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틴은 드루비스의 입술을 오랫동안 빨아들였다.




  빠끔히 열린 입술.

  그 좁은 틈으로 혀를 집어넣고 입안을 툭툭 건드리다, 아래— 침샘을 훑었다.



  위화감을 느낀 건 그 순간이었다.


  버틴은 몸을 빼고 잠든 드루비스의 속눈썹을 바라보았다.


  달콤한 숨은 여전히 입 밖으로, 규칙적으로 나오고 있었다.


  버틴은 입에 맺힌 방울을 다시 한 번 훔치고, 빨고, 다시면서 위화감의 정체를 찾았다. 무언가 이상했다. 

  사람의 몸으로서 있어서는 안 될 것이 있었다. 왜 이렇게—


  —왜 이렇게 달지?


  타액이라는 게 원래 이렇게 달콤했나?



  비유가 아니었다. 연인과의 키스에서 레몬향이 났다든가, 하는 단계를 한참 넘어섰다. 드루비스의 타액은, 뭐랄까,


“……설탕물?”



  입술을 억누르며 버틴이 중얼댔다.









  조금 더워졌다. 버틴은 셔츠 단추를 풀면서 혀에 남은 맛을 분석했다.

  

  꿀물? 혹은 설탕물? 


  아니, 하지만. 버틴은 생각했다. 꿀과 설탕은 익숙하다. 피로 회복을 겸해 사탕을 자주 먹는 편이고. 가끔이지만 파이에 꿀을 곁들이기도 한다.


  하지만 단 맛이라고 해도, 드루비스의 타액은 좀 더 생소한 것이었다. 이를 테면, 그래, 팬지를 한 움큼 뜯어서 입에 물었을 때— 이것도 좀 다른데.


  으음.


  버틴은 고민했다. 따지고 보면 그리 생각에 잠길 일도 아닌데, 묘한 오기가 생겨났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하나의 광경을 떠올렸다.


“나무 껍질을 뜯었을 때.”


  안에서 걸쭉한 액이 나오면 풍뎅이들이 모여서 자리싸움을 하지 않던가?

  그 액체를 받아서 물에 희석시키면 이런 맛이 나올 거라고.



  버틴은 물론, 천연의 수액을 맛 본 적은 없다. 그래도 수액 외에 딱 맞는 단어를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



  드루비스의 입에서는 나비와 풍뎅이가 좋아하는 맛이 난다.





  왠지 즐거워졌다. 선생이 내준 숙제를 해낸 것처럼 고양감이 들었다.

  버틴은 자신에게 주는 상으로, 수액을 더 맛보기 위해 몸을 굽혔다.


  드루비스는 아직도 자고 있다. 버틴이 어떤 행위를 해도 당할 수밖에 없다. 무례를 알아채지도, 막지도 않을 것이다.


  당연히, 상대가 자기 가슴에 손바닥을 대면서 체중을 싣는데도, 불만을 표시할 수 없다.


  



   두 번째 위화감은 그때였다.


  버틴은 손바닥을 뗐다. 눌렸던 가슴이 원래 모양으로 돌아갔다. 풍요로운 두 봉우리에, 정점이 오똑 솟아있었다.


  검지로 그것을 두드려보았다.


  단단하면서 부드럽다. 보통 여성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터…… 하고 생각하지만.


  어째서지?

  버틴은 의아해했다.



  어째서, 마치 호스를 돌린 것처럼, 꼭지에서 액체가 흐르는 거지?




  드루비스의 드레스는 축축했다. 봉우리에서 시작된 두 물줄기가 하나로 합쳐져서는, 갈비뼈를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액체는 머리카락 아래 클로버를 적시고 있었다.  




  버틴은 잠시 침묵했다. 그러다가, 어떠한 사실을 깨닫고는 납득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보아라, 드루비스의 지금 모습을.


  풍요의 여신처럼 잠들지 않았는가? 탐스러운 적발을 엉덩이까지 내리고, 맨발을 클로버 군락에 늬인 채 달콤한 숨을 내고 있지 않은가?


  입에서는 심지어 효소 대신 수액이 흐를 정도다.



  여신의 가슴에서 무언가가 나오는 정도로 놀랄 필요는 없다. 성경에 계시된 가나안 땅과 같이, 젖과 꿀이 넘치는 것도 당연하다. 



