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말을 들은 노인 여성의 표정이 격하게 찡그러졌다.

"별...? 그 별을 막겠다고...? 또! 너희가 내 별을 빼앗아 가려고 하는구나!!!"


무슨 스위치라도 켜진 듯, 멍하니 있던 여자에게서 갑자기 엄청난 힘이 터져 나오더니

다가오던 두 사람을 밀쳐냈다.


"절대...누구도 막지 못 해!!!"


여자는 이내 눈을 부릅뜨며 자신이 가져온 모든 분노를 풀어 헤치기 시작했다.



"쿠마르....! 쿠마르...!"


절박한 목소리는 끊임 없이 그 여성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지만, 돌아오는 것은 없다.

그저 황량한 메아리처럼 텅 빈 동굴, 공간 속에서 울려 퍼질 뿐이었다.





여태껏 얼마나 그녀를 몰랐던 것인가.

부르르 떨리는 손을 꽉 쥐며 되뇌었다.

"젠장....나는....!"














"쿠마르.....나는....!"


















"나는...!!!"




















나는 갈기 모래라고 한다. 11년..아니 12년만에 여길 왔는데 제대로 도와주지 못 한 채로 이렇게 누나와 이별했지만 이번에는 상봉에 성공한 것 같은데!! 오자 마자 이런 일들을 마주치다니, 이거 서프라이즈 맞지? 오, 미안, 누나가 너무 멋지긴 한데, 우호적인 면모가 너무 부족해서 말이야... 동굴이 우주가 되다니...아버지가 그런 이야기는 안 했는데.

우리가 족제비처럼 누나 주변에서 얼쩡거렸는데...아무튼 날 믿어 봐. 굉장히 우호적인 우연이라고. 이전에 갈라보나에게 말했듯이 난...음, 지금 우리 집안의 '거의' 마지막 핏줄이잖아. 원래 하나뿐인, 소위 후계자가 갖는 인장이 있었는데, 불행히도 내 실수로 곰이 그 인장을 꿀꺽했단 말이지. 그리고 그 스탬프가 가리키는 장소가 바로 양비둘기도 둥지를 틀지 않는 사원 속 석굴이었어...그 흑곰이 혼자 버스를 타고 여기 와서 나한테 편지를 보냈을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까, 직접 가서 이 상황을 확인 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누나, 내가 알기로 누나는 마도학자로는..'실격'이잖아. 인간과 거의 다를 바가 없었다고! 가장 기본적인 마도술도 쩔쩔맸는데, 이건 평범한 마도학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누나가 이런 걸 어떻게 조종할 수 있나? 자, 자..괜찮아...서두를 필요 없어, 천천히 해. 다 듣고 있으니까. 나도 할 말이 있거든. 적절하게 들어주도록 하지.









신선한 다르질링이 왔어요~ 며칠 전에 내가 도보로 이동할 때 저 쪽 마을 사람이 준 거야. 아, 뜨거우니까 조심하고...낙관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렇게 나빠 보이지 않을 방법은 있는 셈이라고~ 누나 집에서는 책, 책, 그놈의 책 뿐이던데.. <송아지의 사육과 관리>...? 누나는 천문학자가 맞긴 한 거야? 내가 뭔가 착각한 건 아니겠지... 어이, 갈라보나! 테이블에 [Plara-J] 비스킷이 두 조각 남아 있을 거다! 목이 멜 수도 있으니까 차 우려서 같이 먹는 거 잊지 말고! 칸지라 녀석은 가기 전에 세 개나 챙겨 가던데, 진짜 잘 먹네. 후우, 그 착한 마도학자 소녀가 마틸다랑 같이 녀석들을 무사히 잘 데리고 있어야 할 텐데... 누나도 알다시피 내가 누나와 함께 지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어. 한 달 아니면 보름 정도일까? 누나의 안경을 깔고 앉아 망가뜨리기도 했었어... 그 때 난 누나가 먼 친척인 줄 알았는데. 이 마을에서 보기 드물게 똑똑하고 시야가 넓은 사람이었다고 생각했지. 난 이 집도 빌려줬었고...하아, 그 집은 원래 나 혼자만의 비밀 기지였는데! 이후에 난 누나와 헤어진 후에야 아버지를 통해서 알게 되었어. 당신이 내 친누나였고, 마도학 재능이 별로 없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미움 받고 내쳐진 훌륭한 딸이라는 사실을 말이지! 뻔한 스토리야. 난 그 훈련을 내팽개쳤고 아버지의 가르침도 듣지 않았어. 뺴먹을 수 있는 연습은 다 빼먹었지. 물론 이 이야기의 마지막에...난 그 대가를 치러야 했지만... 하하, 찻잔을 들고 그렇게 방방 다니다니..그게 재밌는 건 알겠지만.. 지금 내 나이로서는 조심하라는 말 말고 할 수 있는 말이 없군. 그러다 데일 수도 있으니 조심해... 차에 향신료 더 넣어줘? 음...내가 가지고 다니는 게 대략 십 여 종은 되는 것 같은데, 잘 아는 모양이네...







