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되게 간사하고 웃기시다?

나는 평생을 내 양심과 지조에 맞춰서 아무리 힘들어도 더 좋은 날이 올 거라고 믿고
남을 배려하려고 했고
남을 사랑하려고 했고
남에게 고마워도 해보려고 했어

실제로 아버지 음성 듣기도 하고
신이 엄근진한 분이 아니라, 되게 아이같이 장난끼도 많고 능글능글하고 익살스런 분이더라고
유머러스하고

근데 그래서 더 사랑합니다 아버지 고맙습니다 아버지..
이렇게 하는 이유를 생각을 해봐
그렇게 하면 인생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질 거란 전제가 있으니까 사랑하고 배려하는 거잖아?

아니 그렇잖아. 천국으로 가든 불교의 하늘로 올라가든 내가 굳이 현세에서 남을 사랑하고 아끼며 사는 이유가 뭐겠어?
그 결과 끝에 천국이라는 보상이 기다리고
그 결과 끝에 열반이라는 보상이 기다리니까 힘이 들어도 참고 하는 거 아냐?


근데 신은 참 웃기게도 사랑하고 감사를 하면할수록 자꾸 시련을 줘
자꾸 고통스럽게 해
만약 누군가가 인생을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산다치자.
그게 유일한 보상이라 치자고. 돈도 필요없고, 명예, 배우자 다 필요없고, 오로지 그냥 편하게 살 수 있는 삶을 지향한다 치자


그런데 신은 축복을 내릴 때 고통을 동반한 축복을 줘.
내가 아버지라는 신에게 그만큼 사랑을 드리고 감사를 드리면, 아버지는 고통을 동반한 축복을 주는 거야


그러니까 되게 웃기는 상황이 생기는 거야
아니 애초에 내가 선하고 열심히 노력해서 사는 이유 자체가 천국이고 열반이고 나발이고
그냥 좀 덜 고통스러울 것 같아서였는데,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살면 살수록 고통이 배로 커지는 거야
한번도 내가 원한 적 없는 이상한 기회는 잔뜩 주시고


내가 바라는 건 오직 하나였어. 몸이 힘들어도 마음이 편한 상태.
그런데 내가 선하게 살수록 아버지는 고통을 주셔. 그걸 까야 축복이 있으니까.
결국 나는 선하게 살면살수록 손해인 삶을 사는 거야


그래서 정말 미친듯이 원망스러워서 어제 출근하기 전에 새벽 3시부터 6시까지 온갖 저주란 저주를 다 퍼부었어
왜 당신이 가장 원하는 방향으로 사는 선한 인간한테 고통이라는 비수를 꽃을 수가 있냐고
그러니까 인간이 타락하는 거 아니냐고.
이런 식이면 누가 선하게 사냐. 전부 악하게 살지. 그 '축복'이라는 이름의 고통 피하려고.


그래놓고 뭘 후천시대니 뭐니를 따지냐고
난 정말 여러번 말했어. 인간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이유는 설계가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가장 선하고 아름답게 사는 사람일수록 가장 극심한 고통은 다 받고, 최후에는 원하는 것은 아무것도 얻지 못하게 되니
다 악하게 살지 누가 선하게 살 사람이 있냐고. 그래서 선은 늘 배신 당하고, 최후에는 악질적인 인간만 지구에 남는 거 아니냐고


그렇게 보채고 난리를 치고 나니까 그제서야 내 입맛대로 사탕 하나 쥐어주시더라?
내가 탈모거든. 나 가발 쓰거든? 이거 덥거든? 32도 날씨에 점심먹으러 가는 시간이 괴로워.
어제 이걸 하고 나서 퇴근을 하니까 갑자기 어머니한테서 "탈모에 특효"인 약 장수가 한 명 있다고 나한테 정보를 주더라?
어머니의 입을 통해 나의 문제를 해결해주시려고 한 거지.
내가 어린 나이때부터 탈모라서 너무 괴로웠고 지금도 괴로우니까.


신을 욕하고 헐뜯고 울고 처절하게 저주를 퍼붓고 나서야 그제서야 '아차!' 싶으니까 내가 원하는 걸 줘
내가 원하지 않은 축복이란 축복은 다 던져놓고 내가 그걸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는거지
나는 그걸 피하려고 여태껏 노력했는데, 신은 그걸 주려고만 하는 거야


웃기지 않냐?
신도 우는 아이 먼저 젖병 물리는 거야
그래서 인간 새끼들은 꼭 사람이 살아생전 잘할 생각은 없고, 꼭 누가 죽고 나서야 버러지같이 후회를 하지
신이 그러니까 인간도 그 이면을 닮는 거야.
줘!! 줘!! 줘!!! 줘!!! 아주 개지랄 발광을 떨어야만 그때서야 신은 조금이라도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주시더라고


이러니까 루시퍼가 생기는 거야
신이 원하는 대로, 내 양심이 시키는 대로 산 대가가 원한 적도 없는 부와 경제적 특권 같은 건데
정작 그걸 받아도 나는 전혀 행복하지 않잖아.
그냥 달라는 거 주면 되는 거잖아. 내가 머리카락이 없어? 그럼 머리를 나게 해주시면 되는 거잖아.
그걸 안 주고 무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직업에 대한 기회 같은 걸 줘. 머리카락 하나만 있으면 난 노가다라도 가서 뛸 수 있는 용기가 생기는데.


니들도 한번 해봐
가만히 있지 마. 남들 다 젖병 꽂혀서 우유 빠는데 혼자 기다리지 마.
원한을 토해가면서 바라는 걸 요구해. 아버지한테 윽박 질러봐. 그럼 신기하게도 그게 이루어진다?
되게 웃긴 거야 이거. 사랑을 할수록 괴롭고, 감사할수록 괴롭고, 아껴줄수록 괴로운 걸 주셔.
그게 법칙이라서. 그러니까 인간이 애초에 이따구로 타락하는 거야.
아무리 아버지의 바람대로 살아봤자 배신당하고 엉뚱한 축복을 주시니까. 내가 원하지도 않은 선물을 받았는데 닥치고 감사해야 하는 느낌?
내가 원한 적도 없는 넥타이 선물 받았으니 감사해야 하는 느낌?
내가 원한 적도 없는 공갈 젖꼭지 선물 받았으니 감사해야 하는 느낌?

하아.. 진짜 너무하네 신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