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종교개혁의 실패
개인적으로 종교개혁은 성공적 실패였다고 생각한다.
카톨릭과 힘의 균형을 이루는 근대국가들을 탄생시킨 점이 성공이었다면,
과연 스스로 목표로 했던 개혁의 목적을 달성했느냐의 점에 있어서는 실패했다고 본다.
문제는 이 실패를 스스로 실패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고,
그래서 지금도 이점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종교개혁의 기본문제의식은 "오직 성경"이다.
70인역을 근간으로 기존의 유산을 그대로 안고 출발한 성경이다 보니,
기존 4천년의 한계가 예수의 메시지도 곳곳에서 왜곡되기 일쑤다.
또한 기독교는 바울교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바울의 성경해석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고, 이 두 한계는 고스란히 개신교로 이전된다.
2. 성경읽기의 실패
개신교평신도들은 성경을 상당히 열심히 읽는다.
그 두 축이 "성경통독"과 "성경묵상"이다.
성경통독은 1년에 성경전체를 1독하는 거다.
읽다보면 모든 성경텍스트를 가중치 없이 동등하게 대하게 된다.
하지만 기독교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수의 텍스트는 1/10도 되지 않는다.
결국 학살과 파괴와 술수와 정죄의 텍스트가 훨씬 많은 각인이 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성경묵상은 성경통독의 한계를 보완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상대적으로 짧은 구절을 아침마다 깊게 묵상하면서 일상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식인데,
원래의 맥락에서 벗어나는 짧은 구절들 때문에 읽는이의 일상이 묵상에 과도하게 개입을 한다.
더군다나 이 묵상은 종종 모임에서 구성원들끼리 나누다보니, 엉뚱한 상승작용을 일으켜
일종의 "예수님께 충성경쟁"을 야기하기도 한다.
일상의 자본주의적 권력관계가 충성경쟁을 야기하면서 개신교인의 일반적 멘탈을 형성하는 거다.
엉뚱한 성경읽기는 신학적 전문교육마저 무력화시키기 일쑤다.
매년 유수의 신학대학에서 쏟아져 나오는 신학생들은 이 충성경쟁에서 낙오될까 전전긍긍하며, 자신이 받은 전문교육을 공격하는 자아비판적 설교를 내뱉으며, 신앙적 홍위병으로 변해간다.
모든 신자가 성경을 읽고 자유롭게 신앞에 서야 한다는 기본 취지는 개신교 스스로를 옥죄어
신앞에서 경쟁하는 참혹한 지옥을 만들어 버렸다.
구원열차에 오르기만 하면 그 열차에서 벌어지는 일은 용인되는게 개신교의 현재이다.
개신교는 사실상 천국으로 달려가는 지옥열차일 뿐이다.
3. 성경독점을 막아야 한다.
사실 성경텍스트는 일반인이 보기에는 위험한 텍스트다.
근친상간과 강간, 학살과 무고한 전쟁과 국가폭력, 시장경제의 횡포와 이에 대한 종교적 용인이 판을 치는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런 텍스트에 중독되는건 이 텍스트를 가르치는 장이 홍위병만들기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성경도 당대의 다양한 텍스트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만큼 읽을 때도 당대와 현대의 다양한 맥락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 신앙을 위한 목적의식적 성경읽기는 오히려 위험한 읽기가 된다. 인류의 다른 유산들과는 별반 다르지 않은 또다른 유산일 뿐인 텍스트라는 시각으로 다른 텍스트들과 병렬적으로 읽는것이 더 건강한 성경독법이라고 생각한다.
로마 카톨릭의 발전과 개신교의 종교개혁은 사회적 진보를 추동해낸건 사실이다.
그동안 교회는 세계의 탁아소, 병원, 양노원, 인구통계소, 음악원, 미술관, 학교, 대학, 천문대,실험실,식물원,공연장,환전소,정거장,여관,구빈관,과세당국,출판사,도서관으로 기능해왔고 인류의 요람으로써 이 모든 기관들을 훌륭하게 독립시켰다.
마지막으로 독립시켜야 할 것은 사실상 성경인 셈인데 결국 사회일반이 성경읽기에 관심을 가지고 비신앙적 성경덕후를 양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것이 대안이지 않을까 싶다.
위험한 화학물질은 전문인력이 관리감독해야 하듯, 성경이라는 위험한 텍스트는 예수의 가르침에 가중치를 둔 가공과 관리가 필요하다. 현재에 와서 카톨릭이 개신교보다 각광받는건 이런 측면도 큰거 같다.
인간문명의 실상을 맨얼굴로 대면하기 힘든 연약한 멘탈을 가진 사람들은 누구라도 성경의 텍스트에 끌릴 수 밖에 없다. 이 연약한 이들을 무한경쟁의 장으로 다시 내밀어 버리는 개신교보다는 카톨릭에 더 매력을 느끼는 게 요즘 추세인듯하다.
하여튼 싫든 좋든 성경이 사회일반의 관리를 받는 시대의 도래는 그리 멀지 않은거 같다.
신앙없는 일반인들이 편견없이 성경을 읽고 성경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사회적 분위기가 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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