...아. 내가 그걸 잊고 있었군. 집에 자물쇠가 망가졌던데. 하지만 괜찮아...내가 장소를 착각할 리는 없었으니까. 누나도 몇 번 사용한 적 없지만 그니까 쿠마르, 누나가 소유한 상태였잖아. 가능하다면 앞으로도 누나가 이 집을 쓰면 좋겠어! 다만, 지금 상황에선... 이 곳이 운석을 막아낼 수 있을 지 장담할 수가 없군. 긴장할 것 없어. 지금 상황에서는 아직 두 가지 방법이 있으니까... 낙관적인 상황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그렇게 나빠 보이지 않을 방법은 있는 셈이라고~하지만 여기서 시간이 더 끌리면 어떻게 될 지 모르지. 자, 다 같이 생각을 좀 해보자고...나보다 누나가 그 높은 벽을 넘기 더 힘들었을 거니. 내 추측대로라면, 누나의 계획은 이랬어. 누나에게 안 좋은 기억을 심어준 이 망할 장소에 날 '초대'한 다음, 우리처럼 누나를 짜증 나게 했던 존재들을 전부 모아서 날아오는 별로 '휘잉~'하고 한 방에 날려버리는 거지! 음...무슨 의식 같잖아! 하지만 안타깝게도 누나가 증오하던 놈들은 이미 없군...그래서 우리는 누나한테 미움 산 거라도 있나? 그런데, 갈라보나 당신은 왜 초대받았던 거지?








갈라보나는 말을 듣다 이내 힘이 빠졌는지 풀썩 쓰러지며 자신을 탓하기 시작했다.




맞은 편 기슭으로 이어지는 길에 외나무다리 하나만 있다면...다른 길을 선택하긴 어려울 거야. 넌 그 고통스러운 걸음을 내디딜 수 밖에 없겠지. 예상대로 무게중심이 바뀌고 나면, 넌 절망을 느끼며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하게 될 거야.

...그런데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행복'으로 과거의 옳고 그름을 정의해야 할까? 하지만 너는 단단한 대지 위로 돌아오게 될 거야. 그리고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하겠지.....오호, 그렇게 생각해? 갈라보나. 당신이 그런 말을 하는 건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군, 실패 후 낙심해서 그냥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는 것... 이해는 가. 모든 문제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면 양심에 가책을 느끼던 것도 좀 나아질 테니까. 또 다른 가능성은, 당신이 내 말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 했다는 거~ 그렇게 말 하지 마, 갈라보나. 내가 한 말 기억하지? 자신의 믿음 때문에 괴로워 할 필요 없다고. 마찬가지야, 자신의 용감함을 탓 하지 마. 누나가 뭐래? 당신의 어리석음 때문에 모두가 불행해질 거래? 됐다 그래!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건 우리 모두가 알고 있잖아. 용감함도 경솔함도, 신중함도 회피도...행동하기 전에 정의를 내리는 게 아니야. 대부분은 일이 일어난 후에 타인이 내리는 결론이지. 다행히 지금은...아직 결론을 내릴 때가 아닌 것 같군. 그거 알아? 덫에 걸려 다쳐 본 적이 있는 곰이 사냥꾼에게 가장 두려운 존재라는 거. 영원히 포식자의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은 없어. 게다가... 그렇게 노리는 것도 솔직히 다 자연의 흐름이잖아! 곰은 연어를 잡아먹고, 늑대는 어린 토끼를 잡아먹지. 그리고 녀석들의 가죽은 결국 우리들의 포근한 담요가 되어 줘. 호랑이에게는 호랑이만의 힘이 있고, 쥐에게는 쥐만의 지혜가 있는 법. 당신이 꼭 그녀의 패배를 밟고 승리 위에 올라설 필요는 없어. 미끼를 물어야 비로소 힘 겨루기가 시작되는 법이지. 자, 그러니까 당신이 지금 일어나서 우리의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알려 준다면... 큰 도움이 될 거야. 당신의 분위기로 봐서는 우리가 계속 명상이나 하고 있을 때는 아닌 것 같거든...하하! 그런 표정 짓지 마. 당신은 쥐 같은 게 아냐. 내 눈엔 진정한 새끼 호랑이의 모습이 보인다고...문 밖에 돌아다니는 놈들이나 쥐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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