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사왕이 다시 말하였다.
“사문 구마라가섭께서 아무리 그렇게 말한다 해도 나는 그저 이렇게 보고 이렇게 말합니다.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은 없다〉고 말입니다.”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
“비사여, 또 이보다 더한 악함도 있습니까?”
비사왕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가섭이시여, 더 심한 악함도 있습니다. 내게는 우사(右伺)5)가 있는데 죄인을 붙잡아 가지고 내게 와서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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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송(宋)ㆍ원(元)ㆍ명(明) 3본에는 유사(有司)로 되어 있는데 어떤 일을 담당한 관리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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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이여, 이 사람은 죄가 있습니다. 원컨대 왕께서 다스려주십시오.’
나는 그에게 말하였습니다.
‘이 죄인을 잡아다 산 채로 저울에 달아 보고 산 채로 달아 본 뒤에는 도로 땅에 내려놓고 노끈으로 목을 매어 죽인 다음에 다시 달아 보아라.’
나는 이 사람이 언제 제일 가볍고 부드럽고 연하며 빛깔은 광택이 있어 좋은가, 즉 죽은 때가 더 좋은지 살아 있을 때가 더 좋은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그는 내가 시키는 대로 그 죄인을 잡아다 산채로 달아 보고 달아 본 다음에는 도로 땅에 내려놓고 노끈으로 목을 졸라 죽인 뒤에 다시 달아 보았습니다. 그 죄인은 살아 있었을 때에는 가장 가볍고 부드럽고 연하며 빛깔도 광택이 있어서 좋았지만,
그 사람이 죽고 나자 가죽은 갈수록 무겁고 뻣뻣해져서 부드럽고 연하지 않았으며 빛깔도 광택이 없었습니다.
가섭이시여, 이 일로 말미암아 나는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
“비사여, 내가 다시 비유를 들어 말할 것이니 들어보시오.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를 들어 말하면 곧 그 뜻을 잘 알 것이오.
비사여, 비유하면 마치 쇠 탄알이나 혹은 쇠 보습을 진종일 불에 달구면 그것이 그 당시에는 아주 가볍고 부드럽고 연하며 빛깔도 광택이 있어 좋지만,
만일 불이 꺼져버리고 점점 식게 되면 갈수록 엉겨 무거워지고 단단해져서 부드럽지도 않고 연하지도 않으며 빛나던 광택도 없어진다오.
이와 같이 비사여, 만일 사람이 살았을 때에는 몸이 아주 가볍고 부드럽고 연하며 광택이 있어 좋지만,
만일 그가 죽고 나면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무거워지고 뻣뻣해지며 부드럽지도 않고 연하지 않으며 빛나던 광택도 없어진다오.
비사여, 당신은 마땅히 이렇게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이치를 관찰해야 하며 육안으로 본 것을 가지고 함부로 생각하지 마시오.
비사여, 만일 어떤 사문 범지가 욕심을 끊어서 욕심을 여의고 욕심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고 성냄을 끊어서 성냄을 여의고
성냄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며 어리석음을 끊어서 어리석음을 여의고 어리석음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면,
그는 사람의 눈보다 뛰어난 청정한 천안(天眼)으로 중생들이 죽는 때와 나는 때, 좋은 빛깔과 나쁜 빛깔, 혹은 묘하고 묘하지 않음, 좋은 곳과 나쁜 곳으로 왕래하는 것을 보고
그것은 그 중생들이 지은 업을 따르는 것이라는 참다운 이치를 보는 것이오.”
비사왕이 다시 말하였다.
“사문 구마라가섭께서 아무리 그렇게 말하여도 나는 그저 이렇게 보고 이렇게 말합니다.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은 없다〉고 말입니다.”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
“비사여, 또 이보다 더한 악함도 있습니까?”
비사가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가섭이시여, 더 심한 악함도 있습니다. 내게는 우사가 있어 죄인을 붙잡아 가지고 내게 와서 말하였습니다.
