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기술자의 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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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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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필은 1981년 우리나이 8살 때 국민학교에 입학한다.

할머니가 옷을 입혀 주며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고 신신당부한다.

그리하여 영필의 초등 생활은 선생님 말씀 잘 듣기로 고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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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초등 3학년 때 단체 비판 사건이 있었다.

선생님이 전체 학생들을 교실 앞에 1명씩 세워 번갈아가면서 

전체 학생들의 비판을 들어보는 시간을 갖자고 하신 것이다.

첫번째로 영필을 교실 앞으로 불러 전체 학생들의 비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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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체한다", "잘생긴 줄 착각하고 있다", "여자를 밝힌다"

등등 진짜 얘기, 가짜 얘기 온갖 비판이 난무했다.

영필은 처음에 아이들의 장난처럼 받아들이며 의연하려 했지만

온갖 비판을 받게 되자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선생님은 영필을 들여보내고 단체 비판을 더이상 진행하지 않았다.

영필이 처음이자 마지막 주자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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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교무실에 돌아가 다른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며

학생이 너무 선생님만 바라보고 친구들을 사귀지 않는 것 같아

친구들의 솔직한 생각을 알려주려 했다고 경과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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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전혀 사귀지 않던 영필은 그 사건 이후로 더욱 학생들을

멀리하며 친구를 한명도 사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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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4학년 때 선생님은 토론 수업을 많이 진행하셨다.

학교 생활이나 도덕 생활에 관해 글짓기를 하고 발표해서

학생들이 서로 토론하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영필이 "학구파로 살 것인가 우정파로 살 것인가"에 관해

발표하면서 학구파와 우정파 두 길을 모두 가야 한다고 주장하니

다른 학생이 "토론자는 어느 한쪽 편만 들어야지 양쪽 편을 들어서는

안된다고 선생님이 가르치셨다"며 영필을 비판했다.

그럼에도 영필은 왜 양쪽 편을 들면 안되는지 의아함이 가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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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4학년 때 IQ 검사가 있었는데 점수가 110 밖에 안돼 충격이었다.

자신이 똑똑하다고 여기던 영필은 매우 실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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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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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 2학년 때 IQ 검사가 또 있었는데 초등 때의 결과를 부끄러워한

영필은 다시 점수가 낮을까봐 부정행위를 했다.

문제풀이의 중간시간에 문제지를 덮어놓고 풀지 말아야 하는데

몰래 중간시간에 몇 문제를 더 풀이한 것이다.

결과는 뜻밖에도 IQ 150 이었다.

문제를 너무 많이 풀었나? 대여섯 문제를 더 풀었을 뿐인 것 같은데

가벼운 부정행위 치고는 점수가 너무 높게 나왔다.

IQ 150 이상인 학생은 세력들이 감시하고 관리한다며

학생들이 영필을 감시대상이라고 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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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생활은 따분했다. 고구려 욕살, 백제 방령, 신라 군주

의미없는 파편들, 실제 역사적 사실인지도 불분명한 지식들을

무턱대고 외우라며 강요하는 선생님이 싫었다.

초등 때는 선생님들이 영필을 귀여워해 줬지만 중등 때는

선생님들이 영필을 특별히 귀여워하지 않은 탓도 있어서

영필은 선생님들과 거리가 멀어졌고, 시험공부 때만 문제를 풀 뿐

평소에는 공부에 관심을 갖지 않았으며 무협지를 즐겨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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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이라는 사법시험 합격생 수기를

사다 줘서 열심히 읽으며 사법시험에 관심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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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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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 졸업 방학 때부터 영어, 수학 기초학원에 다니며 고등 공부를

준비했다. 사법시험을 목표에 두다 보니 서울대 법대를 꿈꾸게 돼

공부 욕심이 잔뜩 피어났다.

수학 문제풀이가 너무 재미있어서 틈만 나면 수학 문제를 풀었고

1분 1초를 아껴 가며 깨어 있는 시간에는 공부만 했다.

결국 2학년 때 광주지역 수학경시대회 문과에서 1등을 차지했다.

