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키퍼, 이곳을 5성 호텔과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개선안을 정리했습니다. 당신의 의견이 듣고 싶군요. 시간을 내줄 수 있나요?”
곤란하다. 개인실의 입구에 초인종을 설치하려던 지난 시도는 X의 강력한 거부 의사 제출로 인해 무마되었지만 대화의 주체인 타임키퍼는 이 화제로 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느꼈다.
“음…”
모자챙 아래의 상아색 눈동자가 바삐 다른 화제를 찾아 나섰다. 그녀는 강철로 이루어진 인간의 형체를 띠고 있었는데 그것은 의식 각성자인 그녀가 인간, 마도학자와 원활한 소통과 교감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옷을 입고 인공 단백질로 이루어진 피부를 더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음?, 미스 루시? 오늘은 양 팔 모두 교체 하셨네요.”
결국 그 다른 주제에서 소재를 발견하는 것에 성공했다. 신체, 외견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것 만큼 흥미와 할 이야기를 많게 하는 것도 없을테니 소녀의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네. 주기적인 포옹을 나누는데 있어 강철로 이루어진 신체의 부적합함을 주장한 이가 있었습니다. 이에 주기적으로 연구소에 방문하여 전신을 교체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에요.”
“네? 그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럼요. 제 배터리가 완충 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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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이니그마! 아무리 지금 네가 총책임자라 해도 시설 설비에 대한 사용 기록을 소홀히 해도 되는건 아니라고!”
올리브유에 담긴 발사믹 식초가 강한 불만을 표출하며 고슴도치와 같은 모습으로 가시 돋힌 형태를 띠었다. 놀랍게도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불만을 제기한 이가 발사믹 식초가 아닌 자기 유체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상관을 대하는 태도가 말이 아니구만, 그 설비들은 루시가 쓰고 간거야. 표면상 그녀의 출입이 질책 사유가 될 수 있으니 시몬에게 스케줄 조율을 부탁해 기록을 조정중이고. **, 그 로봇은 어떻게 이런 클레임을 전부 대응하고 있었던 거지?”
“뭐? 미스 루시가? 으으음… 그녀의 방문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그걸 왜 네녀석만 알고 있는거지? 암호해독팀에도 그녀를 그리워하는 연구원들이 많은데!”
“그야 네 말대로 내가 총책임자이기 때문이지. 나와 더 대화가 하고 싶은 거라면 총괄부서로 옮겨줄 수도 있다만.”
“제길! 끔찍한 소릴 다 하는구만! 그래 간다. 간다고!”
빌어먹을 늙은 권력가들을 상대하는 것에 신물이 난 인간 연구원에게 기하학적으로 요동치는 자기 유체는 심적 안도감을 심어주는 것이었다. 그것이 그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을 반긴다는 의미가 되지는 못했지만.
“하아.. 이제야 좀 조용해졌군.”
“놀랐어. 내가 여길 떠난지도 꽤 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 너희는 아직까지도 제 1방어선 학교의 아이들처럼 다투는구나.”
성난 자기유체가 장소를 떠나가고 복도를 울리던 걸음소리가 멀어져가고 나서야 옷걸이, 마네킹, 구겨진 박스처럼 캐비닛 사이에 숨어있던 루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녀석은 일일히 시끄럽다고. 네 빈자리를 나 같은게 제대로 채울 수 있을리가 없다며 스토커 처럼 달라붙어선..”
“실제로 부족한 부분을 울리히 연구원이 채워주고 있다고 보여지는데.”
“그 멍청한 늙은이들이 당신을 정직 처리 하지만 않았어도 저 녀석이 내 부족함을 채울 일도 없었겠지만!”
남자는 화가 났다. 객관적인 사실로 그러했다. 로봇은 그 사실을 알아차렸으나 개의치 않았다. 그리 특별한 케이스도 아니었으니까.
“호프만 연구원, 거듭해서 말하지만 그들의 요구는 정당했어. 책임을 회피할…”
“그런건 됐으니까, 교체한 파츠는 어때.”
로봇의 말이 끊어졌다. 그 또한 그리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었으니 상심을 표현하는 일은 없었다. 로봇은 제 양 팔을 대신한 부드럽고도 매끈한 하얀 피부를 스스로 느끼고 어루만졌다.
“감각 센서에 이상은 없어. 당신의 요구에 맞게 표면 온도 또한 체온에 근접한 37도를 유지하고 있고, 촉감에 대한 테스트도 시몬의 피부를 만지는 것과 큰 차이가 없으니 성공적이라고 해도 좋겠네.”
“...당신이 부관의 피부 촉감을 왜 알고 있는지 관심은 없다만, 충고 하나 하자면 데이터 수집이나 실험의 목적이었다면 지금 당장 그만둬.”
아아 불쌍한 시몬 새벽부터 알람 서비스를 받는 것도 모자라 추행까지 당하고 있었나, 총책임자는 이 기관의 실태를 알아갈수록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
로봇은 침묵했다. 그녀의 논리회로가 과열되고 있었을 것이다. 감촉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 인물이 감촉에 대한 데이터 검증을 멈출 것을 요구했으니 어느 요청을 우선시 할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하아… 이봐 루시, 내 말은 당신 촉감에 대한 여러 의견이 필요하지 않다는거야.”