  버틴은 드루비스의 드레스를 벗기기로 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옷이 없는 편이 서로에게 편할 것 같아서.


  사실, 옷이라기에는 너무 얇아 천이라 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어깨끈을 끌르자 나머지는 저절로 떨어졌다. 


  유방이 드러나기 무섭게 버틴은 허겁지겁 가슴을 빨기 시작했다. 갈증에 미친 사람처럼.

  어지간히 깊게 잠든 모양이었다. 드루비스는 자극에도 아무 반응을 하지 않았다.

  버틴이 꼭지를 깨물고, 혀로 튕기고, 쥐어짜는데도 잠잠했다.


“후우…… 후앗, 하, 으응, 흐응”


  수풀이 바스락대는 소리, 그리고 버틴의 콧소리가 들렸다. 시냇물이 졸졸대는 소리가 멀리서 닿기도 했다. 숲은 고요했다. 가끔은 종달새가 지져귀고 꾀꼬리가 울었지만, 모두 한 자리에 오래 머물지 않고 떠났다. 그들은 정도를 지킬 줄 알았다— 버틴과 다르게.


 

  반대쪽 유방에도 잇자국을 내던 버틴은, 이미 취해있었다.

  이번에도 비유가 아니다. 드루비스의 가슴에서 알코올이 나왔기 때문이다.


  눈 앞이 아찔했다. 숙성된 켈트 맥주— 인지? 주류에 문외한인지라 그 정도로만 추측할 뿐이었다. 

  유방을 움켜쥐자 촤악— 물줄기가 포물선을 그리며 목구멍으로 들어갔다. 식도가 뜨거웠다. 비단 혀뿐만 아니라 어금니도, 입 천장도, 목젖도 모두 드루비스의 ‘젖’으로 흠뻑 젖었다.





  왠지, 이제야 어른이 된 것만 같아.



  혀를 내민 채 가슴 아래로 향하는 버틴의 몸짓은,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뱀이 나무에서 내려갈 때 몸 전체를 쓸 수밖에 없는 것처럼, 버틴도 그러했다.

  두 눈은 이미 다음 목표물인— 허벅지로 가있었다.


  너무나 당연하게, 다리 사이가 젖어있었다. 투명한 액체가 종아리 아래로 길게 늘어졌다. 정말 풍요롭구나. 버틴은 감탄했다. 드루비스의 몸은 마를 날이 없는 모양이다.


  버틴은 이제, 감탄을 하면 했지, 위화감을 느끼지 않았다.



  무엇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마음은 숲처럼 순수해져 있었다.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솔직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이었다.


  혀 끝을, 우선은 아랫배에 갖다놓았다.

  꾹꾹 누르면서 지방 아래에 있을 여성기를 상상했다. 


  배란. 월경. 착상. 수정. 과학 책에서 보았을 법한 용어들을 늘어놓았다.


  머릿속에 떠오른 상상을, 버틴은 저급하게 느끼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생명과, 드루비스의 풍요로움을 그리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고개를 미끄러뜨려— 가장 여성적인 부위까지 도달했다.



  혀를 파묻었다.



  그 상태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이렇다 할 냄새는 나지 않았다. 과연 후각만으로는, 저 아래 ‘균열’에서 나오는 액체를 판별하기 힘들 것 같았다.


  심장이 뛰었다. 감정이 고조되었다.


  입술, 가슴. 그리고 그 다음은—



  과연 어떤 맛이 날까? 

  궁금해서 더는 기다릴 수 없다.

  버틴은 입술을 오므렸다. 그리고. 애액을——









“———!!!”




   어라?



  액을 빨아들인 순간, 폐에 있던 공기가 한 번에 빠져나왔다.


  숨이 턱— 막혔다. 혀가 빳빳하고, 입을 도무지 다물 수가 없다.



  버틴은 거칠게 기침을 하면서 그 자리에 쓰러졌다. 

  


  손톱으로 땅을 긁었다. 쥐어뜯긴 클로버에서 하얀 즙이 나왔다.



  손끝부터 발끝까지 모두 저리다. 경련이 일어났다. 허리가 휘었다. 셔츠와 바지에 흙이 묻고 머리가 헝클어졌다.



