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선이가 또 제 언니에게 맞고 왔다. 가지런하던 단발머리는 간 데 없고 산발을 한 덕선이가 씩씩대며 들어왔다. 울분에 가득 찬 덕선이의 목소리가 문 열리는 소리보다 더 크게 들렸다.

\"성보라 죽여버려 진짜아!!!!!!!!!\"

  덕분에 바쁘게 냄비와 입 사이를 오가며 면발을 나르던 젓가락 다섯 쌍이 모두 멈췄다.

\"맞았냐?\"

그러나 그것도 잠시, 젓가락들이 다시 바쁘게 움직였다. 늘상 있는 일, 덕선의 우렁찬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놀랐을 뿐이다. 정환만이 젓가락을 멈춘 채 혀를 차며 묻는데 대답은 동룡에게서 나왔다.

\"이번엔 네가 잘못했지.\"

\"네가 뭘 알아, 도룡뇽!\"

덕선이 아직 울음기가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동룡을 타박하자 이번엔 노을이 입을 열었다.

\"큰 누나가 화장품 만지지 말랬는데 왜 만져, 그러니까. 그것도 제일 아끼는 립스틱을.\"

\"넌 왜 여깄냐?!!!\"

\"저, 정신병자들 피해서 도망 왔다 왜.\"

\"너 이씨-!!!!\"

아직 자리에 앉지 않은 덕선이 그대로 노을을 향해 달려들려하자 정환이 일어나 덕선을 가로막고 주저앉혔다.

\"야야, 라면 엎어져. 앉아. 머리는 귀신산발을 해가지고는.\"

\"너 안 비켜 개정팔?!\"

\"덕선아. 진정하고 라면 먹자. 응?\"

어느새 곁에 와 있던 택이 덕선에게 젓가락을 내밀었다. 다정한 말투로 어르는 택에 덕선의 분노가 한 풀 죽었다. 그 대신 택에게 기대며 징징 우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정환의 시선이 택의 어깨로 스르르 기우는 덕선의 조막만한 머리통을 뒤따랐다.

\"진짜 그깟 립스틱이 뭐라고 동생을 이렇게 패냐고오! 안 그래, 택아? 어?\"

  아, 기집애가 진짜. 작고 낮게 귓가에 깔리는 목소리에 선우가 흘끗 정환을 바라봤다.

\"그냥 몰래 쓴 거 아니고 쓰다 부러트렸다며. 넌 진짜 네 목이 안 부러진 걸 감사하게 생각해라.\"

\"아, 시끄러 도룡뇽! 너 누구 친군데!\"

  또 울컥한 덕선이 금세 기댔던 몸을 들어 동룡을 향해 불을 뿜었다. 택이 제 빈 어깨를 괜히 한 번 추스렸다.

몇 번의 분풀이가 담긴 포효 끝에 덕선도 좀 진정이 됐는지 젓가락을 쥐고 밥상을 두드려 끝을 맞추었다. 하도 꽥꽥 질렀더니 배가 고픈 것 같았다.

\"하여간 성보라 진짜 피도 눈물도 없어. 쥐어짜도 단 한 방울 안 나올 거야, 진짜.\"

\"아닌데.\"

덕선이 라면에 젓가락 끝도 못 담근 채 선우를 바라봤다. 거의 동시에 나머지 네 명의 눈도 같은 곳을 향했다. 선우는 제 몫을 다 먹었는지 물컵을 쥐고 있었다. 모두의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물을 한 모금 더 마신 선우가 태연히 말을 이었다.

\"보라 누나 잘 울어. 울보야.\"

챙그랑. 챙그랑. 챙그랑.
밥상 위로 젓가락이 차례차례 낙하했다. 방 안에 있는 쌍문동 패거리의 넋도 쨍그랑, 쨍그랑 차례로 낙하했다.

\"...선우야. 라면 잘 먹고 무슨 소리야.\"

그나마 먼저 이성을 챙긴 동룡이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안경을 치켜올리는 동룡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 옆에 앉은 노을이 황망한 얼굴로 선우의 팔을 잡았다.

\"선우형. 미쳤어?...\"

\"아니.\"

태연하다 못해 입가에 연한 미소까지 띈 선우의 얼굴에 동룡이 얼굴을 감싸쥐며 뒤로 돌았다. 이건 꿈이야. 이건 꿈이야.

\"진짠데.\"

어깨를 으쓱하며 남은 물을 마저 마시는 선우의 표정은 한 치의 동요도 없었다. 그래서 택은 어색한 얼굴로 아무래도 잘못 들었나 싶은지 제 귀를 후벼파고 있었고, 슬며시 입을 벌린 채 선우를 바라보던 정환은 확신에 찬 말투로 또 읊조렸다. 변태 새끼. 무서운 새끼.

그리고,

\"...너 진짜 재수없어!!!!!!!!\"

\"아!!!!\"

부르르 떨리는 입술을 꽉 깨물고 있던 덕선은 젓가락을 호되게 선우를 향해 집어던졌다. 그리고는 쾅, 올 때보다 더 큰 소리를 내며 문을 닫고 더 큰 소리로 울며 사라졌다. 정환과 택이 멍하니 닫힌 문을 바라봤다. 덕선의 분노가 담긴 젓가락은 그만 빗나가 노을의 눈을 찔렀다. 그런 노을을 보고 선우가 걱정스레 괜찮냐 물었다. 노을이 비명을 질렀다.

야 이 정신병자들아!!!






ㅡㅡㅡㅡㅡㅡㅡㅡ

올려도 되나 ㅎ
전에 선보라 보고 싶었던 장면 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