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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펼쳐진 가방이 있다. 가방의 끝 넓은 테두리 쪽을, 어린시절 타임키퍼 버틴이 걸어간다. 가을이다. 겨드랑이에 낀 탕약캔디를 꺼내 들여다본다. 약간 자랑스러운 듯이. 마도학자를 깔보지는 않아도, 알 수 없는 존재라고 여기고 있다.

마도학자를 모으고, 소대를 구경하러 다니다.

재건은 경멸하고 있다. 그 경멸이 실은 강한 관심과 어머니 일 때문에 그런 모양으로 나타난 것인 줄은 알고 있다. 다음에,가방의 안쪽 좀더 좁은 너비에, 재단이 보이는 분지가 있다. 거기서 보면 마커스가 날고 있다. 슈나이더에게 말하고 있다. 슈나이더 날 믿어 줘. 알몸으로 날 믿어 줘. 크리터 썩는 냄새가 역한 애플호 안에서 물결에 흔들리다가 깜빡 잠든 사이에, 유토피아의 꿈을 꾸고 있는 그녀 자신이 있다. 영국인 가방속 숙소의 창에서 불타는 저녁놀의 힘을 부러운 듯이 바라보고 있는 그도 있다. 구겨진 바바리코드 속에 시래기처럼 바랜 심장을 하고 슈나이더가 기다리는 가방으로 돌아가고 있는 9월의 어느 저녁이 있다. 도어에 뒤통수를 부딪히면서 마도학자도 되지 못한 자기를 언제까지나 웃고 있는 그녀가 있다. 그녀의 삶의 터는 가방끝, 넓은 데서 점점 안으로 오므라들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슈나이더와 둘이 안고 뒹굴던 동굴이 그 가방 위에 있다. 사람이 안고 뒹구는 목숨이 꿈이 다르지 않느니. 어디선가 그런 소리도 들렸다. 그녀는 지금, 가방의 테두리자리에서 있다. 삶의 광장은 좁아지다 못해 끝내 그녀의 두 발바닥이 차지하는 넓이가 되고 말았다. 자 이제는? 모르는 나라, 아무도 자기를 알 리 없는 먼 나라로 가서, 전혀 새타임키퍼가 되기 위해 이 배를 탔다. 마도학자는,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 성격까지도 마음대로 골라잡을 수도 있다고 믿는다. 성격을 골라잡다니! 모든 일이 잘 될 터이었다. 다만 한 가지만 없었다면. 그는 두 마리 마커스들을 방금까지 알아보지 못한 것이었다. 무덤 속에서 오렌지흘 푼 한 여자의 용기를, 방금 태어난 크리터를 한 팔로 보듬고 다른 팔로 무덤을 깨뜨리고 하늘 높이 치솟는 여자를, 그리고 마침내 그를 찾아내고야 만 마도학자들의 사랑을.

돌아서서 마스트를 올려다본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다. 바다를 본다. 큰 마커스와 꼬마 마커스는 바다를 향하여 미끄러지듯 내려오고 있다. 바다. 그녀들이 마음껏 날아다니는 광장을 버틴은 처음 알아본다. 가방 테두리 끝까지 뒷걸음질 친 그녀는 지금 핑그르르 뒤로 돌아선다. 제정신이 든 눈에 비친 푸른 광장이 거기 있다.

자기가 무엇에 홀려 있음을 깨닫는다. 그 넉넉한 뱃길에 여태껏 알아보지 못하고, 숨바꼭질을 하고, 피하려 하고 총으로 쏘려고까지 한 일을 생각하면, 무엇에 씌었던 게 틀림없다. 큰 마커스 작은 마커스는 좋아서 미칠 듯이, 물 속에 가라앉을 듯, 탁 스치고 지나가는가 하면, 되돌아오면서, 그렇다고 한다. 무덤을 이기고 온, 못 잊을 고운 각시들이, 손짓해 본다. 내 슈나이더야.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 옛날, 어느 폭풍우에서 겪은 신내림이, 문득 떠오른다. 그러자, 언젠가 전에, 이렇게 이 배를 타고 가다가, 그 벌판을 지금처럼 떠올린 일이, 그리고 슈나이더를 부르던 일이, 이렇게 마음이 놓이던 일이 떠올랐다. 거울 속에 비친 버틴은 활짝 웃고 있다.

밤중.

선장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얼른 손목에 찬 야광 시계를 보았다. 상파울루에 닿자면 아직 일렀다.

"무슨 일이야?"

"타임키퍼가 한 마도학자 행방불명이 됐습니다."

"응?"

"지금 같은 방에 있는 사람이 신고해 와서, 인원을 파악해 봤습니다만, 배 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선장은 계단을 내려가면서 물었다.

"누구야 없다는 게?"

"미스터 버틴 말입니다."

이튿날.

애플호는, 흰 페인트로 말쑥하게 칠한 삼천 톤의 몸을 떨면서, 한 마도학자의 손님을 잃어버린 채 물체처럼 빼곡히 들어찬 남지나 바다의 훈김을 헤치며 미끄러져 간다.

흰 마커스들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마스트에도, 그 언저리 바다에도.

아마, 상파울루에서, 다른 데로 가버린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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