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에서 가수 평가 기준을 두고 두 심사위원의 의견이 부딪쳤다고 가정하자. 심사위원 ‘갑’은 음악성과 신체조건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음악성이 음정·박자·리듬 같은 음악원리에 대한 이해라면, 신체조건은 가수 특유의 음색처럼 몸의 자질을 뜻한다. 갑은 잠재력 있는 가수를 뽑기 위해 둘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심사위원 ‘을’은 노래 자체가 주는 전체적인 느낌을 평가하면 그만이라고 주장한다.
이승환 고려대 교수(56)는 <횡설과 수설>(휴머니스트)에서 두 심사위원의 관점이 곧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의 차이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퇴계는 ‘리(理)’가 우리 마음속의 도덕적 성향이라면, ‘기(氣)’는 욕구에 충실하려는 성향이라고 말한다. 욕구(기)에만 빠져 도덕(리)에 어긋나서는 곤란하다. 퇴계는 ‘리’와 ‘기’를 대비시켜 가치론적 관계로 파악한 셈이다. 반면 율곡은 ‘기’를 존재를 구성하는 재료로, ‘리’는 존재를 구성하는 원리로 봤다. ‘기’는 눈에 보이지만, ‘리’는 보이지 않게 세상에 깃들어 있다. 율곡은 ‘리’와 ‘기’를 존재론을 해명하는 데 쓴 셈이다.
이 교수는 퇴계의 학설이 ‘리’(도덕)와 ‘기’(욕구)라는 기호를 좌·우에 배치한 ‘횡설(橫說)’이었다면, 율곡의 학설은 ‘리’(원리)가 ‘기’(재료)에 올라타 있는 상·하, 승반(乘伴) 관계인 ‘수설(竪說)’로 본다. 이 같은 구도로 보면 1572년 율곡이 퇴계를 비판한 이래 400년간 지속된 퇴계의 ‘주리파(主理派)’와 율곡의 ‘주기파(主氣派)’ 논쟁이 결국 프레임의 차이에서 비롯된 ‘소통 오류’였음이 드러난다. 가치론이냐 존재론이냐에 따라 ‘리’와 ‘기’의 의미가 도덕성향과 욕구성향에서 원리와 재료로 바뀌는데, 그 중층적인 의미를 구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꼴통 유교충 봉건주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