어느 날은 방정식이 2개이고 변수가 3개인 어려운 문제가 있었는데

"방정식의 기본은 가감법"이라며 방정식 2개의 뺄셈을 하자

방정식 1개와 변수 1개만 남아 쉽게 풀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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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수학은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이 좋았지만 암기 과목은 별로였다.

어릴 때 옥상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쳐 그런지 늘 머리속이 멍하고

또렷한 기억이 되지 않아 뭐든 외우는 걸 싫어했다.

이해력은 좋았지만 암기력은 나빴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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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때까지 수업은 대충대충이었는데 3학년이 되자 학교 수업이

마치 입시 학원처럼 문제풀이 드라이브를 걸며 충실해졌다.

암기과목도 선생님의 문제풀이를 따라가다 보니 점수가 높아졌다.

지식의 또렷한 기억은 안 나는데 객관식 문제를 대충 감으로 찍는 

기술이 발전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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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 1학기 때는 문과에서 전교 2~4등이었는데

2학기 때부터 암기과목 성적이 좋아지면서 문과 1등을 차지했고

마침내 서울대 법대에 합격하며 부분 장학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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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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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때부터 선교 단체에 가입해서 기독교회를 다녔다.

귀신 쫓는 활동에 매료돼 살아계신 하나님을 찾았다며 열중했다.

대학에 올라가면 진리 탐구와 활발한 토론이 있을 거라고

어릴 때부터(초등 4학년 토론 수업 영향)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막상 대학에 가니 진리 탐구도 없고 토론도 없는지라 적잖이 실망한 터에

기독경이 우주의 진리를 가르쳐주고 이단 논쟁을 하면서

토론을 접하게 되니 흥미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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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경전에 미쳐있다 보니 1학년 학업은 엉망이었고

2학년 올라갈 때 성적이 나빠 사법학과가 아닌 공법학과에 배정됐다.

그러다가 예수는 이미 드러난 귀신을 마지못해 쫓았을 뿐인데

이와 달리 선교단체는 드러나지도 않은 귀신을 억지로 불러내서

으시대며 쫓아낸답시고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닌가 의문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기독경을 우연히 딱 펼쳤는데 "귀신을 불러내는 자

(초혼자)에게 가지 말라"는 말씀이 눈에 확 들어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날로 선교단체에서 탈퇴하고 발길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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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다시 사법시험을 준비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공부하는데

법학 교과서 학설 논쟁의 복잡한 근거들을 어떻게 다 외워야 할지

막막해서 좌절했다.

그리고 고3 때 선생님의 문제풀이를 무조건 따라가서 성공한 기억

때문에 대학 교수님의 강의를 무조건 따라가며 의존했으나

대학 강의는 사법시험 수험과 무관한 것이어서 크게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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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암기량에 숨이 턱턱 막히면서 손을 놓고 있는데

다른 학우가 깊이 외우지 말고 개론 수준으로 공부해라,

목차만 외우면 된다고 조언해 줬는데 설마 그게 공부의 정도인가

의문이 들어서 꼼수라고 여기며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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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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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 실패 후 학사장교로 군에 갔는데 고생하는 병사들이 너무

불쌍했다. 힘든 일은 도맡아 하면서 월급도 3~4만원이다.

병사들을 너무 동정하며 엄격함 없이 풀어주다 보니

영필을 우습게 보고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결국 병사들은 영필에게 반말을 하게 됐으나 헌법상의 평등 원칙상

서로 반말하는 게 맞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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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무전기로 군대의 유선전화와 연결할 수 있었는데

분대장이 소대의 유선전화인 200번과 연결할 수 있는지 시도했다.

그런데 무전기 200번은 비행단의 단장님 번호이다.

얼빠진 분대장이 단장님의 무전기(TRS)에 신호를 보낸 것이다.

깜짝 놀란 영필은 황급히 무전기를 빼앗아 신호를 중단시켰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 날을 넘겼는데, 다음 날 순찰 중에

단장님(200번)으로부터 무전기 신호가 걸려왔다.

전날 뭣 때문에 무전을 보냈는지 확인하려 하셨나?

어찌해야할지 몰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다행히 신호가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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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동기로서 같이 근무한 연세대 대학원생이 있었다.

영필: 나는 사법시험은 안될것 같애. 외울 게 너무 많아.