총책임자는 지난 끔찍한 24시간의 기억속 이 로봇이 얼마나 진취적인 인물인지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 연구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 다름아닌 자신이기에 그녀를 설득하기 보다 연구 방식을 수정하는 것이 빠르다는 것 또한 깨달았다.
그는 자신의 앞에서 멀뚱거리며 턱을 쓸던 강철의 여체를 끌어안았다.
“...지난번 보단 낫네.”
과학의 창조물인 로봇의 길쭉한 몸체가 오랜 은거 생활에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연구원의 품에 쏙 들어갔다. 그녀의 얼굴은 여러 표정을 지을 수 있도록 부드러웠으며 인공 모발로 대체된 머리카락은 무척이나 가늘었다.
여인의 팔이 남자의 허리에 감겼고 결국 두 사람은 완전한 포옹을 이루었다.
“조금 놀랐어, 당신은 이 얼굴을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줄 알았거든.”
“로봇 같은 말을 하는건 인간의 얼굴보다 로봇의 얼굴을 하고 있는 쪽이 덜 불쾌하거든.”
“그렇구나. 이해했어. 엔지니어들 중에선 강철에 성적 도착을 느끼는 이들이 있었지. 호프만도 그런 성향이 있는 줄은 몰랐는걸.”
“한 번만 더 그 말을 입에 담는다면 피스톤이 될때까지 널 분해 해주겠어.”
“음… 내가 또 뭔가를 잘못했나보네.”
남자는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제 부족한 역량으로 이 진취적인 과학의 산물을 이해시키고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은 진작에 깨달은 것이기에 큰 좌절감은 느끼지 않았다.
“포옹을 하고 있으면 피스톤까지 온기가 스며드는게 느껴져. 레이디 Z가 소개해준 곳은 무척 쾌적하지만 가끔 이 온기가 그리워 지던걸.”
“그래, 그런 점이라고.”
그녀는 의식 각성자이지 인공지능으로 이루어진 로봇 같은게 아니었다. 진취적인 과학의 창조물 그 자체일지라도 느끼고 생각하며 행동했다. 마도학자와 인간이 완전히 구별되지 않듯이 남자에게 그녀는 구별의 대상이 아니였다.
남자의 허리를 감싸던 로봇의 손이 남자의 가슴을 짚어 살풋이 무게를 싣는 것으로 두 사람의 포옹은 끝을 고했다.
“만족한 것 같아 다행이네. 추가적인 개선 사항이 있다면 시몬에게 전달해줘.”
“돌아가는 건가?”
“그래, 시몬이 만들어 줄 수 있는 시간은 30분 정도니까.”
남자는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드디어 자신을 괴롭히는 이들로 부터 해방된다는 안도감일지도 모른다.
“그것 참 번거롭구만. 그래 괜한 꼬투리 잡히기 전에 어서 가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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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플라스 연구 센터 총책임자는 지친 몸을 이끌고 업무에서 벗어나 도망치듯 자신의 개인실로 돌아왔다. 어질러진 듯 하지만 모두 있어야 할 곳에 있는 서류더미들과 생활 용품들, 불을 켜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그 정해진 구조가 남자의 마음을 편하게 했다.
예기치 못한 물체가 발에 걸려 넘어질 뻔 하기 전 까지는.
“**!, 이게 대체 왜 여기 떨어져 있는거지? 빅토르라도 다녀갔나? 이봐 빅토르 있으면 거기 있는 마커로 대답해!”
남자의 예상은 절반정도 적중했다.
“네가 아직도 빅토르 연구원과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을줄은 몰랐네 아들러.”
“루시…?”
어두운 의자에서 상시 전력의 80퍼센트 가량을 사용하던 로봇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반겼다. 미묘한 분위기의 변화가 있었다.
“내 존재에 혼란을 느끼는 것 같네. 돌아가는 길에 시몬에게 네가 화난 이유를 물어봤어. 그녀는 그저 네가 아쉬움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지. 좀 더 오랜 포옹을 나누고 싶어 한다고 말이야.”
로봇은 두 팔을 벌렸다. 자. 어서 이리와 네가 원하는 것을 이루어라. 라고 말하듯이.
“...주문 실험의 여파로 소실된 데이터 중에는 프라이버시 관념도 포함되어 있나보군.”
남자는 비아냥댔고, 화가 풀리긴 커녕 더 들끓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제 커다란 몸을 겹치듯 팔을 감아왔고 두 명 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기울던 의자는 가까스로 책상 모서리에 닿아 넘어지는 일을 막아주었다.
“후후… 이번엔 정답이었던 같아 다행이네.”
“그래 정답이고 말고 아주 성대하게도 정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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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호프만 연구원은 제 입술의 감촉을 확인하고 치열과 혀를…”
“이제, 이제 괜찮아요 미스 루시. 충분한 대답이 된 것 같아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이제 5성 호텔과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개선안을 함께 살펴봅시다.”
“아 이런…”
그랬었지. 너무나도 당혹스런 이야기를 들은 타임키퍼는 결국 그녀의 본래 목적을 망각하고 말았기에, 그녀의 열정어린 가방 내 숙소 개선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야했다. 30분 뒤 그녀를 찾아온 소네트에게 구출되기 전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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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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