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조그마한 익살꾸러기, 아브구스트 동지는 언제나 말을 수수께끼 내듯 한다.
“빌라 선생님 가슴에 튤립이 자랐어요.”
찬바람 쌩쌩 부는 와중에도 해바라기의 노란색은 마냥 따사로웠다.
“선생님 어깨에는 얼레지가 있었고요, 뺨에는 참나리가 피었어요. 카네이션도 있었는데 그 꽃은 조금 슬퍼 보였어요.”
“뭐라고?”
“선생님은 배꼽에 꽃밭을 가꾼 다음 자두꽃 이파리를 엮어서 꽃모자를 만들고 싶나봐요.”
그리고는 해바라기 동지에게 꽃모자를 씌워줄 거라느니 윈드송 선생님도 분명 하나 받을 수 있을 거라느니 한참 조잘댔다. 옆에서 듣다 못한 표트르가 콧바람을 뱉었다.
“야, 이상한 소리 하지 마. 넌 진짜 반에서 제일 이상한 애야. 사람 몸에서 어떻게 꽃이 자라? 또 거짓말 하는 거지?”
“거짓말 아닌데? 정말로 인어공주님을 봤어. 나비와 오목눈이와 함께 춤을 추는 공주님. 암초 틈에 집도 짓고 예쁜 노래도 같이 불렀어.”
“역시 거짓말이야. 라야시키는 너무 추워서 나비가 못 와!”
사실을 꼬집어도 아브구스트는 천연덕스러웠다.
표트르는 눈밭에서 뽀득뽀득 제자리걸음했다. 뭐가 그리 답답한지 얼굴을 홍당무 같이 해서 주먹을 부르르 떨고 팔을 휘적휘적. 어이쿠. 안 되겠다. 윈드송이 중간에 손을 들었다. 이럴 땐 어른이 나서야 한다.
“자, 얘들아, 그만. 내가 빌라 선생님을 불러올게. 그리고 나비와 꽃도 채집해올게. 그렇게 하면 아브구스트가 무엇을 봤는지 알 수 있겠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허리께에서 해바라기가 방방 뛰었다. 기쁜가 보다.
그리하여 윈드송은 아이들과 손을 맞대고 약속했다. 꽃모자가 남으면 저희 몫도 따로 챙겨놔주세요! 아이들 하나하나 마주 보면서 다짐했다. 아브구스트. 니나. 파소노……
물론 우리 고지식한 표트르도 빼놓지 않고.
그러나 빌라를 찾기란 눈밭에서 지맥 찾기였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윈드송은 해안에 오도카니 서서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수평선은 완만하고, 매끈하고, 변함이 없었다. 오늘은 나쁜 거북이도 찾아오지 않을 것 같다.
사방에는 암초가 널렸다. 아브구스트는 이 암초 틈에서 인어공주를 봤단다. 나비와 노래하는 인어공주님? ……암만 곱씹어도 꿈만 같다. 그 아이는 대체 무얼 본 걸까.
만일 윈드송이 레이헌터가 아니었다면 물보라와 씨름만 하다가 허탕치고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영역표시?”
역시 전문가의 눈썰미라고나 할까, 예사롭지 않은 단서를 발견.
윈드송은 바위에 난 할퀸 상처를 보며 중얼댔다.
“크리터의 흔적인가? 키키른, 키키투크? 아니, 모양이 달라. 인간형에 가까워. 라야시키 근처에 이런 생물도 있었나. 하지만 레이 에너지 망은…… 데이터 상으로는……”
……어쩌면 새로운 생물일지도 몰라. 중얼중얼중얼. 윈드송은 여기 온 이유도 잊고 자기 세상에 빠지기 시작했다. 학자란, 방이든 자기 생각 속이든, 어디든 틀어박히면 어지간해선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주변도 아랑곳 않게 된다. 아마 선 채로 둘러업고 가도 모를 거다.
윈드송은 바윗길을 거슬러 거슬러 절벽까지 올랐다. 낮은 절벽이지만, 옆에 뾰족한 돌산이 있어 자칫 넘어졌다간 큰일 난다. 그런데도 겁없이, 무심코, 홀린 듯, 경솔하게 절벽 끄트머리에서 어정대는 한 여자. 그리고.
루살카의 손이 쑥—— 바다로 끌고 갔다.
아브구스트. 너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구나.
윈드송은 바닷속에서 정말 튤립을 보았다.
루살카가 춤을 추었다. 나풀나풀. 발가벗은 몸에 비늘을 두르고 꼬리를 치고 바위를 할퀴고, 빙글빙글.
춤은 원초적이고 사나웠다. 수리매처럼 후루룩 치솟다 나비처럼 돌산에 살짝 앉기도 했다. 살랑살랑 팔을 흔드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북극대구 한 마리를 움켜쥐었다.
울긋불긋. 푸른 바닷속에서 대구의 피와 루살카의 붉으락푸르락한 비늘이 도드라졌다. 특히 비늘. 낯선 비늘. 윈드송은 기억 속 누군가를 떠올렸다. 빌라의 비늘은 저렇지 않은데. 좀 더 상쾌한 색인데. 백야 때 하늘 같은, 햇빛을 흩뿌린 빛나는 푸른색이어야 하는데.
