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 아이나경(阿夷那經) 제2제5 후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을 유행하실 적에 동원(東園) 녹자모(鹿子母) 강당4)에 계셨다.

~~~

4)동원 녹자모 강당은 사위성의 동쪽에 있다. 따라서 동원(東園)이라고도 한다. 

사위성의 장자 미가라(Migāra)는 본래 외도를 신봉하였다. 그 후 딸인 비사가(毘舍佉)의 교화로 불교에 귀의하게 되었고, 이 때 “비사가가 비록 나의 딸이지만 실재 나의 부모와 같다”고 말했다 한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이 비사가를 ‘미가라의 어머니’로 불렀다. 

미가라는 의역하면 녹(鹿)이다. 따라서 녹자모 강당은 곧 미가라의 딸인 비사가가 지어 부처님께 공양한 정사를 말한다.

~~~ 


그 때 세존께서는 해질 무렵이 되어 고요한 자리에서 일어나 당(堂) 아래로 내려와 밖의 당 그늘을 거니시면서 여러 비구들을 위해 매우 깊고 미묘한 법을 널리 설명하셨다. 


그 때 이교도인 사문 만두(蠻頭)의 제자 아이나(阿夷那)5)는 멀리서 세존께서 고요한 자리에서 일어나 당에서 내려와 당 그림자로 인해 생긴 그늘 속을 거니시며 모든 비구들을 위해 매우 깊고 미묘한 법을 널리 설명하시는 것을 보았다. 

~~~

5)팔리어로 Ajita이다.

~~~ 


그 때 이학(異學)인 만두의 제자 아이나는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문안드리고 부처님을 따라 거닐었다. 


세존께서는 돌아보시고 물으셨다.

“아이나여, 사문 만두는 참으로 5백 가지 생각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다른 어떤 사문 범지가 

일체를 알고 일체를 보았으면 그는 스스로 ‘나는 남음이 없고 남음이 없음을 안다’고 일컬으며 

그에게 허물이 있는 것을 보면 스스로 ‘허물이 있다’고 일컫는가?” 


만두의 제자 아이나가 대답하였다.

“구담이시여, 사문 만두는 참으로 5백 가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만일 다른 어떤 사문 범지가 

일체를 알고 일체를 보았으면 그는 스스로 ‘나는 남음이 없고 남음이 없음을 안다’고 일컬으며 

그에게 허물이 있는 것을 보면 스스로 ‘허물이 있다’고 일컫습니다.” 


세존께서 다시 물으셨다.

“아이나여, 그대는 왜 ‘사문 만두는 참으로 5백 가지 생각을 한다. 

그리고 만일 다른 어떤 사문 바라문이 

일체를 알고 일체를 보았으면 그는 스스로 〈나는 남음이 없고 남음이 없는 것을 안다〉고 일컬으며 

그에게 허물이 있는 것을 보면 스스로 〈허물이 있다〉고 일컫는다’고 말하는가?” 


“구담이시여, 사문 만두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다니거나 서거나 앉거나 눕거나 혹은 잠자거나 깨어있거나 혹은 낮이나 밤이나 항상 걸림이 없이 알고 또 본다. 

때로는 달리는 코끼리ㆍ방일하게 날뛰는 말ㆍ달리는 수레ㆍ반역한 군사ㆍ달리는 남자ㆍ달리는 여자를 만나고, 혹은 이런 길을 가다가 사나운 코끼리ㆍ사나운 말ㆍ사나운 소ㆍ사나운 개를 만나며, 혹은 독사 떼를 만나고 던지는 흙덩이에 맞으며 혹은 막대기로 맞으며 개천에 떨어지거나 뒷간에 빠지며, 혹은 누운 소를 타거나 깊은 구덩이에 떨어지며, 혹은 가시밭 속에 들어가고, 혹은 촌이나 읍을 보고 그 이름과 길을 물으며, 혹은 남자나 여자를 보고 그 성과 이름을 묻고, 혹은 빈 집을 관찰한다. 

이렇게 하고는 대중 속으로 들어온다. 그들은 들어온 뒤에 내게 이렇게 묻는다.

〈존자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나는 그들에게 말한다.

〈여러분, 나는 나쁜 세계로 가게 된다.〉’ 


구담이시어, 사문 만두(蠻頭)는 이러한 종류의 5백 가지 생각을 생각하고, 

만일 다른 어떤 사문 범지가 일체를 알고 일체를 보았으면 

그는 스스로 〈나는 남음이 없고 남음이 없는 것을 안다〉고 말하며, 

또 그에게 허물이 있는 것을 봅니다.” 



이에 세존께서는 거닐기를 그만두시고 곧 거니시던 길 머리로 가시어 니사단(尼師檀)을 펴고 가부좌를 하고 앉아 모든 비구들에게 물으셨다.

“비구들아, 내가 말한 지혜에 대한 일을 너희들은 받아 가졌느냐?” 


모든 비구들은 잠자코 대답이 없었다. 


