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을 한 바퀴 돌아 건조한 굉음이 귓전을 때렸다. 아르카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우습지 않아? 과거는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데, 그 반대는 상상조차 어렵다는 게.
여자는 어둠 밖으로 나와 아르카나를 마주보았다. 처음에 아르카나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풍파를 겪은 듯한 외모와 광채가 사라진 눈빛, 무엇보다... 조금 더 컸다. 성장이라고 해야 할까, 죽어가고 있다고 해야 할까.
"나를 알아보지도 못하는군. 나는 너로 인해 모두 잃어버렸는데. 가족도, 친구들도 말이야."
아르카나는 그제서야 무언가를 깨달은 듯 바보같은 표정을 지었다. 영생에 가까운 삶을 살아온 그녀로서는 자신이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사실조차 오래 전에 잊어버렸었다.
여자는 고개를 숙이고는 품 안의 무언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내 물건의 일부가 분리되더니 금속성의 조각이 하나 떨어져 나왔다. 여자는 입고 있던 조끼의 가슴께에 달린 파우치에 그것을 집어놓고는 바로 옆 파우치에서 똑같이 생긴 조각을 꺼냈다.
"너희들을 미래 세상에서는 '테러리스트'라고 거창하게 이름까지 붙여주더군. 공포를 무기 삼아 대중들을 패닉에 빠뜨리고 원하는 것들을 얻어내는 폭력분자들.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해."
한 때 '버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던 여자는, 새로운 조각을 원래대로 품 안의 쇳덩이에 조립했다.
"너를 위해 미래에서 새로운 물건을 가져왔어. 테러리스트의 피를 마시고 자란 놈이야."
버틴은 쇳뭉치의 옆면을 손바닥으로 거칠게 내리쳤다. 철컥ㅡ하는 금속성의 소음을 듣게 되자, 아르카나는 곧 자신의 운명을 직감했다.
"울어라, H&K MP5."
귓전을 찢어발기는 굉음들의 연속을 들으면서, 아르카나는 뒤로 힘없이 쓰러져 내렸다. 마지막까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로였다.
==========================
폭풍우를 넘어 2010년대로 넘어간 버틴이 무언가를 가지고 다시 과거로 돌아왔다는 설정임
좋은 테러리스트는 죽은 테러리스트 뿐이에요
- 글 쓰기 전에 생각했나요?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