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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추악한 게, 어떻게..."

거울 속에 비치는 소녀에게 용병이 일갈했다.

"그러니까..."

아르고스는 저 가증스런 가짜를 끝장내러 버틴의 앞에 서서 거울에 대고 총을 겨누었다.

직후, 샷건에서 발사된 슬러그 탄이 하나의 거울을 여러 개의 파편 조각으로 만들었다.

"잠깐, 쏘지 말아봐요."

...불현듯 버틴이 손으로 총열을 잡고 내리지 않았다면, 그렇게 됐을 것이다.

"왜 그러는거야, 보스? 내가 한 말 못 들었어?"

신념의 실천을 방해받은 용병의 목소리엔 다소 불쾌함이 서려 있었다.

"그건 아니에요. 하지만...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아서요."
"느낌이라고?"

아르고스의 반문에 버틴은 잠시 말을 아끼다가, 조심스레 문장을 이어갔다.

"일체의 근거없는 직감이지만... 이 거울을 깨면, 누군가는 후회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 말에 아르고스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보스, 설마 저 거울 속 존재가 내가 찾는 케일라라고 믿는 건 아니길 바랄게... 내가 확신하건데, 저건 그냥 우릴 홀리려는 허술한 유령일 뿐이야."

케일라라는 소녀와 누구보다 가까운 용병이 그렇게 자신했지만, 오히려 그녀의 보스는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그래도... 그냥 놔두죠. 어차피 놔둔다고 해서 우리에게 위협이 될 것 같지도 않고, 무엇보다..."
"무엇보다?"
"때로는 뭔가를 파괴하는 것으로 더 곤경에 처하는 클리셰가 있으니까요. 특히, 이런 공포 괴담 같은 일이 벌어지는 모텔이라면 더더욱 말이죠."

조금은 납득할만한 근거에 총의 트리거에 밀착했던 아르고스의 손가락이 느슨해졌다.

"듣자하니 '이런 것'에 대해서 뭔가 더 아는 게 있나 봐?"
"뭐... 공포영화를 정말 좋아하는 친구가 두 명... 있거든요. 그들한테 들었죠."

버틴의 머릿속에 일순간 금발 소녀와 안경 청년의 실루엣이 스쳐 지나갔다.

때때로 여행 가방 속에서 두 공포 매니아가 벌이는 대화를 어깨 너머로 들었던 것이 예상치 못한 현재에서 판단의 폭을 넓혀 주고 있었다.

"후... 좋아. 난 내키지 않지만, 보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알겠어. 나는 생각하지 않는 용병이니까... 보스의 뜻을 따르지."

아르고스는 짧게 한숨을 쉬며 거울에서 총구를 치웠다.

"아르고스, 아르고스, 날 찾으러 왔구나..."
"운 좋은 줄 알라고, 이 추악한 것아."

아르고스는 세면대에 침을 탁 뱉고는 버틴을 뒤따라 화장실을 나갔다...

*
*
*

"...보스, 내 임무는 끝났어. 이제 마을에 가서 케일라를 찾아야 해."

이야기의 내막이 드러난 후, 그녀의 보스가 목표를 달성한 것을 확인한 용병은 계약의 종료를 알렸다.

"어... 그리고 어떤 청년한테 어머니를 찾아주겠다는 약속도 했거든..."
"보수는 어떻게 보낼까요?"
"보수?"

용병이 호쾌하게 웃었다.

"우린 친구잖아. 다른 건 필요없어."

그것으로 작별 인사를 마친 그녀는 종착지로 돌아서 가는 길을 가려고 했다.

"잠깐만요, 잠시... 그걸 미룰 수 있을까요?"

버틴이 그녀를 불러세우지 않았다면.

"미루다니? 왜?"

버틴이 그런 말을 하는 것에 짚이는 것이 없었기에, 용병이 의아함을 감추지 않고 되물었다.

"당신의 눈이... 좀 신경 쓰여서요. 재단에 제가 아는 훌륭한 의사 선생님이 계세요. 마도학자고요. 안과 전문의는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몰라요."

사실, 버틴은 조금 무리수를 두고 있었고 스스로도 그걸 알았다. 투스 페어리는 분명 좋은 의사지만, 그녀는 치과 전문의였으니까.

