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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1.7스토리 자체는 업뎃 당일에 호로록 다 처먹긴 했는데

진짜 너무 잘 만들어서 가로로 잘했다고 칭찬할까 세로로 개꼴렸다고 칭찬할까 이러면서 하루종일 굴러다녔음 하와와 마치 마커스쟝이 된 것 같은 기분

암튼 주말에 정신 차리고 대충 적어봄

당연히 스포있음


이번 스토리는 모호하고 은유적이었던 삭일수기랑 비교해 엄청 직관적이면서도 세련되게 메타포를 참 잘 사용했음

그 덕분에 미숙한 사회 운동가인 까까냐, 개또라이레즈사이코인 이졸데, 존나 귀엽고 천사인 마커스에 굉장히 깊게 몰입할 수 있었다고 생각함


특히 인물마다 핵심적인 상징 아이템을 줘서 이해를 돕는 부분이 좋았음

혹시 인물의 행동이나 동기가 잘 이해가 안 된다면 그 인물을 상징하는 소품을 떠올리면 굉장히 도움이 될 거임

그래서 이번 리뷰도 각 인물의 상징 소품을 중심으로 분석하려고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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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카카니아의 상징은 '거울'인데

초중반부의 카카니아는 정말 말 그대로 거울 같은 인물임

거울은 뭐다? 그냥 자길 비추는 걸 숨김없이 다 드러냄. 거짓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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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니 꼬추 작음~니 마누라 내가 보벼서 따먹음~을 비롯해서 카카니아는 작중에서 참 수다스러운 인물임

온갖 욕망과 감정을 속으로 욱여넣고 살아왔던 이졸데, 생각이 너무 많아서 말로 빚어내지 못하는 마커스랑은 완전히 다름

왜 이렇게 수다스럽냐면 거울 같은 사람이니까, 숨길게 없어서 그럼

내 생각은 옳고, 이 시대가 잘못된 것은 사실인데 뭐하러 감추냐? 다 비춰줄테다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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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젊은 이상주의자인 카카니아는 마도학자의 해방과 자유를 꿈꾸는 사상을 숨기지 않고 이졸데에게 드러냄

진짜 참 이상주의자다운 행동임 난 정말 이 장면이 카카니아 그 자체라고 생각해서 좋아함

자기가 뭐든지 꾸밈없이 그래도 드러내고 비추니까, 남들도 그럴 거라고 믿음

나의 꿈을 솔직하게 공유한다면 상대와 나눌 수 있고 나아가 동료가 될 수 있다고 순수하게 믿고 있음


하지만 이런 당당한 열정이 카카니아 최고의 매력이면서도, 동시에 이 시대를 파멸로 끌고가는 뇌관으로 작용했다는 건 다들 봤을 거임

순수한 사상가들의 열정으로 시작됐던 많은 혁명들이 결국 자유와 평등 대신 전쟁으로 이어졌던 것처럼

카카니아의 사상도 같은 길을 걸어가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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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졸데가 사고를 터뜨리고난 뒤 카카니아는 정말 끝없이 그럴 줄 몰랐다고 후회함

책임회피로도 오해받을 수 있을 정도로, 스스로도 자기가 위선적인 인간이라고 자조할 정도로 카카니아는 '그럴 줄 몰랐다'고 되새김

카카니아는 정말로 몰랐을 거임

거울처럼 꾸밈없이 드러내도, 누군가는 그걸 정말 뒤틀린 형태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엔 카카니아는 너무 열정적이었고 너무 젊었음

거기다가 하필 그걸 알게 된 계기가 자기를 존나 사랑하는 이졸테의 광기니까 도망가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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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후반부의 카카니아는 입을 닫아버림

이졸데가 내 말을 도대체 어떻게 왜곡시켜 받아들일지 모르니까 아예 말을 할 엄두를 못내는 거임

카카니아는 그래서 황무지에서 이졸데 만나도 아무런 이야기를 안 함

아직도 무서운 거임. 나는 거울이 될 수 없고 상대도 거울이 아니란 걸 알게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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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카카니아는 끝까지 도망치는 대신 마커스의 설득으로 다시 일어남

