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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전부터 역덕 새끼였고, 그래서 1.7에서 대가리가 제대로 깨져버렸음. 별은 빛나건만의 스토리가 당대 오스트리아의 시대상을 정말 밀도 높게 반영했거든. 그래서 한참 동안이나 그 모티브에 대한 해설을 하고 싶어서 근질거렸다. 근데 귀차니즘때문에 지금까지 밀렸어.


그러다가 1.9에서 다시 카카니아 얼굴 보니까 다시 열정에 불이 붙었다. 그래서 카카니아에 대한 모티브 분석이라도 좀 해보기로 했음. 뭐 카카니아의 모티브가 모티브인만큼 좀 기나긴 역사 이야기 줄줄 이어지게 되겠다만.



당연히 스포 있어.





1.낡아버린 제국.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합스부르크라는 가문을 들어본 적이 있을거임. 그리고 아마 바로 다음 키워드를 떠올릴 수 있을거고. 결혼. 문명에서도 오스트리아의 특징으로 결혼 동맹을 꼽을 정도였으니까 합스부르크와 결혼이라는 키워드는 떼 놓을수가 없지.


13세기에 오스트리아의 지배자가 된 합스부르크 가문은 적극적인 결혼정책을 펼쳤고, 그 결과로 수많은 나라의 왕위를 상속 받을 수 있었음. 그렇게 합스부르크는 결혼으로 영토를 늘려나갔고, 오스트리아 뿐만 아니라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이탈리아 북부, 루마니아를 포함한 국가의 왕으로 군림했다. 그리고 이 광대한 제국은 19세기까지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를 받아 하나의 제국을 형성했음.


그래 20세기까지 그랬다. 그리고 그게 모든 문제의 시작이었고.


19세기에 민족주의의 바람이 불면서 사람들은 민족을 기준점으로 국가를 세워야 한다고 여기기 시작했지. 민족자결주의, 교과서에서 들어 봤잖아? 어쨌건 이러한 생각때문에 뿔뿔이 흩어진 독일이 통일되고, 발칸 반도에 여러 국가가 세워지고 그랬다. 그리고 이 자체가 오스트리아에게 커다란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왜냐고? 그야 합스부르크가 지배하는 민족들이라는게 너무너무 많았다. 위에 써 있는 목록들이 보여주잖아? 민족주의에 따르면 오스트리아의 각 민족은 따로따로 튀어나가서 살림 차려야 했지. 오스트리아 입장에서는 수백년동안 다스린 영토를 토해내라는건데 그게 말이 되겠음?


근데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님, 오스트리아는 사실 독일이랑 민족이 같거든. 사실 원래 오스트리아는 독일의 일개 지방이었음. 근데 오스트리아를 지배하던 합스부르크가 이땅 저땅 쳐집어먹으면서 이야기가 달라지게 된 거지. 아무튼 간에 더 큰 문제가 생겼다. 이제 오스트리아는 자기가 지배하던 땅 다 뱉어내고 독일에 합병되기까지 해야한다. 말이 되겠냐고.


결국 이대로가다간 나라가 조각나게 생겼으니 합스부르크는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어떻게? 문제의 원인을 제거해서. 그렇게 오스트리아는 민족주의자들을 매우 족치기 시작했다.



2.실제로 다른데 우리가 어찌해야합니까.


민족주의자 족치는건 그렇다고 해도, 나라를 패 죽이기로만 운영할 수는 없는 법이지. 그런 고로 합스부르크도 당대 트렌드인 의회라는걸 열었음 그런 고로 각 지에서 사람 뽑아다가, 국정 현안 쑥덕거려보기로 하고 사람 뽑아다 올렸는데 문제가 생겼다. 의원들끼리 말을 못 알아먹었거든.


당대 오스트리아에서 통용되는 언어는 10가지가 넘었음. 심지어 비율도 참 골고루여서 가장 많이 쓰이던 독일어가 20%정도밖에 안됐다. 모두 모여 국가의 일을 떠드는 곳이 의회인데 말부터 안통하니 어쩌겠냐. 의회는 그대로 반신불수가 되어버렸다. 아니 한 나라가 말이 어떻게 안 통할수가 있냐고. 그래서 공용어를 제정해보기로 했는데 그것도 마땅치가 않았다. 가장 많이 쓰는 말이 20%라니까? 공용어 정했다간 80%가 들고 일어나겠는데 될 턱이 있겠냐고.


(나무위키에 실린 오스트리아-헝가리의 언어지도. 알록달록하다)


민족주의자는 없는 문제를 만들어낸게 아니었다. 그들은 실제로도 다른 족속이었고, 얘들이 하나의 의회에 모인 이유는 모시는 왕이 합스부르크라는 이유 단 하나뿐이었다. 20세기에, 도시에 마천루가 세워지고 사람들이 철도로 여행다니던 시절에 그냥 '같은 왕 모시니까 같은 나라지' 하고 있던 거다. 정말로 지독하게 낡은 제국이었다.


3.그래도 함께 한 세월이 얼마인데.


