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에 앞서 리버스에 좀 관심을 두고 있었다면
빌라의 이름이 슬라브 신화에서 바람의 정령 쯤 되는 빌라에서 왔다는 것과,
빌라의 정체인 인어가 궁극기 상태 이름이기도 한 루살카에서 기원했다는 건 다들 알거임.
근데 사실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음?
빌라라는 이름은 바람의 정령인 빌라인데 모든 능력은 물과 연관된 이펙트를 갖고 궁극기 상태는 그냥 루살카잖아.
블루포치가 왜 이렇게 한 걸까, 라는 의문에서 이것저것 찾아봤고 이 글은 그 결과에 대한 정리임.
일단 대전제로서, 슬라브 신화는 발칸반도부터 중유럽, 동유럽에 퍼져있는 슬라브인들이 민간 전승으로 이어온 신화임.
ㅈㄴ 넓게 자리한 만큼 지역적으로도 파편화가 심함.
즉, 빌라, 루살카로 뭉뚱그려 지칭하더라도 다른 전승, 다른 특성이 나타나는 경우가 오지게 많다는 것.
이걸 알려두고서 설명을 시작하겠음.
1. 빌라=바람의 정령?
거두절미하게 말해서 빌라의 어원은 불명임.
슬라브쪽 어휘 중 바람을 뜻하는 단어(viti, vichъrь등)랑 엮어서 바람, 공기에서 기원했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홀리다(vilit), 미친(vily)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음.
다만 내 개인적으로는 후자가 더 신빙성이 높다고 느끼는데
빌라는 전승에 따라 속성이 매우 다양함.
날개까지 달려서 진짜 바람의 정령처럼 나타나는 빌라 전승이 있는가 하면
그냥 숲에서 사는 빌라 전승도 있고
'물이나 물 근처에서 사는 빌라 전승'도 있음.
이에 반해 얘네의 공통점은
1)매우매우 이쁘다
2)가끔 지들끼리 원을 그리면서 춤을 추는데 젊은 남자가 여기에 홀리면 자기도 모르게 거기에 껴서 춤을 추게됨(뒤질때까지)
3)초승달 뜨면 특히 사람에게 해악을 끼침
이렇기 때문에 전자(바람의 정령)보다 후자(자연계 정령인데 사람 홀리는 능력이 존재)가 더 그럴듯하다고 보는 것.
그렇다면 이 빌라와 리버스의 빌라는 무슨 관련이 있나?
앞서 말했다시피 빌라 중에는 물이나 물 근처에 지내는 종류의 전승이 있음.(인어는 아니고 물에서만 지내는 것도 아님)
얘네는 자신들이 소유한 수역이나 우물이 있는데
이곳의 물에는 '치유의 능력'이나 '계시를 볼 수 있게 되는 능력'이 존재함.
즉, 리버스 빌라가 힐러 역할군(+치명 버퍼)을 맡게 된 근거가 이거라고 나는 생각함.
또한 궁극기 상태에서 열정과 신기한 빛을 회복시켜주는 건
빌라(후술한 루살키도 포함이지만)가 가진 사람을 홀리는 능력에 대한 표현일지도?
2. 루살카=인어?
인어처럼 묘사하는 전승도 많고 아예 물에서만 생활한다는 전승도 존재함.
하지만 루살카 대부분이 갖는 이미지는 의외로 인어가 아니라 '물귀신'임.
남슬라브 위주로 퍼진 빌라 전승은 금발 묘사가 ㅈㄴ 많은데 반해
중, 동유럽 위주로 퍼진 루살카 전승은 머리색이 다양하지만 녹색 머리카락 묘사가 꽤 공통적으로 보임.
심지어 멀리서 봤을땐 ㅈㄴ 미녀였는데 가까이서 보면 피부도 녹색이고 생긴것도 일그러져 보인다는 등,
빌라에 비해 기괴한 경우가 다반사.(=대체로 익사체에 대한 표현, 실제로 젊은 여자나 소녀가 물가에서 자살해서 루살카가 된다는 전승이 많음)
그리고 대부분이 젊은 남자 홀려서 죽인다는 전승이 포함되어 있음.
또한 빌라랑 달리 악의가 있는 악마 쯤으로 묘사되는 일이 잦음.
다만 이는 19세기 이후 루살카 전승에 죽음과 연관되는 성격이 부여된 탓이고
19세기 이전에는 빌라와 비슷하게 다산, 풍요를 이루어주는 물의 정령이었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함.