정말 아르고스를 그녀에게 보인다 해도 극적인 도움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버틴은 며칠만이라도 그녀를 재단에 머물게 하고 싶었다. 어째서인지는 그녀 본인도 알 수 없었다.

그냥...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의사라, 됐어. 이 눈은 마도학자 의사한테 보인다고 나을 눈이 아니야."
"참고로, 당신이 제게 빌려간 탕약 캔디도 그분이 만든 거에요."
"그래...?"
"진찰 결과에 따라선, 그분의 탕약 캔디를 유리병 가득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죠..."

아르고스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중요한 순간에 문제가 터지긴 했지만, 버틴에게서 빌렸던 탕약 캔디는 유달리 효과의 체감이 좋았다... 맛도 더 좋았고.

"으으음..."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생각이 길어졌다.

하지만, 이전까지 그래왔듯이 그녀가 결론을 내리는데 걸린 시간은 길지 않았다.

"좋아. 그럼 마을에 가서 케일라를 찾아본 다음에 재단에 잠시 들르는 것으로 할게. "

아르고스가 마을로 향하는 길을 걸어가려는 때였다.

"...? 근처에서 전송주문 파동이 느껴져. 분명..."

마도술의 파동을 느낀 버틴이 고개를 돌리자, 낮선 이의 모습이 눈앞에 나타난 것을 볼 수 있었다.

눈 앞의 소녀는 밤색 머리카락에 팔에는 라탄 바구니를 걸고 있었다.

"...성 파블로프 재단 사람은 아닐거야. 마을에서 봤었거든. 이름은--"
"...케일라?"

릴리아의 말을 중간에 끼어든 아르고스의 말이 끝맺었다.

그녀는 드물게도 놀란 얼굴이 되어 밤색 머리의 소녀에게 다가섰다.

"케일라, 너지? 나야, 아르고스! 마을에 있다고 들었는데, 여긴 대체 언제 나타난 거야?"

아르고스의 말에는 예상치 못한 만남에 대한 놀람과 기쁨이 서려있었다.

그러나, 바구니 팔에 낀 소녀는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기를.

"미안하지만, 사람 잘못 보신 것 같아요. 케일라라... 누군진 모르겠지만 저랑 비슷하게 생긴 사람인가 봐요."
"...뭐?"

그녀에게서 돌아온 말에 아르고스는 아연실색했다.

"아니, 아니야, 너는 분명 케일라인데..."
"아뇨, 제 이름은 케일라가 아니에요. 그나저나 당신 이름도 참 이상하네요. 어떻게 사람에게 백 개의 눈을 가진 거인의 이름을 붙여줄 수 있죠?"
"......"

정말로 그녀를 모르는 듯한 소녀의 언동에 아르고스는 할 말을 잃었다.

"그래도... 처음보는 분이지만 굉장히 친근한 느낌이 드는 것도 같네요."

바구니에 손을 집어넣은 그녀가 잠시 후 꼬깃꼬깃한 꽃 한송이를 꺼냈다.

흰색 나방 한 마리가 꽃잎 위에 내려앉았고, 날개를 가볍게 털자 가루가 흩날렸다.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랄게요."
"...고마워요."
"......"

소녀가 버틴과 아르고스의 품에 꽃을 안겨주었다.

아르고스는 머릿속에서 생각이 요동치는지,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니 꽃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 사이, 버틴은 소녀에게 튜즈데이 모텔은 재단의 관리에 들어가게 되었음을 밝히며 모텔은 위험한 곳이니 떠날 것을 권했다.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으나, 그 전에 자신의 짐만 챙겨서 나오겠다고 말한 뒤 눈을 찡긋하며 굳게 닫힌 문을 밀었고... 이내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
*
*

며칠 후, 성 파블로프 재단 의무실.

턱에 특수 제작한 치아 교정기를 낀 갈색머리의 미인이 아르고스의 눈에 비추던 소형 라이트를 껐다.

"비록 안과는 제 전문이 아니지만... 이 말은 해야겠네요. 당신은 절대 안정이 필요해요. 그 마도술의 사용은 최대한 자제하고요."
"후, 역시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군."

