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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8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개인적으로 "아리까리함"이었음.
분명 전개가 투박하고 급한데 감정선은 신기하리 만큼 잡혀있음.
안조날라 세탁기 진동도 확실히 느껴지는 편이고
로페라나 버틴을 보면서 가학적인 면이 체감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마지막 Goodbye 씬은 우리가 익히 알던 비극의 맛 그대로임.
그러다 보니 이게 잘 만든 건지 못 만든 건지 아리까리하다고 느껴짐.


그래서 챕터 8의 제목인 <슬픈 열대 (Tristes Torpiques)>를 좀 알아 봤음. 400페이지 다 읽을 자신은 안 나서;;

이번 문학 모티브의 신기한 점은 이 책이 기행문+학술저서라는 점임. 프랑스인 교수님 클로드 레비스트로스가 상파울로 대학에서 인류학 가르치면서 브라질 곳곳에 흩어진 원주민 부족을 방문하는 내용임. 그런 여행을 다니면서 생긴 시시콜콜한 에피소드나 관찰점에 인문학이나 본인의 사상을 쏟아 붓다보니 분명 어투도 가볍고 문장 하나하나에는 생기가 도는데 정보 밀도가 심하게 높아서 읽어나가는 게 쉽지 않은 글이었음. 단적으로 영문 위키에서는 비평적 칭찬이 눈에 띄지만 정작 찾아보면 독후감이나 분석글이 많지도 않고 책의 정신을 관통하는 좋은 글도 보이지 않았음.

즉, 오페라나 소설 같은 책이 아니었기에 기반 작품부터 문학성이 떨어짐. 그렇지만 슬픈 열대는 책 자체가 아니라 책에서 발굴한 현실이 감동적인 독특한 방식을 채택함. 사실상 유럽언어를 쓰는 원시 부족들, 이국적인 걸 찾겠다며 없는 환상을 자아내는 학자의 자기비판 등 책은 다양한 고찰점들을 던져주고 독자는 그것을 생각하는 과정에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거임.


챕터 8 스토리는 감동적인 문구를 던지는 게 아님
감동적인 전개가 있는 것도 아님
그냥 마도학자와 인간이 어우러져 살고 있다는 상파울로에서 재건이 연설하고 있는 장면에서
그냥 로페라가 가족에게 총구를 겨누고 배신감과 외로움에 흐느끼고 있는 장면이
그냥 안조날라가 이용되고 유린되고 그런 상황에 고통받는 장면이
그냥 그런 현실에서 감정이 느껴지는 거임.

그래서 난 기행문의 감정선 구조를 기가 막히게 차용했다고 봄.
그리고 이런 감정 전달 방식의 배경이 브라질이어서 전달력이 배로 증폭했다고 생각함.



영미권을 중심으로 브라질을 내려치기 했냐 말았냐로 싸우던데
브라질,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 전체가 비극투성이 역사를 갖고 있음
브라질을 관통하는 한 마디는 아마 화이트럼의 대사이지 않나 싶네.

"If you ask me, Doc, São Paulo in 1990 isn't much different from Nassau, 1681."

17세기 멸종하다시피한 원주민 대신 아프리카 노예를 대거(총 5백만명) 수입해서 사탕수수/커피 농장과 광산을 운영했던 포루투갈령 브라질과
21세기에 가난뱅이들이 모인 파벨라가 보이는 고속도로 구간에는 가벽을 설치하고 두 계층 사이 버스 구간 끊고 부자용 신도시 건설 끝나자 건설자들이 모인 판자촌은 다 철거해버린 브라질
사이에는 변하지 않는 비극적인 구조가 여전함.


20세기 브라질은 "인종적 민주주의"라는 이념이 유행했었음. 내용의 골자는 브라질이 인종주의와 인종차별에서 벗어난 국가라는 것임. 실제로 브라질은 원주민, 아프리카 노예, 백인 지배층 간의 자손이 꽤나 빈번하게 발생하여 "Pedro", 즉 섞였다는 의미의 "갈색인" 비율이 45%나 됨. 빈민가에 가면 흑인이든 갈색인이든 백인이든 다 같은 커뮤니티의 사람들임.

그러나 이 논리는 브라질에는 인종차별이 '밖으로' 보여지면 안된다라는 말로 악용되서 문제가 됨. 부자층과 정치권은 거의 전부 백인으로 이루어졌고 한 때 유전자를 더 '하얗게' 만들어서 남미에서 가장 유럽적인 국가가 되면 선진화가 이루어진다는 인종 백인화 사상이 유행하기도 했음.