연대생: 어렵게 생각할 것 없어. 내 친구들 다 쉽게 공부해서 합격했어.

영필: 어떻게? 교과서가 그렇게 두꺼운데.

연대생: 교과서 말고 요약서만 봐도 충분해.

영필: 요약서?

연대생: 그럼, 시험에 나오는 것만 뽑아놓은 요약서가 얼마나 좋은데.

영필: 그게 바른 길일까?

연대생: 정도건 아니건 뭐가 중요해? 시험만 합격하면 되지.

영필: 그렇구나, 나는 정보를 모르니까 헤매기만 했네.

연대생: 서울대 법대 학생들 많잖아.

영필: 나는 친구를 안 사귀거든, 그래서 들은 정보가 없어.

연대생: 너 판례도 엉터리로 공부했겠다.

영필: 교과서에 실린 판례를 공부하는 거 아냐?

연대생: 그건 시험에 안 나와. 수험 판례는 따로 있다구.

영필: 그게 무슨 소리야?

연대생: 최근3~5년간 판례에 집중해야 돼.

영필: 최신 판례?

연대생: 그럼. 두말하면 잔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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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잘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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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필은 2003년 군 제대 후 사법시험 준비를 위해 서울대 옆의 신림동

고시촌에 들어갔다.

그러나 눈꺼풀 안쪽에 염증이 생기고 고름이 나와 책을 볼 수가 없었다.

공부를 못하게 된 영필은 라디오를 꺼내 들었는데 고장나는 바람에 

KBS1라디오만 수신됐다.

라디오를 듣다가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도서관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

daum agora 토론장에서 "잘살자"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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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음양(2태극)의 양당 체제를 극복하고 3태극의 조화를 본받아

번영당, 복지당, 평화당 3당 체제를 건설하자는 내용이었다.

당시 정치현실에서 복지당이 가장 미약하므로 최대한 지원했다.

그랬더니 진보의 노회찬, 심상정이 뜨고 지지율 30%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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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분양가 상한제를 제안했더니 실제로 정책에 반영됐다.

다만 저렴하게 분양받은 후 제3자에게 전매하지 못하도록 막고

환매를 통해서만 처분하도록 제한했어야 하는데 반영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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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에 올인한 한국의 처절한 교육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대학 졸업장과 졸업증명을 "한국대"로 통합하자고 제안했더니

진보에서 공동학위제를 주장하며 의견이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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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잘살자"라는 닉네임이 Well-being으로 번역되어

사회에 유행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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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은 도서관 디지털자료실에서 인터넷에 절대권력에 대한 글을 쓰고

집에 돌아와 라디오를 켜니 바로 절대권력 얘기가 나오는 게 아닌가.

영필은 깜짝 놀라며 나는 지금 감시당하는 중이라는 망상에 빠졌다.

중학 IQ 150 때 학생들이 감시세력을 얘기한 때부터가 생각나며

나의 활동을 세력들이 감시하는 게 아닌가 음모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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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망상을 떨쳐내기 위해 인터넷을 끊고 서울을 떠나 낙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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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사법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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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향 전날 고시원의 재활용터에 누가 문제지를 버려놓은 걸 봤다.

사법시험 모의고사 문제지였다. 흥미가 생겨서 챙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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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시험 때까지 석달 남짓 남아 시간이 없으니 서울에서 챙겨온

문제지 위주로 공부하고, 최신 판례를 사서 공부했다. 벼락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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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004년 1차시험에서 90점으로 합격했다.

컷트라인 85점 정도였으니 괜찮은 점수이다.

순전히 최신 판례에서 문제가 많이 나온 덕분이었다. 요행이지.

모의고사 문제지도 도움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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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좋아 2차시험 준비를 하려는데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 벌어져

매우 실망했고 법에 대한 호감도가 뚝 떨어져 방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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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두번째 2차시험에 4일 동안 한양대학교에서 응시하는데

저녁에 대학 도서관에서 본 벽보의 판례가 세상에! 시험에 나왔다!

즉 도서관 휴게실의 벽보에 신간 형법 교과서의 서문이 붙어 있는데

사문서위조죄에 관한 변경된 최신 판례가 소개돼 있었다.