‘천왕이여, 이 사람이 죄를 지었습니다. 원컨대 왕께서 다스리십시오.’
나는 그에게 말하였습니다.
‘이 죄인을 잡아다 쇠 가마솥에 거꾸로 처넣거나 혹은 구리쇠가마솥 안에 넣고 그 위를 꼭 덮은 다음 밑에서 불을 지펴라. 불을 지피고는 중생이 들어가는 때와 나오는 때와 가고 오며 돌아다니는가를 관찰해 보아라.’
그는 내 분부를 받고 이 죄인을 잡아다 쇠 가마솥 안에 거꾸로 처넣거나, 혹은 구리쇠 가마솥 안에 넣고 그 위를 꼭 덮은 다음 밑에서 불을 지폈습니다. 밑에서 불을 지피고는 중생의 들어가는 때와 가고 오며 돌아다니는가를 관찰하였습니다.
가섭이시여, 나는 이와 같은 방편을 썼지만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것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이 일로 말미암아 나는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
“비사여, 내가 이제 당신에게 물을 것이니 아는 대로 대답하시오. 당신 생각에는 어떠하오.
만일 당신이 좋아하는 아주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낮에 평상에 누워 잠을 자다가 당신은 혹 꿈속에서 동산과 목욕하기 좋은 못ㆍ풀ㆍ나무ㆍ꽃ㆍ 과실ㆍ맑은 샘ㆍ긴 강에서 마음껏 유희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꿈을 꾼 기억이 있습니까?”
비사가 대답하였다.
“예전에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가섭이 다시 물었다.
“만일 당신이 좋아하는 아주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낮에 평상에 누워 잠을 잘 때 혹 숙직하는 시자가 있었습니까?”
“있었습니다.”
가섭이 다시 물었다.
“만일 당신이 좋아하는 제일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낮에 평상에 누워 잠을 잘 때 꿈속에서 숙직하는 측근 신하가 혹 당신이 드나들고 돌아다니며 왕래하는 것을 본 사람이 있습니까?”
비사가 대답하였다.
“비록 이인(異人)이라 하더라도 볼 수가 없을 것인데 더구나 좌우에서 숙직하는 시자이겠습니까?”
“비사여, 당신은 마땅히 이와 같이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이 있음을 관찰해야 하며, 육안으로 본 것을 가지고 함부로 생각하지 마시오.
비사여, 만일 어떤 바라문이나 범지가 욕심을 끊어서 욕심을 여의고 욕심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고 성냄을 끊어서 성냄을 여의고 성냄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며 어리석음을 끊어서 어리석음을 여의고 어리석음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면,
그는 사람의 눈보다 뛰어난 청정한 천안으로써 이 중생들이 죽는 때와 나는 때, 좋은 빛깔과 나쁜 빛깔, 혹은 묘하고 묘하지 않음, 좋은 곳과 나쁜 곳으로 왕래하는 것을 보고
그것은 그 중생들이 지은 업을 따르는 것이라는 참다운 이치를 깨닫는 것이오.”
비사왕이 다시 말하였다.
“사문 구마라가섭께서 아무리 그렇게 말하여도 나는 그저 이렇게 보고 이렇게 말합니다. 〈중생은 다시 태어나는 일이 없다〉고 말입니다.”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
“비사여, 또 이보다 더한 악함이 있습니까?”
비사가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가섭이시여, 다시 그보다 더한 악함이 있습니다. 내게는 우사가 있는데 그가 죄인을 잡아 가지고 내게 와서 말하였습니다.
‘천왕이여, 이 사람이 죄를 지었습니다. 원컨대 왕께서 다스리십시오.’
나는 그에게 말하였습니다.
‘이 죄인을 잡아다 가죽을 벗기고 살을 저미고 힘줄을 끊고 뼈를 부수고 뼈 속 골수에 이르기까지 그렇게 하면서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이 있는지를 살펴보아라.