라틴 아메리카의 현대사에서 군부와 군정을 빼놓고 말할 수 없음.
19세기의 그 100년동안 남아메리카에 전쟁이 안 난 해가 더 적었을 정도로 미친듯이 신생 독립국들이 치고받고 싸웠고 그 열기는 20세기까지도 화끈했음.
브라질의 경우 성공한 군사 반란만 1889년, 1930년, 1964년 3건이고 실패하거나 내전으로 그친 것까지 합치면 손가락으로 못 세게될 정도였음. 특히 상파울로는 1932년 브라질로부터의 독립을 외치다 발생한 내전의 중심지이기도 했음.
로페라의 고향인 콜롬비아의 경우 1974년부터 1990년 사이에 다양한 게릴라군이 반짝하고 등장하면 정부군이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패턴의 반복이었음.
라틴 아메리카가 이 정도로 피비린내 나는 현대사를 갖게 된 것에는 19세기부터 지속된 미국의 공작과 그에 대응한 소련의 공작이 뒤엉킨 것도 한몫함. 1964~1985년동안 지속된 브라질 군사 독재는 미국의 지원 하에 이뤄질 수 있었고 콜롬비아는 미국과 소련이 돌아가며 목적이 있을 때마다 게릴라, 심지어 마약 갱을 지원했음.

제노를 대할 때도, 재단을 대할 때도, 재건을 대할 때도 브라질 출신 npc들의 반응이 시원찮은 것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 모습이라고 생각함. 특히 이번 메인스에 일어난 모든 인명 피해 사건들은 브라질 외부의 싸움과만 관계가 있는 건 저격에 가깝다고 생각함.


그러나 무엇보다도 라틴 아메리카 비극의 핵심은 빈부격차임.
막말로 브라질이 제국주의 유럽에서 모든 자원을 수탈당하고 부족해진 인력은 아프리카 노예로 충당하던 시절에서
노예 해방만 시키고 빈민층 방치해서 정부가 관리하는 도심지 바로 옆에 파벨라가 막 생기던 근대화 시절,
그리고 필요할 때만 파벨라 철거하고 필요할 때만 경찰로 갱 때려잡다가 무려 체포 23건당 1명 사망이라는 경이로운 통계를 보유하게된 현대 사이에 근본적으로 바뀐 게 안 보일 정도임.

브라질은 지금까지도 인구 백만명 이상 국가중 경제적 불평등 지수 최악의 국가를 달리고 있음.(2021년 GINI계수 브루나이 바하마를 이어 3등)


브라질의 판자촌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도시 관리 구역 바로 앞에 지어서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광적인 인구밀도와 도시문제를 갖추어서 "파벨라"라는 고유명사가 붙기에 이르렀음.

정부에게서 아예 외면당한 이런 파벨라들에게 주어진 운명은 2가지임.
메인스처럼 빈민들이 의기투합하여 서로의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고 돕고 사는 아름다운 커뮤니티를 형성하거나
갱과 마약에 절어 거리를 돌아다닌다는 게 불가능할 정도의 위험 지역이 되거나.


혹시 아마존이 어떻게 그렇게 빽빽할 수 있는지 앎?
아마존에 비가 많이 오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 생명이 그렇게까지 많을 수는 없음. 아마존에는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서 불어오는 황사가 미네랄을 들고 오기 때문에 그 모든 먼지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생존함. 그렇게 악착같이 외부 영양분 공급뿐만 아니라 시체 하나 남겨두지 않기 때문에 아마존은 세상에서 가장 빽빽한 생명체 밀도를 갖고도 그 땅 속은 가장 척박한 땅이 되어버렸음. 생명체간의 순환이 어느 날 제대로 끊기면 바로 사막이 될 수도 있는 곳이란 것임...
자연마저도 비극적이되 공동체적인 곳. 그런 브라질의 이미지를 블루포치가 안 사용할 수가.

그렇게 이번 메인스는 메인스다운 결말을 선사할 수 있었다.


3줄 요약
1. 이번 메인스 모티브가 기행문이라 전개가 부실해 보이는 거임
2. 그렇기에 메인스에 드러난 현실이 감정선을 만드는 구조가 됨.
3. 거기에 배경인 브라질은 비극으로 가득한 곳이라 감정선이 완성될 수 있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