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가 온다.


버틴은 급하게 동료를 가방안으로 대피시켰다.


천둥 소리에 정신을 차린 버틴은 '빗물'에 젖어버린 자신의 신발을 보았다.


분홍색, 노란색, 파란색 빗방울이 물감처럼 물속에 퍼지고 주위에 모든 것에 색을 이상하게 색칠한다.


건물들의 모서리는 액화되어서 만화의 그림체 처럼 바뀌었다.


버틴은 자신의 오른손 시계로 '폭풍우'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보았다.


거꾸로 내리는 비가 반짝이며 그녀에게 조급한 마음의 조각들을 서서히 모이게 만들었다.


앞으로......1분후에 폭풍우가 닥칠것이다.


도망가려던 사람들은 거꾸로 내리는 비의 장면을 보고 멍해진다.


물론 그것을 본 그들은 인간 사이에서 지내던 마도학자들이었다.


혼란스러운 몇몇 마도학자들은 손을 뻗었고 땅에서 떠오른 빗방울이 자신의 손가락 틈새로 스치며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것을 바라보았다.


액화되어 무너지는 건물들과 사라지는 사람들 사이로 아무도 반응을 하지 않는다.


그저 주어진 운명에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이들의 숙명이다.


버틴은 점점 작아져 가는 숫자들의 행진을 유유히 지켜보았다.


3....2.....1


ㅡ펑!!!


'폭풍우'가 시작되었다.


검은색 빗방울들이 세차게 불어오면서 주위에 모든것을 빨아들인다.


사라진 건물들과 사람들은 어느새 검은색 물감이 되어 새하얀 하늘을 회색빛으로 만들었다.


버틴은 다급하게 가방속으로 들어왔다.


가방속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감들이 흩날리고 그 가운데에는 그녀의 첫번째 파트너가 있었다.


"버틴 이게......"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묻는 파트너 사이로 버틴의 다급한 손놀림이 더해진다.


"안돼.....안된다고......"


그녀의 몸은 점점 살갖을 잃어가고 과학실에서 보았던 반쪽은 뼈가 보이는 앙상한 실험 마네킹 같이 변해갔다.


버틴은 눈물까지 흘리고 그녀의 몸이 녹아내리지 않도록 최대한 두손으로 모아서 부었다.


버틴은 애썼지만, 그녀의 몸은 어느새 반쪽이 녹아내린 얼굴을 제외하면 형태조차 알아보지 못하였다.


"제발!!!!!!!"


이제 버틴은 눈물까지 흘리면서 사라져가는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형태를 잃은 손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버틴의 뺨을 잡고 말했다.


"버틴 괜찮아......"


"아니야!!! 아직 나에게 방법이....!!!"


그녀는 고개를 젖고 그녀의 머리카락은 녹는 찰흙이 되어간다.


"제발......."


버틴은 흐느끼면서 그녀의 형태를 애써 잡으려고 애절하게 그녀에게 매달린다.


그녀는 버틴에게 말했다.


"버틴 나 처음으로 재단에서 역할을 줬다......"


"그만!!! 그만 얘기해 내가....내가 해결할 수 있어....."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안다는 듯이 버틴을 보았다.


"아니......난 이제......"


"아니야 아니라고!!!!"


또 그때 처럼 잃을 수 없다.


Z씨를 처음 만나고 타임키퍼가 된 날, 그날 자신의 친구들 처럼 그녀가 사라지는 것을 두고볼 수 없다.


또 다시 누군가를,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싶지 않다.....


그녀는 우는 버틴의 눈가를 닦아주고 말했다.


버틴과 처음 만날을때, 버틴과 함께 첫번째 임무를 맡을때, 버틴이 힘들때 위로하는 것 같이.....


사소하면 사소하나, 그럼에도 아름다운 그들의 추억에 관한 이야기였다.


폴라로이드는 어느새 끝을 향해서 펼쳐지고 마지막엔 끝내 백지로 남았다.


그녀의 형태는 땅으로 스며들어 아무것도 없는 가방에 여러 새싹들을 피워내었다.


새싹들은 자라나 어느새 큰 숲을 만들어내었고 버틴은 입사귀를 만지고 그녀의 모습을 생각했다.


그녀의 눈물이 자라나는 식물들의 영양분이 되어 바닥에 흩뿌려진다.


버틴은 가방에서 나와 사라진 시대를 기억하고 울부짖는다.


"아아아!!!!!!!!!!!!"


그리고 신은 그녀의 외침 따위는 무시한다.


언제나 그랬듯이....말이다.


버틴은 죽은 눈으로 회색빛 하늘을 보았다.


그리고 다짐했다.


다시는 소중한 사람을 만들지 않겠다고.....


더는 상처 받지 않겠다고......


그리고 그 다짐은 두번째, 3번째 동료들을 지나고 더 확고해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