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더비가 생일 전날 몰래 집을 빠져나와 겪은 일들에 관해서는 공식이 자세히 묘사하지는 않음.
정황상 인간 아이들이 네 발 달린 짐승을 끌고 와서 소더비를 괴롭히고 진흙탕에 내던진 거 같은데 어린 소더비는 이때의 경험으로 인해 PTSD가 생기고 그 PTSD를 회피하기 위해선 이 모든 불합리한 경험을 '꿈'으로 치부해야만 했음.
그럼에도 자신에게 닥친 불합리한 상황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자 소더비는 자신을 괴롭힌 아이들과 '야수'를 자신의 상상 속 악당들로 만들어버림.
티폰의 외양적 모티브는 미키마우스지만 실제 이야기상의 모티브는 이름 대로 그리스 신화 속의 티폰(모든 괴물의 근본인 그 티폰, 이후 나오는 '불후의 꽃'이 아르테미스와 관련이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소더비가 아마 그리스 신화를 열심히 읽은 듯?)임.
한마디로 소더비의 상상력의 결정체.
하지만 동시에 소더비 본인에게 닥쳤던 불합리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한 페르소나이기도 함.
소더비는 모두가 아는(상식인 포지션인 이글뿐만 아니라 전혀 일반적이지 않은 캐로 묘사되는 리사&루이스조차 아는) 기본 상식을 모르는데,
그녀의 세상에는 '아주 당연한 상식'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 존재했기 때문임.
그렇기 때문에 소더비는 상식 대신 상상력으로 스스로의 세상을 개척하고 그 개념대로 세상을 이해했음.
그래야만 스스로에게 일어난 일들을 합리화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무아상의 반응을 보면 소더비의 주변 어른들도 그 편이 낫다고 생각한 듯?
앞서 언급했듯 '티폰'은 소더비의 페르소나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 장면은 상식적인 세상(이글=현실)에 소더비의 정체성이 부딪치는 장면임.
소더비의 세상은 현실을 회피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저 둘은 공존할 수 없음.
이처럼 태어나자마자 알고 있는' '평범한' 것들은 크리스탈로의 고유한 지식이 아닌, 이글과 리사&루이스 역시 공유하는 상식임.
소더비는 자신이 그 세상에 편입되지 못했다는 걸 알고 크리스탈로에게 "그래서 너도 티폰이 뭔지 모르는 거야?"라고 물음.
모두는 각자의 세계를 가지고 있기에 타인의 시선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소더비는 알지 못함.
그렇기에 크리스탈로와 소더비 사이에선 제대로 된 양방향 소통이 이루어지지 못함.
크리스탈로의 구조 요청은 소더비의 세계에 닿지 못하고 소더비의 고뇌는 크리스탈로의 귀에 들리지 않음.
크리스탈로 입원하고 이러쿵저러쿵해서 소더비가 밖에 나가서 뭐시기 병 해독제 찾아오겠다! 하는 거에 버틴이 의외로 간단하게 오케이를 때리는 것에 대해...
버틴이 너무 성급한 결정을 한 거 아니냐고 인게임에서도 걱정이 많았고 갤에서도 말이 많았던 거 같은데,
난 이게 소더비의 '첫 심부름'이고 이게 일화 전체를 꿰뚫는 주제라고 생각함.
어린아이의 첫 심부름은 아이가 혼자 집 밖으로 나서, 오로지 혼자 힘으로 과제를 수행하는 모험임.
어른이 되기 위해 내딛는 첫 발걸음이라고 봐도 무방함.
그녀의 첫 심부름은 그녀의 7살 생일 전날에 실패했고, 그 이후 어른들은 그녀를 문 밖으로 내보내지 않음. 소더비도 자신만의 세상(티폰)에 빠져들었고.
소더비가 이제껏 만들던 팝콘(목표, 이상)는 옥수수(현실)가 들어가지 않았음.
소더비는 크리스탈로(타인)을 위해 '진짜 세상'을 위한 첫 심부름을 떠나려 함.
보호받아야 하는 어린아이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의 발걸음을 내딛는 모험의 시작인 거임.
그리고 작중 버틴이 이상할 정도로 소더비를 그냥 기다린 건 아이의 첫 심부름에 어른이 함부로 끼어들면 안 되서라고 봤음.
