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아니라


죄송합니다!

-출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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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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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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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1일 / 13:52]

황무지의 미세먼지가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구름은 없다. 점심시간이 막 끝나갈 무렵이면, 대부분의 마도학자들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사색을 즐긴다. 그게 아니면 재단에 볼일을 보러 가거나. 종잡을 수 없는 이들 답게, 정확히 뭘 할지 알 수는 없다. 다만 단 한 명, 드루비스씨만은 예외다. 로비 테라스 밖, 정원에선 드루비스씨가 수레국화 화분에 물을 주고 있다. 매일 이 시간대면, 그녀는 정원에서 화분들을 돌본다.

‘콘블룸씨가 맡겼어요. 파란 수레국화만 방에 두고 싶다면서.’

그녀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얼마 전부터 정원엔, 분홍색 수레국화 화분이 놓여 있었다. 정원은 보통 드루비스씨가 나서서 관리하므로, 이유를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어느 독일인의 독특한 집착 때문이란 내용이었다.


테라스 창밖의 그녀가 나와 눈이 마주친다. 그녀가 가볍게 목례한다. 그녀의 빨간 머리가 바람에 살랑인다. 나도 실크햇 챙을 잡고 예의를 담아 목례한다.

“버틴씨. 눈빛이 시들어가는 나뭇잎 같군요. 안색이 안 좋아요. 디거스씨가 또 벽에 낙서라도 하던가요?”

그녀의 상냥하고 나긋한 목소리에도 ‘디거스’라는 단어엔 묘하게 날이 서 있다. 그가 재단에 오고 얼마 되지 않아서 처음 여행가방에 발을 들인 날이었다.

‘흐음. 이 화단은 너무 황량하잖아? 너무 단색이야. 좀 더 아름다운 색이 필요해. 그래, 비눗방울도 자세히 보면 무지개 빛이라고.’

피클즈와 멜라니아씨의 난감한 표정을 그때 왜 놓쳤을까. 그는 지금 나와 드루비스씨 너머의 화단에 오만 색을 수놓았다. 페인트 통이라도 터진 것처럼 산만하게 얼룩진 화단에, 그는 자랑스러운 듯 검지와 중지를 펼쳐 ‘피스’ 제스처를 보였다. 그가 그랬다.

‘비눗방울로는 뭐든지 가능하다고. 이런 것도! 어때, 빨간 머리 아가씨? 나의 예술혼이 담긴 멋진 작품이야.’

드루비스씨는 딱히 화를 내진 않았다. 대신 그를 이틀 동안 나무 뿌리로 만든 감옥에 가둬뒀다. 식판이라도 가져오는 날엔, 드루비스씨가 옆에서 식판을 빼앗으며 나긋하게 말했다.

‘갈대밭의 황충은 머잖아, 숲조차 망가뜨릴 수 있는 끔찍한 해충이죠.’

나중에 멜라니아씨에게 듣길, 피클즈가 자기 몫의 밥을 새벽, 몰래 그에게 나눠줬다고 한다. 그리고 피클즈는... 로얄캐닌 사료를 먹는데...


어쨌든 드루비스씨를 향해 고개를 젓는다. 디거스씨는 아마도 재단에 가 있을 거다. 이유는 모르지만, 그는 반짝이는 눈을 하고 있었다. 설마 또 사고를 치러 가는 건 아니겠지... Z씨에게 미리... 연락이라도 해놓을까.

“아니야. 드루비스씨. 오늘 소더비와 겨울씨의 접견이 있어서.”

내가 답하자, 그녀가 물뿌리개를 살며시 내려놓는다. 이제 보니 맨발이다. 그녀는 풀이 다치는 게 싫을 테니까. 그녀가 더 묻는다.

“접견이라... 재단의 일인가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그녀가 멀리 하늘을 보며 말한다.

“눈 속에서 홀로 자란 삼나무, 다 자라지 못해 녹빛을 띠는 장미라. 기묘하네요.”

알 수 없는 말을 남긴 채, 그녀가 눈웃음을 짓는다. 다시 목례한다. 슬슬 시간이다.

[같은 날 / 14:00]

접견실 나무문을 두드린다. 안에선 소더비의 활기 넘치는 목소리가 들린다.

“버틴인가 봐. 빨리 들어와!”

문을 열자, 접견실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회색 소파 3개가 놓여 있다. 바로 앞에 1개. 여긴 내 자리. 뒤쪽에 2개. 그곳에 겨울씨와 소더비가 나란히 앉아 있다. 가운데엔 원형 테이블. 천장엔 주홍색 조명. 창문은 이곳의 풍경이 그렇듯, 기하학적인 모양으로 나무판자를 덧댄 모양이다. 그 외엔 솔직히 말해서 썰렁한 방이다. 이용할 일이 없기에 특별히 신경 쓰진 않았는데, 이렇게 쓰게 될 줄이야.