  마비된 몸을 제어하려 애쓰던 버틴.



  그때, 진즉 떠올렸어야 할 어떠한 가능성이 머리를 스쳤다.





   드루비스의 애액. 아직도 혀에 남아있는 무색무취— 끈적한 물질.




  이 식감. 전에도 한 번 맛보지 않았던가?







  사고가 빠르게 달렸다. 아침이었다. 서류를 보고 있는데, 드루비스가 찻주전자를 들고 들어왔다.


  직접 우린 ‘차’라면서, 음료를 컵에 따라주었고, 잔이 빌 때마다 몇 번 더 권하기에 감사하게 마셨다.


  그때 느낀 독특한 식감에 흥미로웠던 기억이.





  그리고 드루비스가 사라진 뒤 몇 분, 그때부터는 계속 드루비스의 얼굴만 아른거려서……


  급기야는 깊은 숲속까지 무작정 걸어들어왔고, 그리고……




  회상은 거기서 끊겼다.



“버틴. 미안해요.”



  알몸의 여인이 버틴의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그녀의 머리칼을 흐뜨리며 버틴이 몸을 비틀 때, 여인은——


  돌연 버틴의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막고 안으로 바람을 불어넣었다.



  버틴의 폐 안으로 달고 습한 바람이 직접 들어왔다.

  그제야 숨통이 트인 버틴은, 흰자 위를 보이던 눈알을 굴려, 호흡을 도와준 여성을 확인했다.



  드루비스가 어느새 깨어나 버틴을 품고 있었다.



  그녀가 또다시 버틴의 입으로 후— 공기를 불어넣었다. 폐포 하나하나에 수액이 달라붙는 기분이었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드루비스의 날숨이 산소로 이루어졌음을.


  

  “당신을 막았어야 했는데.”



  드루비스는 한탄하듯 하늘을 보았다. 


  유감스럽다는 말투였지만, 표정은 그렇지만도 않았다. 평소처럼 눈을 반쯤만 뜨고서 기다란 속눈썹을 살랑였다.

  느긋한 목소리가 귀울림에 섞여 들어왔다.


“미안해요. 자느라, 당신이 다가온 줄 몰랐어요. ‘이런 힘’을 쓰는 건 저도 익숙치가 않아서, 지쳐버렸거든요.”


  피가 역류하는 느낌이 들었다.

  혈관의 소리가, 맥박을 따라 고막 가까이서 울렸다.


“당분간은 혼자 호흡하기 힘들거예요. 걱정하지 말아요. 마비가 풀릴 때까지 곁에 있을 테니. 버틴. 하지만 용서해주시겠죠? 당신이 먼저 잘못했잖아요?”


  경련하는 버틴을 위해서인지, 드루비스가 손수 셔츠와 바지를 벗겨주었다.

  혀가 말리지 않도록, 버틴의 입 안으로 손가락을 넣기까지 했다.


  기도를 확보하고 숨을 넣어주며 드루비스는 작게 속삭였다.


“제게 ‘내일’을 나눠준다고 약속했으면서, 다른 여자에게까지 내일을 주었잖아요. 그렇게 퍼주고 난 뒤에 무엇이 남지요? 제게 줄 몫은 아직 남아있나요? 버틴. 저의 내일은 당신 뿐인데. 버틴. 버틴……”



  녹색 눈동자가 초승달을 그리며 웃었다.











  마지막 남은 이성이 뇌리에서 어떠한 지식을 전달했다.


  식물 도감에서 읽은 것 같았다. 어떤 식물 중에서는 육식으로 영양분을 보충하는 종류도 있다고.



  그들은 향기로 벌레를 꾀어 곁으로 다가오게 한다. 먹잇감이 그의 체액에 취해 가장 방심했을 때……



  소화액으로 천천히, 잡아먹는다.



  거기까지였다. 버틴의 이성은.



  버틴이 괴로워할 때마다, 몸을 뒤틀 때마다 드루비스가 숨을 대신 넣어준다. 호흡의 통제권— 생물의 가장 원초적인 기능조차 드루비스에게 넘겨버린 셈.



  버틴은 풀린 눈으로 드루비스를 보았다.




  




  그 다음부터는 기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