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망 대회 참가합니다. 갑자기 삘 받아서 써봤어요.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시카리오에서 영감받아서 작성했습니다. 즐겁게 봐주세요. 좀 깁니다.

12:00인데 받아주나?



장례식


 한 노인이 침대에 힘겹게 앉아있고, 그 주변을 마을 사람들이 둘러서있다. 그 중 노인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의 한 명의 소녀였다. 노인은 소녀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했다.


 -네가 마지막이다 마지막 사람이야. 그 추악한 것들이 더 이상 마을에 발 못들이게 해주렴.

 -네. 제가 모조리 없애버릴게요, 할머니. 할머니를 위해, 릴리안, 톰슨, 로버트를 위해, 흘러간 피를 위해...


 노인은 소녀에게 망토를 둘러주었다. 몇 세대 걸쳐 전해진 그 망토는 현재의 색이 아니었다. 오랜 기간 적들을 물리치며, 망토는 붉게 물들었다. 망토를 붉게 물들인 피의 대부분은 적들의 것이었지만 망토의 이전 주인들의 피도 함께 묻어있었다.

 망토를 전해 받은 소녀는 이전의 이름을 잃고, 새로운 이름과 함께 새로운 사명을 부여받았다. 망토를 전해주는 노인도, 그 광경을 보는 주변 마을 사람들도 그것이 소녀의 나이에 비해 부당할 정도로 과도한 것임을 알았으나 반론이나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은 마을이 그녀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었다. 다만, 그녀를 제외하고는 사명을 감당할 능력도 자격도 없다는 것 또한 모두가 알았기 때문이었을 뿐이다.

 노인은 기운이 넘치던 이전과는 다르게 천천히, 그리고 힘없이 침대에 다시 누워 서서히 눈을 감았다. 콧수염을 기른 남자가 침대로 다가와 노인의 맥을 짚었다. 그리고 빨간 망토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침울한 분위기에 빠졌고, 몇몇 사람은 눈물을 보였다. 빨간 망토도 고개를 푹 숙였다. 망토를 쓰고 있던 탓에 그녀의 표정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없었으나, 그녀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주먹을 꽉 지었을 뿐이었다.

 밤이 아님에도 밖에서는 늑대들의 하울링 소리가 들렸다. 소리 자체에는 여느 때와 다름이 없었지만, 노인과 마을, 늑대들의 관계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그 소리가 기쁨에 찬 포효로 느껴졌다. 오늘 밤은 달빛이 옅을 것이었다. ‘늑대’들에게는 최적의 시기임이 틀림없었다.




 그날 저녁, 저녁 식사를 마치고 마을 사람들은 탁자에 둘러앉아 밤의 일을 논의하고 있었다. 테이블 가장 가운데 자리엔 테이블조차 살짝 높은, 왜소한 몸집의 빨간 망토가 앉아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표정과 분위기는 그 자리에 부족함은커녕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서려 있었다.


 -정말 괜찮겠어?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괜찮아요. 하지만 오늘이 가장 좋은 기회 아니, 오늘 밖에 기회가 없어요. 그리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저밖에 없어요.

 

 그 회의의 다른 사람들은 잠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수치심에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 수치심을 이겨내고 마을 청년이 입을 열었다. 세 달 전에 결혼한 24세의 청년 한스였다. 


 -너도 위험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끼리 버틸 자신이 없어, 할머니도 돌아가셨고, 너까지 전선을 이탈하면... 빨간 망토는 능력과 실력도 물론 있지만 우리들의 심리적 구심점이기도 하단 말이야. 그리고 ‘늑대’들이 총력전으로 싸우러 올 건 뻔한데 수장이 오지 않을 거라는 건 도박 아니야?


 빨간 망토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그녀의 시선을 살짝 회피했다. 한스의 주장에 공감하는 듯 했다. 빨간 망토는 작게 숨을 가다듬고 말했다.

 

 -할머니는 거의 제 나이부터 약 50년간 마을을 지키셨어요. 맞나요? 덕분에 마을의 수비는 더 단단해졌고, ‘늑대’들의 공격은 끊임없이 있었지만, 많이 소극적으로 변한 것도 사실이죠. 그 공을 부정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늑대’들과의 악연은 끝나지 않았고 저까지 붉은 망토를 이어 받았어요. 그리고 이 악연을 끝내고 싶은 것은 ‘늑대’들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할머니께서는 유언으로 제가 마지막 빨간 망토라고 말하셨어요. 그 유언을 지키려면 그들이 총력전을 걸어올 오늘 밖에 없어요. 한스, 당신 아내 임신했다고 들었어요. 맞나요?


 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적들의 수장이 오늘 오지 않을 거라는 것은 저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항상 전투에 직접 참여하던 그가 최근의 전투에서 눈에 띄지 않은 것은 그에게 분명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설령 오늘 그가 직접 전투에 참여한다고 해서, 작전이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특임조의 행선지가 변할 뿐이죠.

 오늘이 고비가 되리라는 것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을 버티는 데에 급급하면 우리들 중 몇몇의 내일은 보장할 수 있겠지만 우리들의 남은 시간뿐만 아니라 우리들 모두의 자식도 똑같은 고통을 지속해서 받을 겁니다. 할머니께 훈련을 받은 것은 저 뿐만이 아니에요. 오히려 할머니와 같이 오래 생활하고 조직력을 강화한 건 제가 아니라 여러분들입니다. 그러니 전선에 꼭 필요한 건 제가 아니에요. 부탁드립니다. 저 없이 버텨주세요.

 -그래. 알겠어. 오늘 ‘늑대’들과의 악연을 끝내자고.

 -나도 거의 20년을 싸워왔어. 내 자식들의 자식들까지 이 고통을 겪게 하고 싶지는 않아.

 

 마을 회의는 고양감을 증폭시키는 말들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것이 그들의 진심인지 불안감을 억누르기 위한 과장된 행동들이었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해가 완전히 지평선 아래로 사라지고 초승달이 모습을 드러냈으며 어둠이 찾아왔다. 보초에 있던 빨간 망토를 레이첼과 수잔이 찾아왔다. 둘은 각각 18세, 17세로 빨간 망토에 비해서는 성숙했지만 아직 소녀라고 불릴 나이였다. 하지만 그녀들 또한 훈련을 받고 전투에 참여해 어리숙한 전투원들이 아니었다. 그녀들은 머스킷 총과 근접용 무기를 착용했다. 빨간 망토는 보초에서 이미 무장을 마친 상태였다.


 -몬드... 아니 이제 빨간 망토라고 불러야하지? 우리 왔어.

 -무기는 다 점검했지? 준비 됐어?


 빨간 망토가 물었고, 그녀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자. 그들은 마을 외곽으로 걸어 나갔고, 침엽수 숲을 마주했다.


 -오늘 우리 잘해낼 수 있겠지?

 -솔직히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네.

 -...


 숲은 항상 안개로 자욱했고, 안개와 숲의 마력으로 인하여 마도술을 사용해도, 나침반으로도 숲을 헤쳐 나갈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늑대’들고 그 숲을 이용하여 마을을 침범할 수 없었다. 그리고 평범한 방법으로 방향을 찾을 수 없는 건 그녀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녀들은 숲의 안개에 발을 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