세존께서는 재삼 물으셨다.

“내가 말한 지혜에 대한 일을 너희들은 받아 가졌느냐?” 


모든 비구들도 또한 재삼 잠자코 대답이 없었다. 


그 때 어떤 비구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가사 한 자락을 벗어 메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선서시여,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만일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은 위하여 지혜에 대한 일을 말씀하신다면 모든 비구들은 그것을 듣고 잘 받아 가질 것입니다.” 


이에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비구들아, 자세히 듣고 잘 기억하라. 내가 너희들을 위하여 자세히 분별하여 말하리라.” 


비구들이 아뢰었다.

“예, 분부대로 경청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대개 두 가지 무리가 있다. 

하나는 법다운 무리요, 

다른 하나는 법답지 않은 무리이다. 


어떤 것이 법답지 않은 무리인가? 

어떤 사람이 법답지 않은 일을 행하고 법답지 않은 법을 말하면 

그 무리들도 또한 법답지 않은 일을 행하고 법답지 않은 법을 말한다. 

그 법답지 않은 사람은 법답지 않은 무리들 앞에서 자기가 아는 것을 허망하게 말한다. 

진실이 아닌 것을 나타내 보이고 분별하면서 그 행을 주장하고 널리 펴서 차례차례 법을 설명한다. 

그러나 남의 잘못을 끊고자 하더라도 그것을 힐난하여 말하지 못하고, 이 바른 법과 율 중에서는 자기가 아는 것을 칭찬하고 주장할 수 없다. 

그런데도 저 법답지 않은 사람은 법답지 않은 무리 앞에서 스스로 ‘나는 지혜가 있어 두루 안다’고 일컫는다. 

이 중에서 만일 지혜에 대한 일을 이렇게 말하는 자가 있다면 그들을 법답지 않은 무리라 하느니라.



어떤 것이 법다운 무리인가? 

혹 어떤 사람이 법다운 일을 행하고 

법다운 법을 말하면 그 무리도 또한 법다운 일을 행하고 법다운 법을 말한다. 

그 법다운 사람은 법다운 무리 앞에서 자기가 아는 것을 진실 되게 말한다. 

진실을 나타내 보이고 분별하여 그 행을 주장하고 널리 펴 차례차례 설명한다. 

그리고 그는 남의 잘못을 끊고자 하면 힐난하여 곧 그것을 말할 수 있고 이 바른 법 중에서 자기가 아는 것을 칭찬하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 법다운 사람은 법다운 무리 앞에서 스스로 ‘나는 지혜가 있어 두루 안다’고 말한다. 

이 중에서 만일 지혜에 대한 일을 이렇게 말하는 자가 있다면 그들을 법다운 무리라 하느니라. 


그러므로 너희들은 마땅히 

법과 법 아님, 이치와 이치 아님을 알아야 하고

법과 법 아님, 이치와 이치 아님을 안 뒤에는 

너희들은 마땅히 법다움과 이치다움을 배워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방에 들어가 편안히 앉으셨다. 



이에 모든 비구들은 곧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분, 마땅히 아셔야 하오.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마땅히 

법(法)과 법 아님[非法], 이치[義]와 이치 아님[非義]을 알아야 하고 

법과 법 아님, 이치와 이치 아님을 안 뒤에는 

마땅히 법다움과 이치다움을 배워야 하느니라.’ 


이렇게 그 뜻을 간략히 말씀하시고는 자세하게 분별하시지 않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방에 들어가 편안히 앉으셨습니다.” 


그들은 다시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분, 아까 세존께서 간략히 말씀하신 그 뜻을 누가 자세하게 분별해 줄 수 있겠습니까?” 


그들은 다시 이렇게 말하였다.

“존자 아난은 부처님의 시자로서 부처님의 뜻을 알고 항상 부처님과 모든 지혜로운 범행인들의 칭찬을 받고 있습니다. 

존자 아난이라면 능히 아까 부처님께서 간략하게 말씀하신 그 뜻을 자세하게 분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 다 같이 존자 아난에게 가서 이 뜻을 설명해 달라고 간청해 봅시다. 

그리고 만일 존자 아난이 우리를 위해 분별해 주거든 우리는 마땅히 잘 받아 가집시다.” 


이에 모든 비구들은 존자 아난에게 가서 서로 안부를 묻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존자 아난이여, 마땅 아셔야 합니다. 아까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들은 마땅히 

법과 법 아님, 이치와 이치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법과 법 아님, 이치와 이치 아님을 안 뒤에는 

마땅히 법다움과 이치다움을 배워야 한다.’ 


이렇게 그 뜻을 간략히 말씀하시고는 더 이상 자세하게 분별해 주시지 않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방에 들어가 편안히 앉으셨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여러분, 아까 세존께서 간략히 말씀하신 그 뜻을 누가 자세하게 분별해 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저희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존자 아난은 부처님의 시자로서 부처님의 뜻을 알고 항상 부처님과 모든 지혜로운 범행자들의 칭찬을 받고 있습니다. 

