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소문이 돌더군요, 버틴.”
“.......”
재단의 복도, 우연히 마주 친 여인이 말을 걸어왔다.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햇살의 환희를 한 몸으로 받는 듯한 아리따운 여인. 재단에 있었던 소란 이후, 스스로를 감춰두었던 겉껍질을 벗어던지고 주홍의 꽃봉오리를 만개한 여인이었다. 그 여파로 뭇 인원들의 경외심 섞인 시선들이 그녀가 걷는 걸음마다 따라다녔고, 그러한 여인이 말을 걸어오자 버틴은 괜히 멋쩍어졌다.
심지어 그 대화 주제가, 심히 민망한 것이었으니 더더욱 그렇다.
“글, 쎄요. 무슨 말씀인지 저는 잘….”
“후후. 그렇다면 해명할 기회를 드리도록 하죠. 시간을 내서 제 방으로 와주세요.”
“...그, 음.”
“바쁘신 건 알지만, 내일을 기약한 여인을 너무 방치하는 것도 좋지 않아요. 관심을 주지 않으면 그 어떤 식물이든 말라버리니까요.”
“.......”
버틴은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최대한 빠르게 업무를 처리하고, 그녀의 방으로 찾아갔다.
-
그녀의 방 안은 물푸레나무의 향기가 가득했다. 홍차 수면에 비친 제 얼굴을 바라보던 버틴이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사실은, 해명을 바라는 게 아니에요. 버틴. 제가 묻고 싶은 건… 영입한 마도학자들과 ‘유대’를 다진다는 소문이 돌던 때에 어째서 제 방에 먼저 찾아오지 않았냐는 것이죠.”
“드루비스씨, 그건 정말….”
“──그 반응을 보니, 오해에 대한 해명이 필요할 만큼 아예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군요.”
미소 짓는 그녀는 숲을 통치하는 지략가였다. 보기 좋게 당했기에, 버틴은 괜히 제 이마를 쓸어내렸다.
“...죄송해요. 정말로, 마침 찾아뵐 예정이었어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성의껏 어울려주세요.”
버틴은 조용히 끄덕이며 찻잔을 기울였다. 걱정과는 달리, 온건한 사담을 한동안 나누었다. 재단에서 지내는 데에 불편한 점은 없는지, 서로의 취미는 무엇인지, 앞으로의 여정은 어떻게 될 것인지…. 그녀와의 대화에 버틴 또한 안정을 느꼈다. 진작 찾아뵈었어야 했다고, 내심 반성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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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즐거웠어요, 드루비스씨. 그럼….”
“같이 나가요. 저도 재단 정원에 볼일이 있거든요. 그리고… 나가기 전에,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버틴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큰 힘을 보태준 그녀를 위해 들어주지 못할 부탁은 없었다.
“제 구두를, 신겨주시겠어요.”
잠시 눈을 동그랗게 뜬 버틴이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자리한 의자 앞에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잔 생채기 하나 없이, 아름다운 발이었다. 그녀와의 첫 만남을 기억 속에 다시 불러일으키는 광경이었다. 그때는 그저 떨어진 구두를 건네주었고, 지금에 이르러선 신겨주게 되었다. 버틴으로써도 어쩌면 영광처럼 느껴졌다. 그녀가 말했다.
“나에겐 뜻깊은 부탁이에요. 당신이 신겨준 구두로, 내일을 향해 걸어가고 싶거든요.”
…버틴은 그 기대에 부응하기로 했다. 신사답게 그녀의 발을 감싸들어, 부드러운 발등에 입을 맞춘다. 드루비스의 눈매가 동그랗게 떠졌다. 푸르른 잎사귀를 머금던 입을 떼내고, 정성스레 구두를 신겨준다.
“.......”
드루비스는, 아직 신겨지지 않은 다른 쪽의 맨발로 애써 신겨진 구두를 밀어서 벗었다. 다시금 맨발로 돌아온 오른쪽 발끝으로 당황한 버틴의 턱 끝을 들어올렸다.
“......다시.”
고혹이 깃든 그녀의 목소리였다. 거절할 수 없는 마력에 버틴은 다시금 발등에 입을 맞춘다.
“......읍?!”
그녀가 강압적으로 발끝을 눌러, 기어코 버틴의 입 안을 침범했다. 턱을 괴고 있는 드루비스의 눈매가 짙어졌다. 강제적인 압력에 의해 버틴의 혀끝이 그녀를 받쳤다. 버틴의 입을 유린하는 여인이 말했다.
“나에게 내일을 약속했죠. 버틴.”
그녀를 올려다보는 버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와 더불어, 날 즐겁게 해줘요.”
…방 안의 구석에서, 덩굴이 자라나는 소리가 들려온다. 버틴은 잘못을 자각한다. 초대받은 그녀의 방은 부드러운 숲속의 오두막이 아닌, 함부로 헤어 나올 수 없는 넝쿨 속 늪이었다.
“......!”
입이 봉해진 버틴이 소리 없는 신음을 흘렸다. 흘러들어온 덩굴이 버틴의 양 허벅지를 묶고 눌러, 완전히 무릎 꿇게 했다. 손짓도 없이 여인의 의사대로 조종되는 덩굴들이 속속히 버틴을 구속했다. 양 손목을 뒤로하여 묶었다.
…덩굴 하나가 뻗어와, 버틴의 뺨을 쓰다듬었다. 덩굴의 촉감이 한풀 꺾인 봄나무의 겉껍질처럼 부드러웠다. 향긋한 내음과 달리, 엄정하게 뻗어왔다. 버틴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스쳐 지나가더니, 은밀한 그 안쪽을 침범했다. 흉부 사이를 가로지르는 촉감에 애가 탔으나, 구속당한 버틴은 뿌리칠 수 없었다. 여인은 뜨거워진 버틴의 숨결을 발끝으로 느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흘렸다.
…툭, 투둑. 침입한 덩굴줄기가 힘을 주어 빠져나오자, 버틴의 셔츠와 재킷을 연결하고 있던 단추들이 힘없이 터져 뜯겨나갔다. 수치를 느낀 버틴은 고개를 푹 숙인 채로, 그녀의 강요에 따라 발끝을 맥없이 할짝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 난봉꾼에게도 교훈이 있겠군. 모르는 숲을 거닐 땐 사냥감이 되지 않도록 늘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 말이야.’
오솔길의 짐승이 버틴의 안일함을 비꼬며 흥얼거렸지만, 그의 목소리를 귓가에 담을 정도로 침착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덩굴들이 연이어 차오른다. 굴러들어 온 사냥감을 찬미하며 반기듯이. 드루비스는 사로잡은 소동물을 침구로 옮겼고, 문고리를 가지 하나로 휘감아 단단히 붙들었다.
──숨을 죽인 채로 방문에 귀를 대고 있던, 숲의 불청객이었던 기린 한 마리의 방문을 완곡히 거절한 것이다.
흥미롭게 읽고있엇는데 마지막 기린에서 필력 확식엇네 시벌 - dc App
ㅇㅈ 필력 좋다가 갑자기 기린이 왜처나오노
ㅋㅋㅋㄱㅋ
왜 잘씀
왜 끝인데 아
갑분소네트 ㅅㅂㅋㅋㅋㅋㅋ
오오오오 하면서 읽었는데 기린 더 길게 써주세요
필력 개지리노 근데 - 이거 왤캐 잘씀
존나 좋다
이런글 한번 쓸라면 시간 얼마나 걸림?
버틴 납치감금조교 ㅋㅋㅋㅋㅋㅋ
더가져와
갑분소네트 ㅋㅋㅋㅋㅋ - dc App
아 시바 기린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