그는 내 분부를 받고 이 죄인을 잡아다 가죽을 벗기고 살을 저미고 힘줄을 끊고 뼈를 부수고 다시 뼈 속 골수를 끄집어내는 일에 이르기까지 그렇게 하면서
중생들이 다시 태어나는 일이 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나는 이러한 방편을 써서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이 있는지를 찾아보았지만 끝내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이 일로 말미암아 나는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
“비사여, 내가 다시 비유를 들어 말할 것이니 들어 보시오.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를 들면 곧 그 뜻을 잘 아는 법이라오.
비유하면 마치 불을 섬기는 머리 땋은 범지(梵志)와 같습니다.
집은 길가 가까이 있었고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상인(商人)들의 숙소가 있었습니다.
그때 모든 상인들은 밤이 지나고 이른 아침이 되자 바쁜 걸음으로 떠나느라 한 어린애를 잊어버리고 갔습니다.
그때 불을 섬기는 머리 땋은 범지가 일찍 일어나 상인의 숙소로 갔다가 주인을 잃고 혼자 있는 한 어린애를 보았습니다. 그는 그 어린애를 보고 생각하였다.
‘지금 이 어린애는 의지할 데가 없다. 내가 기르지 않으면 틀림없이 죽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그는 곧 그 애를 안고 집으로 돌아가 길렀습니다. 그 아이가 차츰 자라나서 모든 감관을 성취하였습니다. 그때에 불을 섬기는 머리 땋은 범지가 속세에 작은 볼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범지는 이 소년에게 명령하였습니다.
‘내가 작은 볼 일이 있어 잠시 마을로 간다. 너는 부디 불씨를 꺼뜨리지 말라.
만일 불씨가 꺼지거든 너는 이 불비비개를 가지고 불을 일으키도록 하라.’
그때 불을 섬기는 머리 땋은 범지는 잘 타일러 말하고 나서 곧 마을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그가 떠난 뒤에 소년은 밖에 나가 놀다가 그만 불을 꺼뜨렸습니다.
그는 돌아와 불을 일으키려고 곧 불비비개를 가지고 땅에다 두드리면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불아 일어나라. 불아 일어나라.’
그러나 불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다시 돌 위에다 힘껏 두드리면서 말하였습니다.
‘불아 일어나라. 불아 일어나라.’
그러나 불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불이 일어나지 않자 그는 곧 불비비개를 부수어 열 조각 백 조각으로 만들어 내다 버리고 땅에 앉아서 ‘불을 얻을 수 없으니 장차 어떻게 할까’ 하며 걱정하였습니다.
그때에 불을 섬기는 머리 땋은 범지가 마을에서 볼 일을 마치고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와서 물었다.
‘아가야, 너는 놀지 않고 불씨를 잘 보살펴
꺼지지 않게 하였느냐?’
소년은 ‘존자님, 제가 나가 노는 사이에 불이 그만 꺼져버렸습니다.
제가 돌아와 불을 구하려고 불비비개를 가지고 땅을 두드리면서 〈불아, 일어나라. 불아, 일어나라〉 하고 말했으나 불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다시 돌 위에다 힘을 주어 두드렸습니다. 〈불아, 일어나라. 불아, 일어나라〉 하고 외쳐댔는데도 불은 결국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불이 일어나지 않으므로 곧 불비비개를 부수어 열 조각 백 조각으로 만들어 내다 버리고 땅에 앉았습니다.
존자여, 나는 이렇게 불을 구하였지만 불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그때에 불을 섬기는 머리 땋은 범지는 곧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지금 이 소년은 너무도 미련하고 아는 게 없다.
분명하게 잘 이해하지도 못하며 지혜도 없다.
왜냐하면 인식하는 것이 없는 불비비개한테 이런 생각을 가지고 불을 구하였기 때문이다.’
이에 불을 섬기는 머리 땋은 범지는 조화(燥火)를 가지고 화모(火母)를 문질렀습니다. 땅에다 대고 그것을 문지르자 곧 불이 일어나더니 점점 성해졌습니다. 그는 소년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아가야, 불을 구하는 법은 마땅히 이렇게 해야 한다. 너는 미련하여 아는 게 없고, 게다가 지혜마저 없어서 인식작용이 없는 불비비개한테 그런 생각을 가지고 불을 구하였으니 그와 같은 일을 하여서는 안 된다.’