아르고스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유감이지만 그럴 순 없어. 나는 용병이고, 먹고 살려면 이럴 수밖에 없거든."
"그럼 며칠 만이라도 휴업하는 걸 강력히 권장해요... 안 그러면 당신이 장님이 될 시기가 빠르게 단축되고 말테니까요."

솔직히 아르고스는 걱정이 과하다고 치부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투스 페어리의 설교가 길어질 것 같아 적당히 동의하기로 했다.

"그럴까... 그건 긍정적으로 고려해보지."
"탕약 사탕은 처방해주겠지만, 과다 복용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그건 먹는다고 뭐든 해결해주는 만능약이 아니에요."
"......"

이번 충고는 아르고스도 대수롭게 넘기지 못했다.

모텔에서 있었던 '정전'이 뇌리에 플래시백되었기에.

"...명심할게. 그럼 난 이만 가볼게. 보스, 아니 버틴에게는 당신을 소개헤줘서 고마웠다고 전해ㅈ-"
"아르고스! 여기 있어요?"

조용히 떠나려던 용병의 즉석 계획은 갑자기 의무실에 뛰어들어온 버틴에 의해 좌절됐다.

"아, 버틴. 마침 진료도 끝났고 해서 조용히 떠나려던 참인데-"
"아르고스, 당신이 알아야 할 사실이 있어요. 중요한 겁니다."

호쾌한 아르고스의 얼굴과 달리 버틴의 기색은 심각했다.

그런 분위기를 어렵지 않게 읽어낸 아르고스 역시 호선을 그리던 입가를 평행으로 폈다.

"뭐야...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
"생겼다면... 생겼죠. 자세한 건 가면서 이야기해줄게요."

버틴은 아르고스의 손을 잡고 어딘가로 이끌었다. 

아르고스는 영문도 모른 채 버틴의 손을 따라 걸었고, 그러는 동안 왠지 모르게 속에서 불안감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
*
*

-성 파블로프 재단 사무실

"아르고스, 아르고스, 나를 찾으러 왔구나..."

용병과 버틴은 다시한번 거울 속 소녀와 재회했다.

용병이 유령이라고 단정하며 깨려고 했던 그 거울 속의 소녀와.

"그러니까..."

그러나, 이번에 다시 재회했음에도 아르고스는 그녀를 깨버리겠다며 나서지 않았다.

"정말로... 이 거울 속의 소녀가 케일라, 라고?"

아르고스는 여기로 달려오는 동안 버틴에게 들은 사실을 되뇌이곤 충격으로 몸을 떨면서 재차 물었다.

"재단의 조사원이 들은 튜즈데이의 증언에 따르면, '계명회'라고 부르는 재건의 손 위장세력이 모텔에서 뭔가의 의식을 통해 한 소녀의 영혼을 거울에 가두었다고 했어요. 그리고 재단의 조사원이 실제로 그 거울을 발견해 이렇게 보호조치를 했죠."

그렇게 말하는 버틴의 어조는 차분했다. 그 담백한 목소리에선 아르고스를 더 혼란하게 하지 않게 하려는 배려가 엿보였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도 아르고스의 시선은 이미 요동치고 있었다.

"케일라... 정말, 너야?"
"아르고스... 날 찾으러 왔구나..."
"케일라, 나야. 내가 네 앞에 있어. 그러니 뭐라도 다른 말을 좀 해봐!"

아르고스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러나 그녀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거울 속의 소녀는 단편적인 말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케일라, 대체 왜 이러는거야...?"
"재단 조사원의 의견으로는, 거울에 영혼이 갇힌 반동으로 인지 능력이 흐려져 있다는 소견이 있었어요. 아마 그래서 일거에요. 사실, 아르고스 씨를 보고 이렇게 반응한 것도 이례적인 일일 거라고..."
"그럴수가...!?"

어느덧 거울을 집은 아르고스의 두 손이 덜덜 떨렸다.

거울 속의 케일라를 마주하며 버틴에게 했던 말들이 천천히 그녀의 머릿속에서 떠오른다.

-'우리에게 의미있는 건 목표밖에 없어. 과도한 생각은 용병을 망칠 뿐이지.'