존자 아난이라면 능히 아까 세존께서 간략히 말씀하신 그 뜻을 자세하게 분별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부디 아난이여, 저희들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 그 뜻을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존자 아난이 말하였다.

“여러분, 내가 비유를 들어 말하리니 잘 들어보십시오.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를 들어 말하면 그 뜻을 빨리 이해합니다. 

여러분, 어떤 사람이 나무 심[實]6)을 얻기 위하여 도끼를 가지고 숲속으로 들어갔습니다. 

~~~

6)팔리본에는 Sāra로 되어 있다. 이는 수심(樹心) 혹은 목재로 쓸 만한 부분을 뜻한다.

~~~

그는 큰 나무가 뿌리ㆍ줄기ㆍ마디ㆍ가지ㆍ잎ㆍ꽃ㆍ나무 심으로 된 것을 보고 뿌리ㆍ줄기ㆍ마디ㆍ나무 심은 건드리지 않고 가지와 잎만 건드렸습니다. 

여러분의 말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세존께서 현재 계시는데 그 분을 내버려두고 내게 와서 그 뜻을 묻다니요. 

왜냐 하면 여러분, 세존께서는 눈이요 지혜며, 이치요 법이며, 법의 주인이요 법의 장수로서 진리의 뜻을 말씀하십니다. 일체의 뜻은 오직 저 세존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여러분은 마땅히 세존께 나아가 ‘세존이시여, 이것은 무엇이며, 이것은 어떠한 뜻입니까?’ 하고 물어보십시오. 

만일 세존께서 말씀하여 주시거든 여러분은 마땅히 잘 받아 가지십시오.” 


모든 비구들이 아난에게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존자 아난이여, 세존께서는 눈이요 지혜이며, 이치요 법이며, 법의 주인이요 법의 장수로서 진리의 뜻을 말씀하시고, 일체 뜻은 오직 저 세존에게서 나옵니다. 

그러나 존자 아난께서는 부처님의 시자로서 부처님의 뜻을 아시고, 항상 부처님과 모든 지혜로운 범행인들의 칭찬을 받고 있습니다. 

존자 아난이시라면 아까 저 세존께서 간략히 말씀하신 뜻을 자세하게 분별해 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원컨대 존자 아난이여, 저희들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 그것을 자세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존자 아난이 모든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여러분, 모두 내 말을 들으시오. 

여러분, 

삿된 소견은 법이 아니요 

바른 소견이라야 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만일 삿된 소견으로 말미암아 한량없이 악한 법을 내면 이것은 이치가 아니며, 

만일 바른 소견으로 말미암아 한량없이 착한 법을 내면 이것은 바른 이치입니다. 


여러분, 

나아가 삿된 지혜는 법이 아니며, 

바른 지혜가 법입니다. 


만일 삿된 지혜로 말미암아 한량없이 악한 법을 내면 이것은 이치가 아니며, 

만일 바른 지혜로 말미암아 한량없이 착한 법을 내면 이것은 바른 이치입니다. 


여러분, 이른바 세존께서는 

‘너희들은 마땅히 

법과 법 아님, 이치와 이치 아님을 알아야 한다. 

법과 법 아님, 이치와 이치 아님을 안 뒤에는 

마땅히 법다움과 이치다움을 배워야 하느니라’

라고 그 뜻을 간략히 말씀하시고는 자세하게 분별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방에 들어가 편안히 앉으셨습니다. 이렇게 세존께서 그 뜻을 간략히 말씀하시고 자세하게 분별하지 않으신 것을 나는 이런 글귀로써 자세하게 분별하였습니다. 

여러분, 부처님께 나아가 이 일을 낱낱이 말씀드리십시오. 

만일 세존께서 말씀하신 그 뜻과 같거든 여러분들은 곧 받아 가지십시오.”


이에 모든 비구들은 존자 아난의 말을 들어 잘 받아가져 외우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존자 아난을 세 번 돌고는 떠나갔다. 


그들은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아까 간략히 이 뜻을 말씀하시고 자세하게 분별하지 않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방에 들어가 편안히 앉으셨습니다. 

그래서 존자 아난이 이런 글귀와 이런 글로써 그것을 자세하게 설명하였습니다.” 


세존께서 들으시고 찬탄하며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내 제자 중에는 안목도 있고 지혜도 있으며 법도 있고 이치도 있구나. 

왜냐 하면 스승이 제자를 위하여 그 뜻을 간략히 말하고 자세하게 분별해 주지 않자 그 제자가 이런 글귀와 이런 글로써 그것을 자세하게 설명하였기 때문이다. 

아난이 말한 바와 같이 너희들은 마땅히 그렇게 받아 가져야 한다. 

왜냐 하면 설해진 대로 그 뜻을 관찰해 보면 분명 그러하기 때문이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중아함경 제49권 


승가제바 한역 


15. 쌍품 제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