“버틴! 그래서? 오늘은 뭐 하는 거야? 오늘은 레굴루스가 티폰 역할극을 같이 해준다고 해서 빨리 가야해!”

레굴루스... 하... 또 돈 때문이겠지. 한숨이 나온다. 이것도 보고를 해야 하나. 하얀색 원피스에 양갈래로 땋은 금발. 소더비는 눈을 반짝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반면 겨울씨는... 이 날씨에 여전히 슈바를 입고 있다. 바로 옆에 빛나는 누군가가 부담스러운 듯, 고개를 돌리고 종이에 뭔가 적고 있다. 물론 손으로 적는 건 아니다. 그는 마도술로 깃털펜을 띄운 채, 글을 쓸 수 있다. 일단 이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첫번째 접견에 참석한 이들이니 말이다.

“소더비, 겨울씨. 오늘은... 재단의 일이야.”

겨울씨의 깃털펜이 테이블 위에 내려앉는다. 소더비의 눈에선 빛이 사그라든다. 팔짱을 끼고는 심통 난 표정으로 자리에 털썩 앉더니 말한다.

“난 또, 재단의 일이라면 무아상 선생님의 농담보다 재미 없을 거 아니야.”

이어서 겨울씨가 무거운 입을 연다.

“그... 종이... 더 주나요?”

그가 말을 더듬는다. 소더비가 답답하단 눈치로 쳐다본다. 그는 여전히 영어가 익숙하지 않다. 말보다 글을 더 많이 쓸 그가 종이에 쓰는 건 전부 러시아어니까. 그쪽 언어가 더 익숙하겠지. 그러고 보니... 겨울씨는 종이에 대해 묘한 집착이 있다. 아무래도 원래 살던 곳에선 종이가 없어서 설원 바닥에 글을 썼을 정도니까.

“종이는 가져다 줄게, 겨울씨. 그보다, 오늘 일에 대해 약간의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서.”

얼마 전, Z씨가 안경을 고쳐쓰며 말했다. 매월 11일은 임의로 두 사람을 묶어 접견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마도학자들은 그 개성만큼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기에, 그들을 하나의 팀으로 만들기 위해선 서로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어. 자네도 무슨 뜻인지 알지?’

겨울씨와 소더비를 묶은 건 여러 사정이 있다. 두 사람이 개인적인 사담을 나눈 건 여행가방에 거처를 마련한 이래, 단 한 번도 없다. 관심사도 다르다. 소더비는 물약 실험이 아니면, 또래 사람들과 노는 경향이 있다. 반면 겨울씨는 이곳에 온 뒤,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걸 거의 본 적이 없다. 가끔 소네트와 푸시킨 시에 대해 얘기하는 건 봤어도... 다른 이들은...


둘의 출신지도 다르다. 대영제국 출신의 그녀와 러시아 제국 출신의 그. 나이도 극단적으로 차이난다. 무려 두배 이상 차이다. 유일한 공통점이라면 20세기 초의 인물이란 점 정도.


그 둘이 유사시에 하나의 팀이 돼야하는데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마도학자 영감 분류상으로 ‘나무’에 해당하기 때문도 있다. 또 소더비의 경우, 제시카와 함께 출장을 가지 않으면, 대부분 여행가방 안에서 지낸다. 겨울씨는 요즘 거의... 일을 나가는 경우가 없다. 때문에 제시카나 안안리 같은 마도학자들이 자리를 비울 경우, 두 사람이 유사 시에 팀을 이룰 일이 있을 수도 있지 않겠냐. 그런 나와 Z씨의 판단이 있었다. 미리 관계를 쌓아두는 게 팀워크에 있어선 도움이 될 테고, 관계를 쌓아서 나쁠 건 없다.


이에 관해 설명하자, 겨울씨는 난색을 표한다.

“그런... 가요. 버틴씨... 저는... 출장보단... 방에서 시를 쓰는 게... 더 좋은데...”

반면 소더비는 다시 눈을 반짝이며 말한다.

“정말? 티파티랑 똑같잖아! 나는 좋아. 겨울씨!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어깨 위에 동물은 뭐야? 아, 알겠다! 환상의 동물 새끼 ‘로크’잖아!”

로크... 소더비가 알 수 없는 명칭으로 말한다. 겨울씨 어깨 위에 새. 아마도 시베리아 박새다. 새끼 새는 더더욱 아닐 거다. 새하얀 우샨카를 쓴 자그마한 새.

