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는 공허를 품고 있다. 그 별과 별 사이의 아득한 간격을 파고들어도… 답을 깨달은 현자에겐 더 이상 내어줄 것이 없다는 듯, 나를 지면으로 되돌릴 뿐이다.

인력은 때론 저주다. 인간을 저 먼 신비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저주.

“......하아.”

그녀는 잠겨있던 욕조에서 일어났다. 검은 양의 올과 벨벳을 엮은 듯한 그녀의 머리칼에서 물기가 뚝뚝 떨어져, 그녀가 잠겼던 수면 위에 첨예한 파동을 울렸다. 작은 전등만이 비추는 욕실은 고요했고, 어스름한 빛은 쫓겨난 현자만을 추레하게 비출 뿐이었다.

갈라보나는 한참 동안 욕실의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눈을 감았다. 눈꺼풀 밑으로 전등 빛이 명멸하는 듯한 피로한 기시감을 느낀다. 관측을 실패한 후유증이라고, 학자인 그녀는 결론지었다.

작은 한숨을 내쉰다. 아래로 시선을 내리면 물에 젖은 생쥐 같은 꼴인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더 이상의 시도는 무의미해 보였다. 그녀는 그날 이후, 명상을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 했다. 오늘 역시 다르지 않았다. 재단에 영입되어, 관측을 위한 무대가 달라졌어도 여전히… 강가의 안개처럼 흐릿하게, 마음 한구석에 죄책감이 끼어있는 듯했다. 그것이 그녀의 총명을 방해했다.

그녀는 욕실을 나섰다.


-


“그래서, 성과는?”

그녀가 욕실에서 나오자, 수다스러운 사내의 목소리가 그녀를 반겼다. 어떻게 개인실에 발을 들였나 싶다가도, 사내는 곤란한 사람을 도저히 가만두고는 못 배기는 인정 많은 사람이었고, 또 개인실에 틀어 박힌 자신과는 달리 한동안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재단을 휘젓고 다녔으니… 방법을 강구하는 건 어렵지 않았을 테다. 그리 생각하여 갈라보나는 의구심을 거두었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없어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네요.”

“아하하.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지만, 어머니가 그렇게나 많으면 처가살이가 쉽지 않겠어.”

허나 어떤 해적 한 명은 부러워할 일일지도 모른다. 어머니가 그렇게나 많이 계신다니!

느물거리는 사내의 말에 갈라보나가 눈을 조금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처가살이요? 누구랑요?”

“오, 내가 무슨 말 했던가?”

“......하여간.”

능글맞은 사람 같으니. 갈라보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침대 모서리에 앉아있는 사내는 그저 소리 내어 웃을 뿐이다. 뒤이어, 자연스레 그녀를 제 옆자리에 앉히곤 그녀의 어깨에 걸린 수건을 넘겨받았다. 넘겨받은 수건으로 그녀의 머리칼 물기를 훔쳐주기 시작했다.

“있잖아. 죄책감 갖지 마.”

사내가 조용히 이야기 했다.

“누군가의 희생은 발전의 거름이 되거나, 원한의 족쇄가 돼. 그 두 가지 갈림길을 결정 짓는 자는… 바로 너야. 피 흘리며 순리로 돌아간 자연의 녀석들을 생각해 봐. 먹이가 되고 남은 사체는 잘 묻어주면 토양의 양분이 되지만, 그렇지 않고 내버려두면 그저 악취를 풍기는 부패물이 되어버려. 희생자의 앞날을 결정 짓는 건, 바로 삽자루를 쥔 너라는 이야기야.”

손길을 받던 갈라보나는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한없이 친절했으나 결코 명제에서 벗어나지 않는 그 이야기는 지혜로웠다. 그녀를 마음에 묻고 성장을 위한 양분으로 삼을 것인가, 그저 방치해두어 자신의 죄책감을 키우는 원혼으로 만들어버릴 것인가. 선택은 갈라보나, 바로 자신의 몫이었다. 다정한 이야기 후엔 제 머리칼의 물기를 닦아내느라 정성인, 고요한 방 안에서 절그럭거리는 금속 팔의 소음만이 울렸다.

“......이해 했어요. 쿠마르의 마지막이 제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느냐는…… 제 마음가짐에 달린 문제라는 거네요.

“하하. 때론 넌 너무 이해가 빨라서 더 떠들고 싶은 내 수다를 가로막는단 말이지.”

사내가 아쉽다며 입맛을 다셨다.

“부담 갖지 마. 앞으로 평생 명상을 하지 못 하게 된다고 해도 괜찮아. 밤하늘의 별은 고개를 올려 두 눈으로 직접 봐야 하는 법이라고… 네가 말하지 않았던가?”

“그렇…… 네요.”

갈라보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자신의 언행도 돌아보지 못 해서야 어찌 넓은 우주를 유영할 수 있을까. 스스로의 무지에 부끄러워하다간, 대뜸 몸을 뉜 사내가 돌연 갈라보나를 자신의 위로 끌어당기는 바람에 그녀는 당황하여 허둥거렸다.

“저기, 머리가 아직 다 안 말랐어요.”

“이 정도 물기는 모닥불을 쬐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마르는 법이야.”

“이 방 안에 모닥불은 없는 걸요.”

“흐음. 없다고? 정말?”

갈기모래가 그녀의 손길을 단단한 산 능선 아래로 이끌어 주었다. 이끌린 곳엔, 거대한 통나무 하나를 땔감으로 삼아 홧홧하게 타오르고 있는 모닥불의 열기가 느껴졌다. 사내가 속삭였다.

“......여기 있네.”

읏, 갈라보나가 곧장 뺨을 붉혔다.

“정말이지…….”

타오르는 듯한 단단한 땔감 하나가 갈라보나의 손에 쥐어졌다. 그것은 머지않아 그녀의 깊은 곳까지 들어차서, 젖어있던 그녀의 심장 안쪽을 데우리라.


두 사람의 밤이 기울어지자, 보름달처럼 뜬 채로 방 안을 훔쳐보던 수정구 하나가 황급히 불을 꺼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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