하지만 용병의 목표를 지킨 것은 과도한 생각이었다.

-'우린 자신의 판단을 믿어야 해.'

그저 케일라가 그런 말을 할 리 없다는 안일한 판단으로 거울 속의 그녀가 가짜라고 굳게 믿어버렸다.

-'저렇게 추악한 게, 어떻게...'

그 멍청한 판단으로, 희망을 갖고 자신을 기다렸을 소녀에게 끔찍한 폭언을 날려버렸다.

그리고, 그리고... 버틴이 멈춰세우지 않았더라면.

'나는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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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객관적이고 담백한 사실을,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우욱, 우웩!! 우웨에에엑!!!"

아르고스는 자신의 안에서 올라오는 구토감을 억누르는 대신 그 고삐를 놔버리고 속을 게워냈다.

그 날 먹은 점심부터 싯누런 위액까지, 전부 다.

"아르고스 씨!? 진정하세요! 윽, 안되겠어... 어서 의료반에 연락을!"

버틴을 비롯한 주변의 제지도, 위액에 식도관이 따끔거리는 것도 개의지 않은 채 아르고스는 그저 정신없이 토악질을 반복하다가, 끝내 정신을 잃고 기절해버렸다.

*
*
*

-성 파블로프 재단 의무실

"....."

아르고스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철제 프레임에 얹혀진 침대 매트리스 위에서였다.

그녀의 하나밖에 남지 않은 눈이 주변을 훎었다.

공교롭게도 의무실 안에는 그녀뿐이었고, 아르고스는 침대에 누운 채로 자신을 관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아, 으..."

이제껏 용병으로서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고 자부하고 있었건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전부 얼간이 짓처럼 느껴졌다.

버틴의 앞에서 자신의 신념을 자랑스럽게 설파하던 그 순간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역겹게 다가왔다.

"뭐가, 자신의 판단을 믿는건데, 뭐가..."

눈을 감으면 거울 속의 케일라에게 총을 겨누던 순간이 선명하게 떠올랐고, 그때의 자신을 때려죽이고픈 충동에 휩싸였다.

얼굴을 덮듯이 감싸 쥔 두 손에 힘이 들어가며 팔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이대로 더 힘을 주면...

"깨어났군요, 아르고스 씨."
"!"

아르고스의 끊임없이 이어지던 자기파괴적인 언동을 멈춘 것은 때마침 의무실에 들어온 버틴이었다.

남푸른색 연미복의 소녀는 특유의 건조한 얼굴로 아르고스의 상태에 간략히 알려주었다.

"일단 좀 진정되신 것 같아 다행이에요."
"....."
"아마 예상하고 있겠지만, 위액까지 토해내서 염증으로 목이 따끔거릴거에요. 하지만 간단한 치료만 받으면 깨끗하게 나을 수 있는 수준이죠."
"....."

아르고스는 그저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버틴도 애초에 그녀가 이런 것에 반응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잠시 자리를 비운 투스 페어리에게 들었던 그대로를 당사자에게 전한 것일 뿐.

그녀는 아르고스가 좀 더 관심을 가질만한 화제를 꺼내기로 했다. 사실, 이게 본론이기도 했고.

"당신의 케일라 씨 말인데요, 지금 재단에서도 연구팀을 편성해서 그녀를 거울에서 꺼낼 방법을 찾고 있어요."
"!"

그제서야 아르고스의 눈에 녹색 이채가 돌면서 외눈의 홍채가 버틴을 향했다.

"뭐? 케일라는 그저 순박한 시골소녀고, 나는 남은 한눈도 오락가락하는 고장난 용병일 뿐이야. 돈도, 영향력도 없어. 그런데 재단이 어째서 우리를 도와주겠다 나서는 거지? 설마 인류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서...라는 대답은 아닐테고, 우릴 도와서 뭔가 얻어지는 이득이라도 있어?"

버틴은 아르고스의 불신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 자신도 재단이 마냥 고결한 곳이 아님을 그녀보다도 잘 알고 있었으므로.