거울 같았던 이상주의자 카카니아는 깨져버리고, 환자의 자유의지를 위해 무슨 일이 있어도 쓰지 않겠다던 최면을 다름 아닌 이졸데를 향해 쓰면서 선을 넘게 됨

어떻게보면 변절이라고 할 수도 있고, 본인한테나 독자들한테나 씁쓸한 장면이지만

이런 카카니아의 변절이 세상을 구할지도 모른다는게 굉장히 아이러니한 부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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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니아가 거울이라면 이졸데의 상징은 '그릇'이란 것이 굉장히 강조됨

거울과 그릇은 주변의 것을 받아들인다는 공통점이 있으면서도 결정적인 차이가 있는데

거울은 담긴 것을 그대로 비추지만

그릇은 담긴 것을 자기한테 맞춰 변형시킨다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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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열 단또로 알아보는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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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문제는 이 이졸데라는 그릇이 오장육부갈비뼈 다 조지는 코르셋처럼 조여진 끝에 존나게 뒤틀렸다는 거임

이졸데는 부모가 억지로 끌고다닌 강령술의 악영향, 칼의 강압적인 교육, 사회가 요구하는 귀족으로서의 의무와 마도학자이자 정신병자로서 받는 모멸에 억눌릴 대로 억눌린 뒤틀린 그릇임

아무리 뜻이 좋고 열정적인 카카니아의 사상도 이졸데 안에서는 괴물 같은 사상이 될 수 밖에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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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세상을 보는 관점부터가 카카니아랑 이졸데는 너무 다름

이졸데에게 세상은 고통 밖에 없는 폐허고, 죽여서 거기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은 '연민'이자 '권리'이자 '친절'임

개인스에서 나오듯이, 이졸데는 애완동물이 굶어서 고통받을 거 같으면 바로 비소 먹이고 천국으로 다이빙시켜주는 여자임

근데 이게 악의가 아니라 순수한 연민에서 나오는 행동이라는게 정말 안타깝고 끔찍한 부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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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터스트로프가 인생이란게 말이 화려한 오페라스타, 명문귀족이지

그 실체는 먹고 살려고 강령술로 자아 희석시키고 유령들한테 시달리면서 정신병으로 낑낑대다 요절하는 거임

이졸데는 이거말고 다른 길을 제시받지도, 알지도 못한 상태로 20년을 살아왔음

이러니 인생은 좆같고 스겜이 답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함

실제로 카카니아 만나기 전에는 조금의 주저도 없이 비소 듬뿍 탄 홍차 마시고 골로 가려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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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그릇에 카카니아의 사상을 채운 결과 당연히 대량학살과 세상 리셋이라는 괴물같은 결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지


카카니아가 사람들 다 죽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경악해도 뒤틀린 그릇인 이졸데는 순수하게 이해를 못함

폐허에서 살던 사람들은 자비롭게 고통 끝내주고 폐허가 아닌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는데 센세는 왜 저러실까(진짜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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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졸데가 카카니아를 만난 것 자체가 좆된 건가, 아예 만나지 않는게 좋았는가...하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함

이졸데에게 분명 카카니아는 구원이 맞음

난생 처음으로 토스카나 샬로메가 아닌 '이졸데'로 바라봐준 사람이고, 자기 고통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없애주려한 사람이니까


그런 카카니아를 이졸데는 자기를 짓누르는 또다른 문이 아니라 '열쇠'로 받아들이고,

너무 사랑하게 된 나머지 카카니아의 사상이 자기를 통해 피어나게 해주고 싶어했음


1차대전이 코앞에 있는 1914년 유럽이 아니었면 존나 이상적인 해피엔딩이 될 수도 있었을 거임

근데 이 시대는 이졸데가 작중에서 절규하는 것처럼 걍 좆될 수 밖에 없던 시대였구...둘의 만남이 비극이 아니라 시대 자체가 비극인 셈이라 할 수 있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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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래도 희망이 있다면 이졸데 통찰 대사가 아닐까 생각함