사납게 춤추는 저 루살카는 분명 빌라가 아니다. 그러나 빌라와 닮았다. 빌라의 얼굴과, 머리카락과, 몸과, 머리에 꽂은 자두꽃을 가졌으면서, 빌라와 다른 눈빛에, 다른 비늘에, 다른 손톱을 빛내고 있었다.
당신은 누구지. 그녀와 무슨 사이야?
윈드송은 입을 뻐끔거렸다. 그러나 목소리 대신 물거품만 부글거렸다.
“윈드송…… 동지……?”
루살카가 노래를 불렀다. 빌라와 똑같은 목소리로.
“아…… 여기…… 당신은 여기 오면 안 되는데……”
하얀 물보라가 비늘을 갑옷처럼 덮었다. 하지만 금방 떨어져나갔다. 루살카는 자기 가슴을 감쌌다. 새삼 알몸이 부끄러운 듯.
윈드송은 손을 뻗었다. 어쨌든 손을 뻗어야 할 것 같았다. 루살카의 비늘에 검지가 먼저 닿았다. 다음으로 중지, 약지가 닿았다. 약지가 지나갈 때마다 비늘 위 튤립이 피었다 졌다를 반복했다. 참나리 같은 호랑이 무늬도 엿보였다. 약지가 멈추자 튤립도 멈췄다. 비늘 색을 바꿀 수 있구나…… 루살카가 몸부림치자 물보라가 일었다.
물보라는 마치 눈보라와 같았다. 거꾸로 내리는 눈처럼 바다에서 하늘로 올라갔다.
인어의 꼬리는 꽃다발과 비슷했다. 붉은 비늘은 카네이션이요, 노란 비늘은 나리꽃, 이파리 같은 푸른 비늘에 지느러미는 얼레지의 암술이었다. 꽃다발이 윈드송의 허리를 덩굴처럼 감쌌다. 꽃밭에 둘러싸인 윈드송은 그대로 해저 깊이 곤두박질쳤다. 손끝이 햇빛에서 점점 멀어졌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숨을 쉴 수 없다. 금발이 나비처럼 아른아른, 가물가물……
루살카는 구슬프게 울었다.
“동지. 이곳의 모든 생명은 내 것이에요. 당신의 영혼까지 함께. 내가 만일 여러 해를 굶어 죽어간다면, 당신은 내게 영혼을 나눠줄 수 있나요?”
쉽사리 끄덕이기에 소름끼치고, 단호히 도리질하기에 슬프고 아름다운 노래였다.
눈에서 물방울이 울망거렸다. 금방이라도 넘칠 것 같다.
폐에 물이 찬다. 목을 긁었다. 때맞춰 루살카가 윈드송에게 입을 맞추었다. 바람을 불어넣는 동시에 혀가 들어왔다. 입 안 구석구석을 먹히는 기분이다. 달콤하고 무시무시하다. 그들은 더욱 깊이 가라앉으며 루살카의 집으로 들어갔다. 루살카가 이미 멋진 집을 지어놓았다. 손톱 자국이 있는, 아무도 찾을 수 없는 바위집이다. 윈드송은 아무 저항도 못 하고 새로운 세상으로 끌려갔다.
정신을 잃기 전 윈드송은 생각했다.
루살카의 발정기는 신비롭구나. 하고.
“……빌라!”
눈을 떴을 때 윈드송은 자기 방 침대에 누워있었다. 창밖에서 오후의 햇살이 들어왔다.
몸을 일으켰다. 마치 바닷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온 몸이 땀으로 끈적거렸다.
“윈드송 동지! 정신이 들어요?”
“……아…?”
침대 옆에 빌라가 앉아있었다. 푸른 비늘이었다. 푸른 비늘을 가진 손이 윈드송의 땀을 훑어주었다. 빌라는 걱정스러운 듯 고개를 갸웃했다.
“해안에서 쓰러진 당신을 발견했어요. 조심해야죠! 윈드송 동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윈드송은 믿을 수 없는 듯 빌라를 바라보았다.
바깥에서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들렸다. 눈사람을 만드는 모양이었다.
“바다를 조심해야 해요. 어쩌면 굶주린 짐승이 덮칠 지도 모르니까. 앞으로는 혼자 라야시키 밖을 돌아다니지 말아요.”
“빌라…… 바다에서 짐승을 본 적이 있나요?”
빌라는 아무 말이 없었다.
팔에 붙은 비늘은 아무리 봐도 푸른 색이었고, 붉은 색은 없었다. 빌라는 손수건으로 이마를 살뜰히 닦아주었다. 윈드송은 복잡한 심경으로 빌라의 눈을 보았다가, 팔을 보았다가, 창밖에 시선을 던졌다. 밖에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뛰어다녔다.
꽃모자는 까맣게 잊은 채 눈사람에 해바라기를 달아주고 있었다.
실제 물고기는 어떻길리
빌라가 암만 착하고 상냥해도 근본은 사람 물에 끌고 들어가는 루살카니까 분명 강압적이겠지...
물고기들은 보빔생식 하는 경우도 있다더니
결국 보빔임신강간을 해버리고말았구나 빌라빌라야…….
어우 글 맛있어 - dc App
결국 덮쳤구나
윈드송을 임신시켰구나
너무맛있다 - dc App
역시 윈드송은 덮쳐져야 맛있지 ㅋㅋ
아브구스트화법 개 잘쓰네ㅋㅋㅋㅋ
개잘쓴다 고생했음
이것은 구소련 문학계가 높이 평가
맛있다 빌라송 소설중에 원탑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