“지마예요. 그... 영어론... ‘겨울’입니다.”

겨울씨가 말하자, 지마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동시에 소더비도 고개를 갸웃한다.

“겨울? 겨울씨도 겨울이잖아. 누가 진짜 겨울인 거야?”

겨울씨의 표정이 복잡해진다. 아마도 둘 다 ‘겨울’이라고 말하고 싶은 모양이다. 내가 대신 말한다.

“소더비. 둘 다 같은 이름이야. 둘 다 진짜 겨울이고. 편의상 그... 새끼 로크는 일단 지마라고 부르면 돼.”

그러자 소더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두 손을 모으고 내민다. 거의 지마에게 닿기 직전이다.

“겨울씨! 새끼 로크 내가 만져봐도 돼?”

내 설명은 딱히 의미가 없었던 모양이다. 겨울씨는 지마의 눈치를 본다. 지마는 마도학자인 내가 보기에도 그녀의 손길이 싫다는 표정이다. 조금은 놀랍기도 하다. 내가 알기로 겨울씨는 몰라도, 그의 새는 타인에게 특별한 차별 없이 먼저 다가가는 것으로 안다. 사교성이 꽤 좋단 뜻이다. 그런데 소더비에게 느껴지는 묘한 적대감이 막상, 그렇게 납득이 안 가는 건 아니다. 아무래도 지나칠 정도로 밝은 분위기의 그녀가... 부담스러울 테니까. 겨울씨가 머뭇거리다 이내 입을 연다.

“그건... 그러니까... 지마가 허락해야...”

지마는 소더비가 손을 내밀자, 날개짓을 하며 날아오른다. 작은 날개짓 소리가 희미하다. 지마는 공중에서 조명을 따라 한 바퀴 돌더니, 겨울씨의 머리로 자리를 옮긴다.

“지마가... 싫은 것 같네요...”

“말도 안돼... 나, 소더비를 싫어하는 동물 친구라니...”

겨울씨가 말하자, 그녀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다시 자리에 앉는다. 겨울씨는 뭔가 미안했는지, 다시 종이를 들어올린다. 테이블 위에 놓인 그의 깃털펜이 릴리아의 빗자루처럼 허공에 붕 떠오른다. 그가 펜으로 종이에 무언가를 적는다. 사각사각, 펜소리가 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가 종이를 소더비에게 건넨다.

“읽어... 보세요. 시는 아니고...”

소더비가 그 종이를 받는다. 그런데 왼쪽으로 돌려보고, 거꾸로 뒤집어도 보더니 삐친 표정으로 내게 종이를 건넨다.

“못 읽겠어. 버틴.”

그녀가 건넨 종이를 받는다. 종이엔... 삐뚤빼뚤하게 영어로 쓰인 글귀가 있었다.

‘로크는 낮에 몸에서 눈이 내린다네. 아름다운 숙녀의 손이 더러워질까, 몸을 피한다네.’

특유의 글씨체 때문에 못 읽은 것 같다. 어쩌면 오타가 많아서일 수도 있겠다. 내가 읽어주는 편이 낫겠지. 나는 겨울씨의 글을 있는 그대로 소더비에게 읽어주었다. 겨울씨는 그게 부끄러운 듯,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얼굴 반쪽을 종이로 가린다. 소더비는 뺨에 오른손 검지를 갖다 대고는 궁금한 듯 묻는다.

“로크의 몸에서 눈이 내려? 무슨 소리야? 겨울이라 그런가?”

그러니까... 이 글엔 나름 겨울씨의 배려가 담긴 것 같다. 지마가 정말로 그랬을 것 같진 않지만... 대략적으로 해석을 해서 그녀에게 말해준다.

“지마가 낮에는 파우더... 그러니까 비듬이 많이 나온대. 그게 ‘아름다운 숙녀’인 소더비, 네 손을 더럽힐 것 같아서 겨울씨의 머리로 피했다는 뜻이야.”

이런 뜻이 맞을 거다. 여기에 얼마나 진실이 들어있을지 모르겠지만, 내 이야기가 어느정도 겨울씨의 의도대로 전달된 건지, 그가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소더비는 손을 입에 모으고는 감동한 듯, 지마를 향해 말한다.

“역시 최고로 아름다운 숙녀 소더비를 배려해주다니. 모든 동물들은 날 사랑한다니까. 그렇지, 버틴?”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 그건 겨울씨의 배려 넘치는 거짓말이었겠으나, 소더비에겐 특효약이었다.

