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챕터 5를 처음 본 물리학과의 심정은 얼마나 벅차 오름? 이게 이과다 행복회로 타지 않음?
A)
챕터 5에서 제일 중요한 장면이 뭐라고 생각함? 소네트 사형 재판 씬도 있고 임팩트 있던 37 폭격 엔딩도 있지만 나는 레굴루스의 세레스 발견 장면을 꼽는다.
챕터 5의 역할인 아페이론 섬 설명이 이 한 장면에 모조리 함축되어 있다고 느꼈거든.
<5-10 해적의 입증에서 나오는 문제>
리버스1999를 즐기는 신사숙녀 타임키퍼들이라면 아마 "지구는 돈다"고 외친 상?남자 갈릴레이는 들어 봤을 거야.
사실 갈릴레이보다 코페르니쿠스가 더 빨라서 이 시기를 "코페르니쿠스 혁명"이라 부르지만, 그리고 진짜 지구가 돈다, 별들은 사실 태양과 같은 항성이다 끝까지 외치고 화형당한 씹상남자 브루노도 있지만 (갈릴레이는 무릎 꿇는 척해서 가택 연금 선으로 마무리됨)
여기서 중요한 건 이 시기에 천문학자들이 눈으로 본 걸 수학으로 정리하는 수작업 노가다를 통해 행성 궤도 데이터를 뽑아냈고 자기들의 수학 데이터를 소설 투성이인 교황보다 앞세웠다는 거지.
역사적으로는 르네상스나 계몽 운동의 영역이지만 데이터의 축척 과정 같은 면 때문에 이 혁명을 물리학의 역사에서는 현대 물리학의 시작으로 봐.
<지동설(좌)와 천동설(우)의 행성 궤도: 나 같아도 받아쓰기나 하는 수도원에서 오른쪽 쓰라고 하면 혁명할 듯>
GIF 보면 알겠지만 지동설 궤도가 훨씬 간단하고 편리해 보여.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하게, 타원으로 표현한 지동설이 수학적으로 더 "아름답지".
바로 "자연의 미" 또는 "우주의 노래" 개념이 꽃 피기 시작한 거야.
생각해보면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지. 그저 혼란스러운 밤하늘이란 그림자에서 현자들이 처음 뚫고 나온 "바깥", 즉 태양계 모형이 아름답고 화목해 보이는 건 당연하니까.
코페르니쿠스의 대담함과 갈릴레이의 관측 데이터로 시작한 과학 혁명은 그렇게 수학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기 시작해.
<동굴 속 죄수 알레고리: 손을 스치는 바람의 유체역학이, 타오르는 햇빛과 차분한 하늘색의 동일함이 보이는 과학자의 세상은 찬란 그 자체이다>
지동설은 한 독일 여관집의 아들이었던 케플러에게 이어져. 그는 화성의 궤도 데이터를 정리하다가 행성의 궤도가 원이 아니라 타원이라는 걸 발견하지. 이런 데이터 째려보기 방식으로 케플러는 행성 궤도들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총 3개의 법칙을 찾아서 케플러 법칙을 완성해. 모든 행성이 똑같이 일련의 수학 법칙에서 움직이는 걸 본 그는 버틴을 만난 슈나이더 마냥 우주의 아름다움에 완전히 심취하지. 당시 발견된 6개 행성의 궤도를 알려진 6개의 정다면체에 끼워 맞춰보기도 하고 행성의 회전에 의해 운명이 반복된다는 점성술에도 끼워 보면서 말이야. 참 어느 섬이 생각나는 얘기들이네.
케플러의 법칙을 만족하는 힘을 찾은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고, 뉴턴이 정리한 힘의 법칙에서 수학과 실험으로 고전역학이 꽃피워.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 법칙, 최소 작용의 원리, 라그랑지안과 헤밀토니안, 맥스웰의 전자기 법칙 등등으로 완성된 고전역학은 20세기 초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만들면서 인간 이성의 최고점을 찍어. 상대성 이론의 가장 결정적인 실험 증거 2개가 1913년에 이뤄졌지. 버틴이 아페이론 섬에 도착한 그 해 직전에. 이 물리학의 바벨탑을 세운 모든 과학자들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믿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그들의 수식 연습장 끝에서 자연은 하나 둘 비밀을 들추어 줬고 그들의 토론 끝에 각각의 분야들은 점점 하나로 합쳐져서 점점 간결한 형태로 통합되었거든.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물리학을 모두 통합하는 진리를 듣는, 아페이론 시험의 첫 합격자가 될 거라고 믿었어.