어린아이는 스스로의 힘으로 첫 심부름을 마쳐야만 어른이 되기 위한 발걸음을 뗄 수 있으니까?
이후 모험에서 나쁜 어른도 물리치고 트라우마 재발감인 애들도 물리치고 하면서 소더비는 자신에게 있었던 그 '폭력'이 정말로 불합리한 이유에 의해 일어났다는 걸 알게 됨.
그리고 그 불합리성을 깨닫게 되면서 소더비는 역으로 스스로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됨.
소더비의 트라우마는 '세상에 이런 불합리한 일이 일어날 리 없다'라는 믿음 때문에 자신만의 또다른 세상을 만드는 것으로 발전한 건데,
때로는 현실 속 벌어지는 일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는 걸, 그냥 불합리하게 일어나는 어떠한 일들도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임.
그러면서 소더비는 트라우마였던 소카라토들도 물리치고 네 발 달린 야수인 주피터도 스스로 고삐를 잡고 조종할 수 있게 됨.
이날이 부활절이며 동시에 소더비의 생일이라는 건,
소더비가 이날 트라우마를 극복하며 과거의 어린아이였던 자신에서 어른이자 숙녀인 소더비로 다시 태어났다는 걸 의미함.
제목의 <숙녀의 예절>과 중간중간 나오던 <숙녀 수칙 개정판>도 숙녀가 될 소더비를 위한 거였고...
엄청 뻔한 상징이지만 떡밥 라인 잘 깔아뒀다 싶더라
여기서의 무지개는 소더비의 세상이자 이상향을 의미하는데,
작중 내내 '상식인'이자 '현실'을 대변하던 대척자인 이글이 소더비의 캔디를 먹고 무지개를 본다는 건 그녀의 세상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거.
한 마디로 소통의 상징임.
이 둘이 보는 천장이 사실 텅 비어 있다는 건, 어차피 현상세계는 별다른 의미 없는(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에겐 굉장히 불합리할 수도 있는) 허공일 뿐이고
모두가 각자의 형편에 따라, 각자의 시선에 따라 다른 세상을 가지고 있단 뜻이 아닌가... 라고 해석함.
그 뒤에 나오는 약재에 대한 소네트와 버틴의 대화도 비슷한 맥락.
약재는 허상인 것 같았지만 현실세계에 실제로 존재했고 다만 소더비가 바라보는 시각만 좀 달랐을 뿐이니까...
카슨이 얘기했듯 가장 좋아하는 음악만 반복해서 들으면(소더비가 스스로의 세계에만 갇혀 있다면) 결국 통증 완화 기능(트라우마 회피)이 덜해지기 마련임.
소더비에게 필요한 건 타인의 세계를 접하고 그 세계를 마주하는 거였음.
그게 어린아이에게 필요한 첫 심부름이니까.
그리고 그건 소더비뿐만 아니라 크리스탈로에게도, 이글에게도 마찬가지고.
셋 모두 가방 밖으로/방 밖으로/편견 밖으로 나서면서 타인의 세계를 접하는 과정이 이번 소더비 일화라고 생각함.
한 줄 요약)
소더비는 숙녀가 됐다
긴 글 읽느라 ㅅㄱ요
+)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제3자가 리사&루이스라는 건 엄청 상징적으로 느껴지는데,
리사는 루이스가 자기최면으로 만들어낸 환상의 친구(말 그대로)이기 때문에 어떤 의미론 소더비의 평행세계 버전임.
외부의 압박에 부딪친 소더비가 상상력을 발휘해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해냈다면 리사&루이스는 그녀의 자아를 분리해 외부 세계의 보호막으로 삼았으므로...
아무튼 여러가지 부분으로 스토리 맥락 곳곳마다 의미부여 가능한 좋은 일화라고 생각.
리버스에서 말이 안된다 = 상징 임 ㄹㅇ 분석 완전 잘했네 굿굿 - dc App
좋다좋다 이제 행복해지기만 하자 이해가 쏙쏙되잖아
개고수 ㄷㄷ
미친 분석추
“타인을 사랑하라” - dc App
글 진짜 잘 쓴다
와 이 글 보면서 일화보니까 이해 ㅈㄴ 잘됨 감사합니다 다음 일화도 기대
님 천재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