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아는 늘 우리 인생에서 자신의 능력이 닿는 한 최선의 상황을 주려고 한다

하지만 에고에 찌들어 사는 대다수의 인간 입장에선 그 모든 최선이 경험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수밖에 없다



가령 진아 입장에서 내가 교통사고를 한 번 당해서 발을 절뚝 거려야만 하는 것이
향후 몇 백년을 살면서 조금씩 갚아 나가야 할 까르마를 한 번에 털기 위한 가장 합리적 / 효율적인 최선의 방향이기 때문에 일으키는 상황이라고 가정할 때
에고로 중무중한 인간 대부분은 이 일을 "살면서 겪은 최악의 상황"으로 간주하기 쉽다는 소리다.




그래서 견성을 하고 진아를 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치 내 인생엔 나쁜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실제로는 진아가 깨어나면서 묵혀 있던 묵은 탁기를 털어내려다보니
그 명현 현상으로 몸도 아프고 나쁜 일도 겹쳐서 일어나는 등 까르마를 태워내고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매한 인간은 어쩔 수 없이 그걸 들어 "견성했더니 오히려 나쁜 일만 더 일어나잖아!" 라면서 착각할 수 있단 소리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나쁜 일 앞에서 우리가 믿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1. 어차피 인간은 진아가 애초에 설계한 인생의 '전체 범위'를 알지 못한다
어디에 함정이 있고 언제 고꾸라지고 언제 꽃을 피울지는 오직 령과 진아만이 알고 있으며
실질적 주체가 되는 에고인 나는 그걸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1인칭 게임 캐릭터로 체험을 해야만 하는 구조다
즉, 에고인 인간은 병사의 입장이고, 진아는 지휘관의 입장을 취한다
따라서 지휘관에겐 보이는 전장의 상황이 병사에겐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2. 만약 이런 상황에서 "정말 이게 최선이야? 이게 최선이 맞아?"라고 따지기 시작하면 답이 안 나온다
이건 마치 지휘관 보고 "정말 이 길로 진격하는 게 맞아? 너 똑바로 본 거 맞냐고. 다른 길이 있는데도 눈깔이 삐어서 이상한 곳으로 우릴 사지로 모는 거 아냐? 정말 이래서 이길 수 있는 거 맞냐고" 이러는 것과 같다
그렇다. 지휘관도 사람이고 실수를 한다. 그래서 실제로 지휘관이 무능력하면 이상하게 병사를 지휘하는 경우? 당연히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그래서 "따지는 행위" 자체가 이렇다할 결론으로 이어지는가이다.

그 상황에서 이게 최선이였어, 이럴 수밖에 없었어 라고 진아에게 음성으로라도 컨펌을 받아낸다 치자
그럼 또 간사하게도 에고는 "하지만 그러기 존나 싫은데?" 라면서 기껏 '최선이 맞아!'라고 확답을 준
진아의 대답조차 씹어버리기 일수다.

과연 그런 의심을 품고 이건 최선이 아니었어!! 다른 방법이 분명 있었을 거야!! 라고 울부짖고 있는 것이
한끝발이라도 이 정국을 해쳐나가고 인간 행복과 평화로 나아가기 위해 씨알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평생 진아에다 대고 그걸 따지고 있으면 된다.

하지만 그래봤자.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진아는 계속해서 최선의 상황을 나에게 던질 것이고
에고는 계속해서 최선의 상황을 오직 최악의 상황이라고 잘못 판단하며 욕지거리를 뱉어낼 것이기 때문이다.


3. 그래서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믿음이 '진실'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하더라도, 믿음에도 '효율적 가치'가 있다.
내가 믿었던 천국이 실제론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 하더라도 나는 천국이 있다는 전제를 깔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래야 그 천국에 가기 위해, 인간은 한 끝발이라도 더 선한 행동을 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내가 믿었던 극락의 세계가 실제론 전혀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 하더라도, 내가 그것을 믿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선한 행위를 해야만 한다는 당위성이 선다.

내가 진아가 늘 최선의 상황을 나에게 던지고 있다는 믿어야 하는 이유는
설령 진아가 (그럴 리가 없겠지만) 생각보다 최선 / 최고의 상황을 던지는 데에 실패했다 하더라도
에고 입장에선 진아가 일으키는 작금의 현상이 도출 가능한 최선의 결과였다는 믿음을 가져야만
비로소 자기 역할에 충실할 수 있고, 지금 여기서 그럼 더 어떻게 처세하고 행동할 것인지를 생각하기 위해
에너지를 건전한 곳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믿는 이유는 사실 여부 때문이 아니다.
믿는 이유는 '불필요한 의심'을 떨치기 위해서다.


네가 매사에 의심 투성이라면 넌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한다.
그래서 믿음을 가지고 그것이 '진실'일 것이라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상정하더라도
그런 전제를 깔고 나아가는 편이, 의심이나 하는 상태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보단
훨씬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생각 구조를 일으키기 때문인 것이다.





내가 종교를 존나 싫어하는 이유는

바로 이걸 설명해주는 데에 실패해서다.
왜 윽박을 지르나, 왜 강요를 하나.
왜 유물론적으로 증명도 불가능한 천국이나 극락 세계를 가지고는
"아 있다잖아!! 있다는데 왜 ㅈㄹ인데!!" 거리고나 자빠졌으니까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사람을 설득하는 데에 실패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종교를 싫어하는 거다.
지 선배나 스승이 나불댄 교리를 '암기'로만 처외우놓고 그걸 앵무새처럼 나불대는 게 고작인
니들이 난 너무나도 싫다.
니들이 아무 생각없이 나불대는 그 믿음 하나에도 이성적인 측면이 있고, 합리적 측면이 있는데
그런 걸 파악하고 캐내라고 종교를 가지는 건데


니들은 종교를 애초에 왜 가지는지도 똑바로 모르고는 스님을 하고 목사를 하고 있지 않느냐
그래서 내가 종교를 싫어하는 거다.
종교쟁이들 수준이 그것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뭘 종교적으로 설득을 하고 싶으면 이 정도의 고찰 능력과 인사이트 정도는 가지고 살아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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