"겉으론 그런 이유지만, 속내는 당신 생각이 맞아요. 비록 의식의 실패에서 파생된 우연이라 해도... 재건이 사람의 영혼을 몸에서 분리해 거울에 가두는 게 가능하단 사실이 드러난 이상, 재단에서도 이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거든요. 가령 재건이 그 '실패'를 가공해서 재단의 간부에게 비슷한 짓을 할지도 모르니까요."
"아하."

아르고스는 단번에 납득했다.

케일라를 가둔 수단이 자신들에게도 향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면, 재단의 높으신 분들도 두렵지 않을 리 없겠지.

"그리고... 저와 당신이 모텔에서 마주쳤던 '케일라와 똑 닮은 소녀'말인데요. 기억나시죠?"
"!!!"

용병의 눈이 번뜩 부릅떠졌다. 아직 녹색 안광이 피어오르는 왼눈과 빛을 잃고 허옇게 바랜 오른눈 모두.

케일라가 몸에서 영혼이 분리되어 거울이 갇혔다면, 그 몸은...

"설마... 설마!"

아르고스는 자신이 생각이 틀렸기를 바라며 버틴을 부르지만, 버틴은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가능성 높은 현실을 인지시켰다.

"순전히 추측이지만, 케일라 씨의 몸은 아마도 재건의 간부에게 강탈 당했을 확률이 높아요. 그때 우리가 봤던 소녀는, 케일라의 몸을 쓰고 있는 계명회... 즉 재건의 간부겠죠."
"이 씹어죽일 개자식들이!"

콰앙!

격정에 찬 아르고스의 주먹이 침대 프레임의 헤드를 강타했다.

파이프이긴 해도 엄연히 철제라 손이 저려올 테지만, 지금의 아르고스는 그런 사소한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마을에서 모두의 사랑을 받던 케일라를, 그 순박하고 자애로운 소녀를 어찌 이토록 모욕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의미에서 재단 상층부가,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도 당신에게 제안이 있어요. 너무 깊이 생각할 필요는 없을 거에요. 제안한 주체는 둘이지만 내용은 동일하니까요."
"...무슨 제안이지?"

그렇게 말하는 아르고스의 목소리는 격정에서 비롯된 흥분으로 옅게 떨리고 있었다.

"재단엔 '타임키퍼 소대'라는 부서가 있어요. 제가 지휘하는 부서이고, 제가 독립적인 작전권을 행사할 수 있죠."

버틴은 그와 대조되는 차분한 어조로 용병에게 새로운 용병계약을 내밀었다...

"타임키퍼 소대에 들어오시지 않을래요? 케일라 씨의 몸을 재건이 강탈한 이상, 혼자서 추적하기엔 한계가 있을 거에요. 그러니, 제 소대에 있으면서 저희와 함께 재건을 추적하자는 거죠."
"......"
"솔직히, 케일라 씨를 구할 방법을 찾는 일에 온전히 몰두하는 건 힘들겠지만... 같이 재건을 추적하다보면 뭔가 유의미한 단서들을 얻을 확률도 늘어날 거에요. ...어떤가요?"

반사적으로 거절의 말을 전하려던 아르고스의 입은 중간에 멈추고 뻐끔거렸다.

만약 이 제안을 거절하고 나면... 자신은 뭘 할 생각이지?

'혼자서 케일라의 몸을 찾는다? 무슨 수로? 내 멀어가는 왼눈과 멍청한 판단력에 의지해서?'

그래, 아르고스는 자신이 길을 잃어버렸음을 인정해야 했다.

그녀는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잃었고, 혼자서 길을 찾아 걸어갈 자신마저 잃어버렸으므로.

찰나의 순간 여러 생각을 거친 아르고스는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모텔에서 마주치게 될 때만 해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잘 부탁해, 보스. 뭐든 지시해도 좋아. 네 판단이 나보다 백배는 나을테니까."

용병은 새로이 길을 제시해준 보스의 손을 잡았다.


-The End-
ㅡㅡㅡㅡㅡ
말 그대로 '이랬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으로 써본 아르고스가 진실을 알았더라면+아르고스 가방영입 스토리.

참고로 2.1이벤스 본편만 보고 쓴거고, 오늘 개방된 아르거스 개인스 내용은 1도 반영되어있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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