마땅히 아시오. 비사도 또한 이와 같소. 미련하여 잘 해득하지 못하고 지혜도 없어 인식작용이 없는 죽은 살이나 나아가 뼈 속 기름에서 중생의 생을 구하였으니 말입니다.
비사여, 당신은 마땅히 이렇게 중생의 생을 관찰해야 하며 육안(肉眼)으로 본 것을 가지고 함부로 생각하지 마시오.
비사여, 만일 어떤 사문 범지가 탐욕을 끊어서 탐욕을 여의고 탐욕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고 성냄을 끊어서 성냄을 여의고 성냄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며 어리석음을 끊어서 어리석음을 여의고 어리석음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면,
그는 사람의 눈보다 뛰어난 청정한 천안으로써 이 중생들이 죽는 때와 나는 때, 좋은 빛깔과 나쁜 빛깔, 혹은 묘하고 묘하지 않음, 좋은 곳과 좋지 않은 곳으로 왕래하는 것을 보고
그것은 그 중생들이 지은 업을 따르는 것이라는 참다운 이치를 깨달은 것이오.”
비사왕이 다시 말하였다.
“사문 구마라가섭께서 아무리 그런 말을 하여도
나는 그저 견취(見取)ㆍ욕취(欲取)ㆍ에취(恚取)ㆍ포취(怖取)ㆍ치취(癡取)를 끝내 버릴 수가 없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만일 다른 나라 사람들이 들으면 곧 ‘비사왕은 자기주장이 있어 오랫동안 받아 가지고 있었지만
저 사문 구마라가섭에게 항복하고 그의 다스림을 받아 그것을 끊고 버렸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이 견취ㆍ욕취ㆍ에취ㆍ포취ㆍ치취를 끝내 버릴 수가 없습니다.”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
“비사여, 내가 비유를 들어 말할 것이니 들으시오.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를 들어 말하면 곧 그 뜻을 잘 아는 법이오.
비사여, 비유하면 마치 두 사람의 벗과 같소.
어떤 두 사람이 집을 떠나 돈벌이를 나갔소. 그들이 길을 갈 때에 맨 처음 주인 없는 매우 많은 삼[麻]을 보았소. 한 사람은 그걸 보고는 곧 친구에게 말하였소.
‘너는 마땅히 알아야 한다. 지금 여기 매우 많은 삼이 있는데 주인이 없다. 나는 너와 함께 나누어 가지고자 한다. 한 짐 무겁게 지고 집으로 가지고 가면 살림살이에 보탬이 될 것이다.’
그리고는 곧 한 짐 잔뜩 무겁게 지고 갔소. 그들은 다시 길에서 주인이 없는 많은 무명실[劫貝:木棉]과 무명으로 만든 옷을 보았소.
또 주인이 없는 많은 은을 보았소.
한 사람은 그걸 보고는 짊어지고 가던 삼을 버리고 다시 은을 한 짐 잔뜩 무겁게 짊어지고 갔소.
다시 길에서 주인이 없는 많은 금 덩어리를 보았소. 그러자 은을 지고 가던 사람은 삼을 진 사람에게 말하였소.
‘너는 이제 마땅히 알라. 주인이 없는 금이 이렇게 많으니 너는 삼을 버려라.
나도 은을 버리겠다.
나는 너와 함께 이 금을 지고 가고자 한다. 한 짐 무겁게 지고 집으로 가지고 가면 살림살이에 보탬이 될 것이다.’
저 삼을 진 사람은 은을 진 사람에게 말하였소.
‘나는 이 삼을 이미 잘 쌌고 단단하게 묶었으며 멀리서부터 여기까지 지고 왔다.
나는 결코 버릴 수 없으니 너는 네 일이나 잘 알아 하고 내 걱정은 하지 말라.’