사실 쪼개지고 싶지 않은 건, 왕가만 그렇지는 않았다. 어쨌건 그들은 오랜 세월을 함께 해왔으니까. 참 별것 아닌 이유였지만 그런 만큼 이해하기도 쉬워서 많은 사람들은 그러고 싶어했음. 지금까지 함께였으니까 앞으로도 함께.


그러나 지금의 제국은 쪼개질 이유만 잔뜩 있었고, 그 쪼개질 이유를 조금이라도 없애야만 했다. 고로 개혁론자들은 소수민족들의 자치권을 방안으로 제시했던거지. 제국 내부의 소수민족들이 들고 일어난 이유는 그들의 권리가 오스트리아인에게(그리고 헝가리인에게) 침해받고 있다고 여겨서였으니까. 그들의 권리를 보장해주기만 한다면, 그들이 구태여 나갈 이유가 없다면 그대로 하나인 채여도 좋지 않겠어?


젊은 황태자도 그렇게 생각했고. 각 소수민족들에게 자치권을 주고, 그들에게 동등한 주권을 부여하되, 외교와 국방은 하나로 함께하는. 그래 미국처럼 하나의 연방이 되자고.


물론 게임에서도 표현하듯이. 잘 안됐음. 독일인과 헝가리인들 중에서 자기가 가진 것을 내놓기 싫은 사람은 너무 많았고 그냥 바뀌는게 싫은 사람도 너무 많았으니까.



4.제국은 하나여서는 안된다.


아까 말 했던가? '오스트리아가 독일에게 흡수 될 판'이라고. 근데 당연히 독일민족주의자들은 그러고 싶겠지?


이러한 이유로 합스부르크 바깥의 민족주의자들은 이게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합중국 안이 받아들여지면 그들과 함께해야할 같은 '동포'들이 서로 영원히 다른 나라로 살아가야할 판이었으니까. 특히 남쪽의 세르비아인들이 특히 그랬다.


그리고 합중국 내부에서 제국이 아니라 그 '다른 나라의 국민'이 되고 싶어했던 민족주의자도 자치권이 너무나도 싫었다. 그렇게 참 이상하게도 오스트리아의 개혁은 과격 민족주의자들의 반발도 같이 불러버렸다.




그리고 그 결과로 모두가 알다시피 민족주의자는 황태자를 쏘았다.


4년의 전쟁이 있었고. 오스트리아는 패전했으며 그 결과로 제국은 산산조각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5.인간, 마도학자, 카카니아, 하인리히, 그리고 폭풍우.


여기까지 읽었다면 6장이 무슨 비유를 하고자 했는지 감이 잡히지? 인간은 주류민족인 독일인이고, 마도학자는 소수민족을 은유한다. 사실 오래전부터 이 게임은 마이너리티를 마도학자로 은유했으니까. 여기까지는 어지간하면 바로 감히 잡힐 거고.



카카니아는 제국을 온건하게 개혁하고자 했던 개혁파, 지식인에 대한 직유에 가까운 은유고. 카카니아는 언제나 제국이 바뀌었으면 했다. 그 자신이 핍박받는 소수민족이어도, 너무나 오랜 시간동안 함께 해왔던 제국을 카카니아는 사랑했다. 그래서 제국이 온갖 병폐와 편견을 몰아내고, 결국 언젠가 자신들을 일원으로 기꺼이 맞아준다면, 우리가 영원히 함께할 수 있으리라고 진심으로 믿었다.


애초에 카카니아라는 이름부터가 그렇지. 제국의 병폐를 조롱하지만, 거꾸로 자신의 마도학자명을 자신의 땅의 별명으로 거침없이 택했다는 말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카카니아가 이졸데에게 이럴 줄은 몰랐다고 말하는건 단순이 이졸데의 폭력성만을 말 하는건 아닐꺼야. 이졸데의 행동은 제국을 쪼개고자 했던 행위지만, 카카니아는 제국을 쪼개고 싶던 적이 한 번도 없었을테니까. 




하인리히는 당연히 과격파 민족주의자. "순수한 마도학자들의 세상". 순수한 국민들만의 나라. 노골적이지?




이 게임에서 폭풍우가 1차대전을 표상하는만큼 더더욱. 작중에서 하인리히는 1차대전 때문에 폭풍우를 불러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제국에 전쟁을 불러온 과격 민족주의자를 상징하는거지. 폭풍우가 전쟁이니까.





결말에서 카카니아만 홀로 살아남게 된 이유지.


제국은 전쟁으로 역사에서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


카카니아가 사랑한 제국도 폭풍우에 영원히 사라져 버릴 수 밖에 없는거야.







긴 글 읽어줘서 고맙다. 정작 작품 분석은 막바지에 짧막하게 적었을 뿐이고 내내 역사 이야기만 한 것 같네. 역덕이 그렇지 뭐 하고 넘어가 줘라. 글솜씨가 모자라 글이 살짝 두서 없게 되었지만, 재밌게 읽어줬으면 좋겠네. 이걸로 스토리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고.



요약:카카니아 애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