이졸데는 언젠가 세상이 폐허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서 거울(카카니아) 앞에 다시 설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으니까

언젠간 잘 되지 않을까 언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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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마커스. 존나 귀여운 마커스는 존나 귀여운 '등불'을 들고 있는데 이게 진짜 참 마커스를 잘 나타내는 거 같음

등불은 밝을수록 아름다움이 잘 드러나는 거울이나 그릇과 달리 밝을 때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음

근데 어두울 때는 이게 없으면 좆됨

등불 없이는 거울은 아무것도 비추지 못하고 그릇은 깨져서 위험하게 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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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커스도 마찬가지임

세상이 아직 좆되지 않은 초중반부에 마커스는 잘 활약하지 못하고 삽질이랑 자책도 자주 함

근데 폭풍우 터지고 세상이 존나 좆됐을 때 활약한게 바로 마커스임

어쩌다보니 순서가 마지막이 됐는데 사실 난 이 셋 중에서 주인공 고르라면 당연히 마커스라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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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커스는 여러모로 당대의 지식인 계층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음

'별이 빛나건만'의 시대는 1914년 봄인데, 1914년 여름 1차세계대전이 시작되면서 끝나게 되는 '벨 에포크' 시대의 끝자락이기도 함

벨 에포크는 대충 1차대전 이전 평화로웠던 100년 정도의 시대인데 이때 자동차나 전기기술, 비행기, 전화 등 여러가지 멋진 물건이 많이 나왔고

우리 지금 존나 개쩌는듯? 앞으로 다 잘될 듯?이란 근자감 인식이 팽배했던 가장 밝았던 시기기도 함

그렇지만 동시에 제국주의, 식민주의, 인종주의, 민족주의 등 온갖 문제점이 곪을대로 곪아서 터지기 직전인 시대기도 했고

사실 이 1.7 스토리 자체가 가장 빛나면서도 가장 어두운 시기를 만나기 직전인 시대라고 할 수도 있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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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대전이 터지면서 가장 절망했던 건 벨 에포크 시대를 앞장서서 끌고갔던 지식인들이었는데

왜냐면 지들이 문명을 이끈다면서 만들었던 비행기는 사람들 대가리 위에 폭탄 떨구고 있고 자동차는 땅크가 됐으니까 그렇겠지

이런 지식인들의 후회와 절망은 지식을 성급히 공유한 마커스의 좌절과 후회, 분노를 연상시키는 면이 있음


마커스가 세상은 아직 밝다면서 숫자섬에 대한 썰을 풀어버린게 카카니아를 거쳐 이졸데로 흘러들어갔더니 폭풍우가 됐잖음?

질소 비료 만들어서 세상에서 굶주림을 종식시키겠다던 과학자가 그 기술로 독가스 만들던처럼

마커스의 순수한 선의는 대량학살의 기폭제가 됐음

당연히 마커스도 절망하고 후회하고 분노할 수 밖에 없음

죽어, 하인리히=상!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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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1차대전에 이어 2차대전, 냉전까지 이어지는 어두운 시대에도 지식인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문명을 이끌어갔던 지식인들처럼,

얼굴을 가리고 울던 마커스가 다시 등불을 들고 사람들을 구할 방법을 찾아낸 건 정말 매력적인 부분임

조명기구가 어두울 때 말고 언제 일하겠냐고~

존나 길게 주절댔는데 진짜 아무튼 1.7은 멋진 스토리라고 생각함

캐릭터 비중 분배나 서사나 연출이나 뭐 하나 깔 부분이 없더라고

릾 떠나서 그간 해본 게임 중에서도 최고로 맘에 드는 서사였는데 앞으로도 계속 이런 퀄 내줬으면 고맙겠스키


세줄요약:

75


6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