그러자 은을 지고 가던 사람은 삼 짐을 억지로
빼앗아 땅에 메쳐 허물어 버렸다.
저 삼을 지고 가던 사람은 은을 지고 가던 사람에게 말하였다.
‘너는 이미 내 짐을 이렇게 허물어 버렸다.
내 이 삼 짐은 단단하게 묶여져 있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멀리까지 지고 여기에 이르렀다.
나는 끝까지 이 삼을 지고 돌아갈 것이며 결코 버리지 않을 것이다. 너는 네 일이나 알아서 하고 내 걱정은 하지 말라.’
저 은을 지고 가던 사람은 곧 은 짐을 버리고 금을 무겁게 지고 돌아갔다. 금을 진 사람이 돌아가자, 부모는 멀리서 금을 지고 오는 것을 보고는 찬탄하면서 말하였다.
‘잘 왔다. 현명한 아들아, 빨리도 왔구나. 현명한 아들아, 너는 이 금으로 말미암아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을 것이며, 부모 공양은 물론 처자ㆍ노비ㆍ하인들에게도 공급해 줄 수 있을 것이며 또 사문 범지들에게도 보시하여 복이 점점 많아질 것이며 마침내는 좋은 과와 좋은 과보로 천상에 태어나서 장수(長壽)를 누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저 삼을 지고 온 사람이 그 집으로 돌아갔을 때 부모는 멀리서 삼을 지고 돌아오는 아들을 보고 꾸짖어 말하였소.
‘너 죄인이 왔구나. 덕도 없는 사람이 왔구나. 너는 이까짓 삼을 가지고서는 도저히 생활할 수도 없고 부모 공양은 물론 처자ㆍ노비ㆍ하인들에게 공급해 줄 수도 없으며, 또한 사문이나 모든 범지들에게 보시하여 복을 지어 점점 많아져서 좋은 과와 좋은 과보로 천상에 태어나서 장수할 수도 없을 것이다.’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비사도 이와 같소.
만일 당신이 이 견취ㆍ욕취ㆍ에취ㆍ포취ㆍ치취를 끝끝내 버리지 못하면 당신은 결국엔 한량없이 많은 악을 받고 또한 여러 사람의 미움을 받을 것이오.”
비사왕이 다시 말하였다.
“사문 구마라가섭께서 아무리 그렇게 말하여도 나는 그저 이 견취ㆍ욕취ㆍ에취ㆍ포취ㆍ치취를 끝끝내 버릴 수가 없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만일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 말을 들으면 〈비사왕은 자기주장이 뚜렷하여 오랫동안 받아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는 저 사문 구마라가섭에게 항복하고 다스림을 받아 그것을 끊어 버렸다〉고 말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이 견취ㆍ욕취ㆍ에취ㆍ포취ㆍ치취를 끝내 버릴 수가 없습니다.”
“비사여, 내가 다시 비유를 들어 말할 것이니 들어보시오.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를 들어 말하면 곧 그 뜻을 빨리 아는 법이오.
비사여, 비유하면 마치 어떤 장사꾼과 같소.
어느 장사꾼이 대중과 함께 1천 대의 수레를 가지고 넓은 벌판길을 가고 있었소.
그 대중 가운데에는 또한 두 주인이 있었소. 그들은 이렇게 생각하였소.
‘우리들이 어떻게 하면 이 어려움을 벗어날 수 있을까?’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소.
‘우리들이 이 대중을 두 부대로 나누어 한 부대에 각각 500명씩 배치하자.’
그 장사꾼들은 곧 대중을 두 부대로 나누어 한 부대를 각각 500명씩 배치하였소.
그런데 어떤 다른 주인 상인이 500대의 수레를 거느리고 넓은 벌판길에 이르렀소. 주인 장사꾼은 언제나 앞서서 길을 인도하였소.
어떤 사람이 길 곁에서 오는 것을 보았소. 옷은 다 젖고 몸은 검고 머리는 누르며 두 눈은 아주 빨갛고, 족두리꽃으로 만든 꽃다발을 차고 나귀가 끄는 수레를 탔는데, 진흙이 두 바퀴에 잔뜩 묻어 있었소.
