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는 무덤의 어귀에까지 나아가신다.

지금까지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게 하시고 십자형으로 교차시켜 벌리셨던 팔을 손바닥을 땅으로 향하게 하신 채 앞으로 내미신다.

따라서 손은 이미 무덤의 굴속으로 들어가서 어두운 굴속에서 아주 하얗게 보인다.

예수께서는 오늘은 그 기적적인 광채를 견딜 수 없는 당신 눈의 파란 빛을 그 말없는 어두움 속으로 깊이 들여보내시면서

전에 호수에서 바람에게 잠잠해지라고 명령하시던 외침보다도 더 힘찬 외침을 내는 힘 있는 목소리로,

어떤 기적을 행하실 때에는 내가 일찍이 들은 적이 없는 목소리로 외치신다.

“라자로야! 밖으로 나오너라!”하고.

그분의 목소리가 무덤 구멍에서 메아리로 반향한 다음 온 정원에 울려 퍼지고 베다니아의 파도치는 땅에 부딪쳐 반향한다.
나는 그 메아리가 밭들 저쪽에서 있는 처음 급경사에까지 갔다가 반복되고 약해져서 어길 수 없는

명령처럼 되돌아오는 것으로 생각한다.

사방에서 “나오너라! 나오너라! 나오너라!”하는 소리가 다시 들릴 것이 분명하다.

모두가 더 심한 전율을 느끼고, 또 호기심으로 모두가 제자리에 꼼짝 못하고 있지만

얼굴들은 창백해지고 눈이 휘둥그레지며, 한편 입들은 벌써 목구멍에 심한 놀람의 외침을 간직한 채 무의식적으로 벌어진다.
약간 옆으로 뒤에 처져 있는 마르타는 예수를 쳐다보면서 황홀한 것 같다.

지금까지 그의 선생님 곁을 조금도 떠나지 않은 마리아는 무릎을 꿇고, 무덤 가장자리에 무릎을 꿇고서

한 손은 뛰는 심장을 억제하기 위하여 가슴에 얹고 또 한 손으로는 무의식적으로 경련을 일으키며

예수의 겉옷 자락을 붙잡고 있다. 그런데 겉옷을 잡고 있는 손에서 그리도 가벼운 흔들림이 전달되는 것을 보면

그 손이 떨리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무엇인지 흰 것이 땅 속 저 안쪽에서 나타나는 것 같다.

처음에는 볼록 꼴이 작은 선이더니, 그것이 타원형의 형태로 대체되고 그 다음에는 타원형이 더 넓고

더 긴 선으로 점점 더 길어지는 선으로 대치된다. 그리고 붕대에 감긴 죽었던 사람이 천천히 점점 더 잘 보이게

유령처럼 인상적으로 천천히 앞으로 나아온다.
예수께서는 조금씩, 그러나 라자로가 앞으로 나아오는 데 따라 계속하여 뒤로 물러나고 물러나고 하신다.

그러니까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그대로 있다. 마리아는 붙잡고 있는 겉옷 자락을 놓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있는 곳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기쁨과 감격 모두가 마리아를 그가 있는 곳에 붙박아 놓는 것이다.
점점 더 분명한 “오!”하는 탄성이 처음에는 기다림의 고통으로 막혀 있던 목구멍들에서 나온다.

처음에는 겨우 알아들을까 말까 하던 중얼거림이던 것이 목소리로 변하고 목소리는 힘찬 외침이 된다.
라자로가 이제는 무덤 가장자리에 와서 아무 말 없이 뻣뻣하게 그 자리에 멈추어 있는데,

겨우 초벌 손질을 한, 그러니까 형태가 정해지지 않은 석고 조상과 같이 긴 물건으로 머리와 다리 쪽은 가늘고

몸통은 더 넓고 무덤의 어두운 바탕에 흰 붕대로 감겨 죽음 자체보다도 더 기분 나쁘고 유령 같다.

햇빛에 둘러싸인 붕대에는 여기 저기 썩은 것이 흘러 있는 것이 보인다. 예수께서는 큰 소리로 외치신다.
“그에게서 거치적거리는 것을 치우고 가게 내버려두어라, 그에게 옷과 음식을 갖다 주어라.”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