죽은 사람이나 허무인 명의의 문서 위조도 처벌 가능하다는 판례이다.

그제서야 알게 된 최신 판례였는데 2차시험에 나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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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도움이 돼 마침내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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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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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가 돼 이런저런 일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게 살다보니

후배 검사도 들어오고 선배 검사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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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야, 영필아, 너는 왜 매번 내 친구만 수사하니?

영필: 예? 무슨 말씀인지?

선배: 이번에 너가 조사하는 김 사장 말이야, 내 친구잖아.

영필: 아, 그렇습니까?

선배: 야 너무 그러지 마라, 걔 알고보면 속 깊고 착한 애다.

영필: 네, 알겠습니다.

선배: 잘해, 지켜보겠어.

영필: 걱정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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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선배님, 어떻게 됐습니까?

영필: 이번 수사는 접어라.

후배: 왜요?

영필: 알고보니 김 사장 그 사람 아주 착하대.

후배: 무슨 소리입니까? 서민 지갑을 털어간 사기꾼이라구요.

영필: 조용, 까라면 깔 일이지 무슨 말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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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필은 군대에서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후배들에게 엄격함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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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필: 선배님, 부르셨습니까?

선배: (서류를 던져주며) 영필아, 너 이 사람 뒤 좀 캐봐라.

영필: 이 사람이 무슨 범죄라도 저질렀습니까?

선배: 아 거 답답한 소리 하고 있네, 그냥 캐란 말이야.

영필: 막무가내로요?

선배: 야,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어디 있어! 뭐라도 나오겠지.

영필: 무슨 연유라도 있는지?

선배: 이 사람 너무 건방져, 인사를 하려면 지갑을 열고 성의를 

보여야 할 거 아냐, 나를 무시했다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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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선배님, 이번엔 무슨 일입니까?

영필: (서류를 던져주며) 이 사람 조사 좀 해야겠다.

후배: 무슨 죄인데요?

영필: 몰라, 일단 캐고 봐.

후배: 인권이 있는데, 이래도 되는 겁니까?

영필: 조용, 까라면 깔 일이지 무슨 말이 많아.

후배: 선배님, 강약약강 아니십니까?

영필: 강약약강? 그게 뭔데?

후배: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다!

영필: 이 자식, 선배한테 버릇없이.

후배: 선배 검사에게 쓴소리할 결기는 없고, 

후배에게만 센 척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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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영필은 강약약강이었다.

어려서 부모님 말씀 잘듣고, 학생 때 선생님 말씀 잘듣고

검사 때 선배님 말씀 잘듣고, 말잘듣는 강아지 신세.

그러면서 자기 후배들도 자신처럼 강아지 행세하기를 바란다.

그러니 후배 강아지들에게 엄격함을 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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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검찰 조직의 잔꾀와 꼼수에 넌더리가 난 영필은 퇴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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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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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때부터 틀에 박힌 필기시험 공부로 이성과 철학이 마비돼

잔꾀와 꼼수만 찾던 영필은 반성하고 퇴직 후 진리 탐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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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과 기독경을 열심히 읽으며 우주의 진리를 탐색해 보니

불교도 진리고 기독교도 진리고 이슬람도 진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여러 종교의 세계관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지?

그런데 우주의 저 많은 별들이 아무 의미 없는 낭비일까?

결국 은하계마다 서로 종교가 다른 게 아닐까?

불교인은 부처은하계로, 기독교인은 기독은하계로,

무슬림은 이슬람은하계로 서로 갈라져서 따로 살게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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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경우 우리 은하계는 어떤 은하계일까?

우리 은하계의 태초 원래 모습은 자연을 보면 알 수 있겠지.

우리 자연은 약육강식과 우승열패가 지배하는 정글이었다.

그렇다, 우리 은하계는 정글 은하계였다.

그런데 어떻게 오늘날 인간 사회에 법과 정의가 기본을 이루게 됐을까?

하늘에 대적한 루시퍼의 도전이 떠올랐다.

아, 금욕천사 루시퍼가 혁명을 일으켰구나.

정글파와 금욕파가 전쟁을 벌이고 정의파가 중재를 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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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생각하기도 하고, 꿈에서 힌트를 얻기도 하고 보람찬 나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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