그 주인 장사꾼은 그 모양을 보고 물었소.
‘저 거칠고 넓은 벌판길에 비가 오던가? 거기에 신선한 물과 땔나무, 그리고 풀이 있던가?’
그는 대답하였다.
‘거칠고 넓은 벌판길에는 하늘에서 큰비가 내려 아주 신선한 물이 많고 또 땔나무와 풀로 풍족하다. 너희들은 묵은 물과 땔나무와 풀을 버려 수레의 짐을 덜어주어 지치게 하지 말라. 너희들은 오래지 않아 신선한 물과 땔나무와 풀을 얻게 될 것이다.’
그 주인 장사꾼은 그 말을 듣고 곧 돌아가 여러 상인들에게 말하였소.
‘나는 앞서 가다가 어떤 사람이 길 반대편에서 오는 것을 보았는데 옷이 다 젖어 있었고 몸은 검고 머리는 누르며 두 눈은 아주 빨갛고, 족두리꽃으로 만든 꽃다발을 차고 나귀가 끄는 수레를 타고 있었소. 진흙이 두 바퀴에 잔뜩 묻어 있기에 내가 그에게 물었소.
〈거칠고 험난한 길에 비가 오던가? 거기는 신선한 물과 땔나무와 풀이 있던가?〉
그는 내게 대답하였다.
〈거칠고 험난한 길에 하늘에서
큰비가 내려 아주 신선한 물이 많고 또 땔나무와 풀도 풍부하다. 너희들은 묵은 물과 땔나무와 풀을 버려 수레의 힘을 덜어주어 지치게 하지 말라. 너희들은 오래지 않아 신선한 물과 땔나무와 풀을 얻을 것이다.〉
여러 상인들이여, 우리들은 이 묵은 물과 땔나무와 풀을 버리자. 그렇게 하면 오래지 않아 새로운 물과 땔나무와 풀을 얻을 것이니 수레를 지치게 하지 말자.’
저 상인들은 곧 묵은 물과 땔나무와 풀을 버리고 온종일 길을 갔으나, 신선한 물은커녕 땔나무와 풀도 얻지 못하였소. 2일ㆍ3일 나아가 7일 동안 길을 갔으나 그래도 여전히 신선한 물은커녕 땔나무나 풀도 얻지 못하였소. 그리고 7일이 지난 뒤에는 식인귀(食人鬼)에게 살해당하고 말았소.
두 번째 주인 장사꾼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앞서간 주인 장사꾼이 이미 험난한 길을 지나갔다. 우리들은 이제 어떤 방법을 써서 이 험난한 고비를 벗어날 수 있을까?’
두 번째 주인 장사꾼은 이렇게 생각한 뒤에 500대의 수레를 이끌고 배고프고 험난한[飢儉] 길에 이르렀소.
두 번째 주인 장사꾼은 앞에서 길을 인도하고 있었소. 그러다가 어떤 사람이 길 반대편에서 오는 것을 보았는데 옷은 다 젖어 있었고 몸은 검고 머리는 누르며 두 눈은 아주 빨갛고, 족두리꽃으로 만든 꽃다발을 차고 나귀가 끄는 수레를 타고 있었소. 그 수레는 진흙이 두 바퀴에 잔뜩 묻어 있었소. 주인 장사꾼은 그를 보고 물었소.
‘거칠고 험난한 벌판에 비가 오던가? 거기에 신선한 물과 땔나무와 풀이 있던가?’
그는 대답하였소.
‘거칠고 험난한 벌판길에 하늘에서 큰비가 내려 아주 신선한 물이 많고 또 땔나무와 풀도 풍부하다. 그러니 너희들은 묵은 물과 땔나무와 풀을 버려 수레의 짐을 덜어 지치게 하지 말라. 너희들은 오래지 않아 신선한 물과 땔나무와 풀을 얻을 것이다.’