실제로 루살카 전승 중 하나인 브로드니차는 나무 뎀 근처에서 사는 루살카로 나타나는데
평소엔 뎀을 지켜주다가 지역에 외적이 침입하면 뎀을 부숴서 적을 막거나 발걸음을 늦춰주는 역할을 했다고 함.
뿐만 아니라 '아이를 좋아하며 뎀 주변에서 노는 아이들이 물에 빠지지 않도록 지켜주는' 등 빌라처럼 선한 정령으로 묘사됨.(죽음에 대한 요소x)
리버스 빌라가 아이를 좋아하는 선생님의 역할을 하는 것도 이것과 연관된 게 아닐까 싶음.
3. 빌라랑 루살카는 무슨 관계?
민간 설화들이 다 그렇듯 확실한 근거는 거의 없음.
다만 빌라 및 루살카라는 단어가 기록된 시기와 위치(보통 성직자들에 의해 '이동네에선 아직도 ~~을 숭배하는 이교도적 의식을 행하더라', 라는 보고서로 기록됨)를 볼때,
빌라라는 단어가 이런 정령계통을 통틀어 이르는 이름으로 남유럽부터 퍼지다가
동유럽 지역에서 그중 물의 정령을 따로 이르는 단어로 루살카가 퍼져서 빌라를 대체한 게 아니냐(시기가 루살카가 더 늦고 남유럽은 빌라 전승, 동유럽은 루살카 전승이 위주로 퍼져있음),
라고 보는 견해가 있음.
실제로 빌라랑 루살카가 공통적으로 보이는 전승 요소를 보면,
1. 사람 홀림
2. 가끔 원을 그리면서 춤을 추는데 이거 본 사람은 나도 모르게 거기 껴서 죽을때까지 춤추게 됨(뒤짐)
3. 특정 시기에 ㅈㄴ 위험해져서 물가에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좋음.(빌라는 초승달 뜨면, 루살카는 루살카 주간이라고 시기가 존재)
같은 게 있음.
그리고 몇몇 우크라이나 지역에선 루살카의 여왕 이름을 '디바(빌라의 다른 명칭)'라고 하는 전승도 존재하는 등, 영향을 주고 받은 건 맞다고 봄.
4. 리버스 빌라의 특징과 관련 설화적 요소들 대응
외형면에선
금발=빌라의 대부분은 금발 전승
붉은 헤드스카프=루살카의 어원이 된 로잘리아 축제가 장미와 연관이 있기 때문에 의외로 적발 전승(장미=빨간색이라는 이미지)도 존재하는데
이 때문에 붉은 헤드스카프를 두르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음.
인게임면에선
치유능력=물 근처에 사는 빌라가 소유한 수역이나 우물에는 치유 능력이 존재함
열정, 신기한 빛 수급 능력=사람을 홀림
궁극기를 통한 루살카 변신= 특정 시기가 되면 위험해지는(강해지는) 빌라와 루살카의 공통점
캐릭터성에선
아이를 좋아하고 아이들을 지켜줌, 지역민들을 수호함=루살카 전승 중 브로드니차 해당
바다의 인어= 루살카 전승? 중 모리야나 해당. 다만 이쪽은 거의 바다의 신격(+종족이라기보단 단일종)이라 무관할수도.
개인스pv에서 언급되는 수많은 인어 전승에 대한 표현=물론 북유럽 인어 전승 등 아예 다른 문화권 인어를 포함하긴 하지만
그중에서도 넓은 지역에, 매우 다양한 지역 변형이 존재하는 루살카 전승의 특징도 암유하고 있다고 봄.
다만 빌라가 직접 언급하는 종족명인 rusavki는 아무리 찾아도 리버스1999관련 내용을 제외하고는 찾아볼 수 없었음.
따라서 리버스 빌라는 저런 설화적 요소를 이것저것 차용해서 블루포치가 창작한 루살카 전승이 아닐까 생각함.
결론: 그러니까 우리 모두 궁극기 모션따윈 신경쓰지 말고 빌라를 뽑자
외지인 풍수지리사를 홀렸구나 네이놈
이게임 문과겜이에요???
이런 신화나 모티브 찾는 재미도 있다구
빌라가 윌리였나 낭만 발레 명작 지젤에서도 나온답니다
ㅇㅇ 루살카도 오페라 있고 그러긴 한데 일부 이미지를 각색해서 쓰다보니까 설화의 내용과 차이가 있는 경우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