“겨울씨! 내가 새끼 로크를 위해 비듬이 사라지는 물약을 만들어 올게! 이름하여 ‘보글보글 샴푸 포션’! 나는 천재 숙녀니까, 하루 안에 완성할 수 있을 거야. 나만 믿어!”

소더비가 반짝이는 눈을 뒤로, 접견실의 문을 열고 나갔다. 손목시계를 확인한다. 아직 시간이 20분 정도 남았다. 아무래도 더 하기엔 글러버린 것 같지만 말이다.

“샴푸 포션... 저도 필요할지도...”

겨울씨의 머리가 유난히 반짝인다. 설마... 싶다. 여긴 그가 살던 유배지도 아닌데... 아니겠지.

“아무튼... 겨울씨. 접견은 이걸로 마칠게. 협조해줘서 고마워.”

겨울씨와 내가 자리에서 동시에 일어난다. 지마는 또 다시 공중에 날아올랐다가, 그의 어깨에 제 집처럼 앉는다.

“버틴씨. 그런데 종이는...”

아, 종이.

“준비되는대로 방에 가져다 줄게. 최대한 좋은 거로. 걱정 마.”

먼저 방문을 나선다. 겨울씨가 손을 수줍게 흔든다. 또 다른 겨울이 잠시 떠올라 날개짓을 한다. 고개만 살짝 숙여 목례한다. 인사로는 충분할 것이다. 소더비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졌다. 얼마나 빠르게 뛰었는지, 복도를 휘날리는 먼지가 보인다. 이제 할일은... 집무실에 가서... 보고서를 재검토하고...

“여! 버틴!”

등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억양도. 쾌활한 목소리의 그녀. 레굴루스다.

“레굴루스. 무슨 일... 하...”

뒤를 돌아보다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한숨부터 나온다. 레굴루스의 선글라스는 어디 가고 얼굴에 웬 생쥐인형탈을 쓰고 있다. 한 손엔 닥터페퍼까지. 뭐라고 반응을 해야할지 몰라서 가만히 있자, 그녀가 가면 안으로 닥터페퍼를 넣고 홀짝인다.

“이 선장님이 말야. 지금 아주 중대한 임무가 있어서 말인데. 혹시 소더비 봤어? 드루비스씨가 이쪽에 있을 거라던데?”

그녀가 능글맞은 투로 말하자, 그녀의 뒤에서... 그녀의 선글라스를 대신 쓰고 있는 미스터 APPLe이 떠오른다.

“저 APPLe의 견해에 따르면, 소더비씨는 자기 방으로 돌아간 것 같군요 캡틴. 제 견해가 맞을까요? 버틴씨.”

그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다.

“그래. 아마 방에서 물약을 만들고 있을 거야.”

그러자 레굴루스가 고개를 갸웃거리곤 생쥐탈을 벗는다. 코 부분이 눌렸는지 마치 릴리아의 보드카라도 훔쳐 마셨을 때처럼, 그녀의 코가 빨갛다.

“뭐야. 금발 귀족 꼬마 아가씨는 이 선장님이랑 선약이 있었다고. 가면극을 하고, 돈을 받고, 비틀즈의 레코드를 사야 하는데...”

“캡틴, 뒷이야기는 버틴씨가 모르셔도 됐을 것 같은데요.”

“아무튼! 지금 자기 방에서 물약을 만들고 있다는 거지? 이렇게 된 거 내가 닥터페퍼 대신 그 물약을 마시고 실험체가 되어주는 거야. 그리고 금괴를...”

그녀가 히죽거리며, 소더비가 지나갔을 복도를 재빠르게 뛰어간다.

“캡틴! 저번에 꾸르륵포션을 마시고 나흘 동안 닥터페퍼를 입에도 못 댄 거 기억 안나세요!”

미스터 APPLe이 소리치지만, 그녀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가 하얗고 투명한 손으로 선글라스를 벗고, 내게 인사한다.

“버틴씨, 저 APPLe은 아무래도 캡틴을 감시... 보좌하러 가야겠군요.”

나도 가볍게 인사로 대응한다. 그가 둥실둥실 그녀의 흔적을 좇아 사라진다.

일단 내 집무실로 가야겠다. 생각해보니 쓸만한 종이를 찾아서 겨울씨에게 사례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가 정원 나무에 글자를 새겨넣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어느 히피 마도학자처럼 드루비스씨의 감옥에 또 한 명의 죄수가 늘어날 거다.


오늘의 접견이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Z씨에게 보고할 거리가 떠오르질 않는다. 실크햇을 고쳐 쓴다.

14시 45분. 제 1회 접견 일지.

삼나무와 어린 장미.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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