두 번째 주인 장사꾼은 그 말을 듣고 곧 돌아가 모든 상인에게 말하였다.
‘내가 앞서 가다가 어떤 사람이 길 반대편에서 오는 것을 보았다. 옷은 다 젖어 있었고 몸은 검고 머리는 누르며 두 눈은 아주 빨갛고, 족두리꽃으로 만든 꽃다발을 차고
나귀가 끄는 수레를 탔는데, 두 바퀴에는 진흙이 잔뜩 묻어 있었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거칠고 험난한 벌판길에 비가 오던가? 거기에도 신선한 물과 땔나무와 풀이 있던가?〉
그는 내게 대답하였다.
〈거칠고 험난한 벌판길에 하늘에서 마침 큰비가 내려 아주 신선한 물이 많고 또 땔나무와 풀도 풍부하다. 그러니 너희들은 묵은 물과 땔나무와 풀을 버려서 수레의 짐을 덜어 풍부하게 하지 말라. 너희들은 오래지 않아 신선한 물과 땔나무와 풀을 얻을 것이다.〉
여러 상인들은 말하였다.
‘그러나 우리들은 아직 묵은 물과 땔나무와 풀을 버릴 수 없다. 만일 신선한 물과 땔나무와 풀을 얻게 되면 그 뒤에 버려도 늦지 않다.’
이렇게 말하면서 그들은 묵은 물과 땔나무와 풀을 버리지 않고 온종일 길을 갔지만 신선한 물이나 땔나무와 풀을 얻지 못하였소. 2일ㆍ3일 나아가 7일 동안을 길을 걸어갔지만 그래도 여전히 새로운 물과 땔나무나 풀을 얻지 못하였소.
둘째 주인 장사꾼은 앞서갈 때에 앞의 첫째 주인과 모든 상인들이 식인귀에게 살해된 것을 보았소. 주인 장사꾼은 그것을 보고 모든 상인들에게 말하였소.
‘너희들은 앞의 주인 장사꾼을 보라. 미련하고 지혜가 없어, 이미 제몸을 죽였고 또 모든 사람까지 죽였다. 너희 상인들이여, 만일 앞서 갔던 모든 상인들의 물건을 가지고 싶은 생각이 있거든 그대들 마음대로 가져라.’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비사도 역시 이와 같소. 만일 당신이 그 견취ㆍ욕취ㆍ에취ㆍ포취ㆍ치취를 끝내 버리지 않으면 당신은 곧 한량없는 악을 받고 또한 여러 사람의 미움을 받게 될 것이오. 마치 앞의 첫째 주인 장사꾼과 그를 따라 가던 모든 상인과 같은 지경이 될 것이오.”
비사왕이 다시 말하였다.
“사문 구마라가섭께서 아무리 그렇게 말을 하여도 나는 이 견취ㆍ욕취ㆍ에취ㆍ포취ㆍ치취를 끝내 버릴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만일 다른 나라 다른 사람들이 이 말을 들으면, 비사왕은 자기주장이 뚜렷하여 오랫동안 받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저
사문 구마라가섭에게 항복하고 다스림을 받아 그것을 끊어 버렸다’고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섭이시여, 이 때문에 나는 이 견취ㆍ욕취ㆍ에취ㆍ포취ㆍ치취를 끝내 버릴 수 없습니다.”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
“비사여, 다시 내가 비유를 들어 말할 터이니 들어보시오.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를 들어 말하면 곧 그 뜻을 쉽게 아는 법이오.
비사여, 마치 두 사람이 떡 내기를 하는 것과 같소.
첫째 도박꾼은 떡을 훔쳐 먹는 데, 한 개ㆍ두 개ㆍ세 개를 먹거나 혹은 여러 개를 먹었소.
둘째 도박꾼은 곧 이렇게 생각하였소.
‘이 사람이 서로 내기를 하자더니 자꾸 나를 속이고 떡을 훔쳐 먹는데, 한 개ㆍ두 개ㆍ세 개, 혹은 여러 개를 먹었다.’
