는 것처럼 길을 계속하신다.

이제는 예수께서 빛이 되셨다. 져가는 드문드문한 별들과 폭풍이 몰아치는 새벽에서 아직 오고 있는 얼마 안 되는

빛이 예수께로 집중해서 일종의 인광(燐光)을 이루어서 그분의 날씬한 몸을 비추는 것 같다.

예수께서는 파도 위로, 거품이 하얗게 이는 파도 꼭대기 위로, 파도와 파도사이의 어두운 골 사이로 팔을 앞으로

내미시고 날아가신다. 겉옷은 뺨 둘레로 부풀어 오르고,

몸에 꼭 달라붙게 졸라매진 상태에서 할 수 있는 만큼 날개를 치듯 펄럭인다.
사도들이 예수를 보고 무서워서 비명을 올린다. 그 소리가 바람에 불려 예수께 이른다.
“무서워하지 말아라, 나다.” 예수의 목소리는 맞바람이 부는데도 어렵지 않게 호수에 퍼진다.
“정말 선생님이십니까?” 하고 베드로가 묻는다.”만일 선생님이시면,

저더러 선생님처럼 물 위를 걸어서 마중 나오라고 말씀하십시오.”
예수께서는 빙그레 웃으시면서 마치 물 위를 걷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일인 것같이

그저 “오너라” 하고만 말씀하신다. 그러니까 베드로는 소매가 없는 속옷을 입고 있는 터이라

반라(半裸)의 몸으로 뱃전을 뛰어 넘어, 예수께로 향하여 간다.
그러나 배에서 50미터쯤, 예수께서도 그쯤 되는 곳에 이르렀을 때 그는 겁이 더럭 났다.

그때까지는 그의 사랑의 충동으로 지탱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인성이 그를 눌러 이겨서 …

그의 목숨 때문에 몸이 떨리게 되는 것이다. 꺼지는 땅이나 움직이는 모래를 발고 있는

사람과 같이 그는 비틀거리고 몸이 흔들리고 잠겨 들어가기 시작한다. 몸을 흔들고 겁이 나서 떨면 그럴수록 점점 더 빠져 들어간다.
예수께서는 걸음을 멈추시고 그를 내려다보신다. 정색을 하시고 기다리고 계시지만 그에게 손도 내밀지 않으신다.

예수께서는 팔짱을 끼신 채로 계시다. 이제는 한걸음도 나오지 않고 한마디 말씀도 하지 않으신다.

베드로는 빠져 들어간다. 발목이 사라지고, 다음에는 정강이, 다음에는 무릎이 보이지 않게 된다.

물은 서혜부(鼠蹊部)까지 와서 거기를 지나 허리쪽으로 올라온다. 공포가 그의 얼굴에 역력히 나타난다.

그의 생각도 마비시키는 공포이다. 이제는 물에 빠져 죽을까 봐 겁을 내는 육체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물로 뛰어들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한다. 그는 공포로 인하여 얼이 빠졌다.
마침내 베드로는 예수를 쳐다보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의 정신이 이치를 따지고

구원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기 시작하는 데에 예수를 쳐다보는 것으로 넉넉하였다.
“선생님, 주님, 살려 주십시오.”
예수께서는 팔짱끼고 계시던 팔을 뽑으시고 마치 바람에 불리시고 물결에 밀리신 것처럼

사도에게로 달려가셔서 손을 내미시며 말씀하신다.
“오! 믿음이 부족한 사람. 왜 내게 대해 의심을 가졌느냐? 왜 너 혼자서 행동했느냐?”
예수의 손을 꽉 잡은 베드로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는 예수께서 화가 나셨는지 보려고 쳐다본다.

솟아나기 시작하는 뉘우침과 섞인 아직 남아 있는 공포를 가지고 예수를 쳐다본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미소를 지으시고,

배에까지 이르러서 뱃전을 넘어서 배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베드로의 손목을 꼭 잡고 계시다.

그리고 예수께서 명령하신다.“호숫가로 가자. 이 사람은 흠뻑 젖었다.”

그러시면서 창피를 당한 제자를 들여다보시며 빙그레 웃으신다.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