<오솔길: 맛없다고 투덜대자 타이르는 할머니. 할머니, 전 이 역사를 알아요...>
세레스의 발견은 이 우주의 노래, 자연의 아름다움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야. 한 독일 상인의 아들이었던 요한 티티우스는 독일 천문학자였던 요한 보드의 작은 노트 필기를 보게 돼.
(행성 거리) = (4+n)/10 , n=3*2^(자연수)=3,6,12,24,48...
그는 지금도 맨눈으로 볼 수 있는 행성들 (수성,금성,화성,목성,토성) 궤도의 짧은 반지름에서 수열 하나를 찾아 본 흔적이었지. 하지만 이 수열은 화성과 목성 사이의 행성 하나 때문에 맞지 않게 돼. 티티우스는 그길로 하늘을 미친듯이 훑기 시작했어. 이 아름다운 공식이 맞지 않을리가. 이건 실패한 풀이가 아니라 그저 행성 하나를 놓친거라고. 그리고 기어코 그는 달의 4분의 1 밖에 안되는 작은 행성을 화성과 목성 사이, 2.8 AU에서 찾아내지. 곡식의 여신 세레스가 그에게 수확의 기쁨을 준 거야.
기적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어. 이번엔 윌리엄 허셜이 19.6 AU에서 새로운 행성을 찾아. 그리스 신화의 2번째 오래된 신이자 제우스의 할아버지, 마치 이 공식이 하늘의 꼭대기에 있다는 걸 증명해주는 듯한 하늘의 신, 우라노스, 천왕성을. 이렇듯 진리를 찾아가는 수학의 길 옆에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끊이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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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미의 여신 비너스는 우라노스가 성기를 잘리고 흘린 피에서 나온 건 유명하지? 왜 모두들 아름다운 장미 뒤의 가시를 찔리고 나서야 아는 걸까?
<오솔길: ...그리고 그 결말도요. 저는 신이 재미없길래 죽인 20세기 양자역학과 허무주의의 신도이거든요. 할머니.>
아까 아인슈타인이 물리학의 진리를 듣기 위해 아페이론의 시험을 들어간 얘기를 기억해? 그러나 그의 운명은 77이었어. 그는 죽을때까지 자신이 거짓이라고 증명한 문제를 붙들어. 정답을 제대로 듣고 온 사람은 37의 숫자를 짊고 간 하이젠베르크 였지. "유한한 인간은 무한한 소수점에서 자유롭지 못해. 너희들은 영원히 정확한 숫자를 보지 못하고 허수와 확률에서 영원히 몸부림 치게 될거야."
행성의 공식도 8번째 행성인 해왕성에서 깨져. 애초에 세레스부터 환각이었어. 우리는 소행성대에서 다만 조금 큰 무언가를 봤을 뿐이야.
수학? 수학은 자기자신을 증명할 수 없어. 증거 따위 단 하나도 가질 수 없는 인간의 발명품이었던 거지.
1+1=2라고 말하는 아페이론 신도들에게 우리 물리학자들은 평균1 + 평균1 = 평균2 를 들이댔어. 양자역학을 오해하진 말아줘. 양자역학은 완전히 수학이고 견고한 증거와 수식으로 된 학문이야. 다만 그 노래를 처음 들은 사람들 대다수가 손모양 가면을 쓰거나 과거의 환상 속에 씼겨 가게 만들 뿐이지.
자신의 종말이 이미 찾아왔다는 카카니아의 외침에, 진리가 없다는 게 진리라는 37의 외침에 허무주의와 양자역학은 똑같이 대답해. 확고했던 진리의 시체 속에서 가능성의 세상이 피어난다고. 그건 다음의 이야기겠지만.
...결국 세레스도, 아페이론도, 2007년을 외치는 등장과 함께 진리를 들고올 것 같았던 37도, 모두 꿈이었어. 그러나 이 셋 중에 37은 다를 거야. 그녀는 꿈에서 깨거든.
뭔가 주제가 그래서 오솔길 어투 채용해봤는데 너무 어지러우면 어투 고쳐줌
원래 수학과 물리학의 관계는 이과의 왕 자리 두고 싸우느라 사이가 안좋음. 이거 읽고 속 쓰린 37이면 너가 뭘 할 수 있지?
그래서 3줄요약 좀
세레스 특) 아페이론 애들 개처망하는 거 예언해줌 - dc App
대학원을 갔는데 사수가 갈라보나인 세계관 마렵네... - dc App
그치만 물리 그거 수학노예잖아?
수학? 아 그 도구들?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