이렇게 하는 것을 보고 그는 첫째 도박꾼에게 말하였소.
‘나는 이제 좀 쉬겠다. 뒤에 다시 놀자.’
그리고는 둘째 도박꾼이 거기서 떠나자 재빠르게 그 떡에 독약을 발랐다. 독약을 바른 뒤에 그가 돌아와 그 동무에게 말하였소.
‘오너라. 같이 놀자. 어서 와서 놀자.’
첫째 도박꾼은 다시 떡을 훔쳐 먹었는데, 한 개ㆍ두 개ㆍ세 개, 혹은 여러 개를 먹었소. 떡을 먹자마자 곧 눈을 부릅뜨고 거품을 토하면서 죽으려고 하였소. 그러자 둘째 도박꾼은 첫째 도박꾼을 향하여 곧 게송으로 말하였소.
그 떡에는 독약을 발랐는데
너는 욕심내어 먹느라 깨닫지 못했구나.
떡 때문에 날 속이는 죄에 걸려
후생에 반드시 고통을 받으리라.
마땅히 아셔야 하오. 비사도 역시 이와 같소. 만일 당신이 이 견취ㆍ욕취ㆍ에취ㆍ포취ㆍ치취를 끝내 버리지 못하면 당신은 곧 한량없는 악을 받고 또한 여러 사람의 미움을 받을 것이오. 마치 도박꾼이 떡 때문에 남을 속이다가 도로 자기가 재앙을 받는 것과 같을 것이오.”
비사왕은 다시 말하였다.
“사문 구마라가섭이시여, 아무리 그런 말을 해도 나는 그저 이 견취ㆍ욕취ㆍ에취ㆍ포취ㆍ치취를 끝내 버릴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만일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 말을 들으면 ‘비사왕은 자기주장이 뚜렷하여 오랫동안 받들어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저 사문 구마라가섭에게 항복하고 다스림을 받아 그것을 끊고 버렸다’고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섭이시여, 이 때문에 나는 이 견취ㆍ욕취ㆍ에취ㆍ포취ㆍ치취를 끝내 버릴 수 없습니다.”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
“비사여, 내가 다시 비유를 들어 말할 것이니 들어보시오.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를 들어 말하면 곧 그 뜻을 쉽게 아는 법이오.
비사여, 비유하면 마치 돼지를 기르는 사람과 같소.
돼지 기르는 사람이 길을 갈 때에 주인이 없는 마른 똥이 많이 있는 것을 보고 곧 이렇게 생각하였소.
‘이 똥을 가지고 가면 많은 돼지를 배불리 먹일 수 있겠구나. 나는 저것을 취하여 소중히 가지고 가야겠다.’
그리고는 곧 그 똥을 취하여 짊어지고 갔소. 그가 길을 가는 도중에 큰비를 만나 똥물이 흘러내려 그 몸을 더럽혔지만 끝까지 버리지 않고 지고 갔소.
그리하여 그는 곧 제 자신이 한량없는 이러한 모진 일을 당했고 또한 여러 사람들의 미움도 받았소.
마땅히 아시오. 비사도 역시 그와 같소. 만일 당신이 저 견취ㆍ욕취ㆍ에취ㆍ포취ㆍ치취를 끝내 버리지 않으면 당신은 곧 한량없이 나쁜 일을 받고 또한 여러 사람의 미움을 받을 것이니, 마치 돼지를 기르는 사람과 같을 것이오.”
비사왕이 다시 말하였다.
“사문 구마라가섭이시여, 아무리 그런 말을 하여도 나는 그저 이 견취ㆍ욕취ㆍ에취ㆍ포취ㆍ치취를 끝내 버릴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만일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이 말을 들으면 ‘비사왕은 자기주장이 뚜렷하여 오랫동안 받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저 사문 가섭에게 항복하고 다스림을 받아 그것을 끊어 버렸다’고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이 견취ㆍ욕취ㆍ에취ㆍ포취ㆍ치취를 끝내 버릴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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