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는 내 주관적인 의견이고 정답도 아님
스스로 왜 엉성하게 느꼈는지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정돈해보려고 써봄
당연히 스포가 포함되어 있음
8장이 빌드업 스토리라는 건 알지만
똑같이 빌드업 스토리였던 5장과 6장에 비해도 만듦새가 너무나 엉성했다
어느 이야기에서든 인물은 행동을 하고 행동을 하는 데엔 응당한 이유가 있음
그러나 행동 원리가 자연스레 이해되는 것과 구태여 이해해야 하는 것 사이엔 큰 간극이 있다
흔히 전자를 잘 쓴 서사라고 부르고 후자를 못 쓴 서사라고 부름
이번 8장은 나에게 구태여 이해해 줘야 하는 이야기였기에 후자였다
안조날라가 버틴의 말 한마디에 감동받아서
'내가... 선택을 할 수 있다고?' 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리지만
그걸 보는 내 머릿속엔
'뭐임? 얘 왜 이렇게 감동받음?'
예시를 들자면 이건 본질적으로 중학생 정도 된 애가 취미로 쓴 로맨스 소설이랑 흡사함
1화에서 주인공이 전학을 오고, 2화에서 억울하게 괴롭힘받는 여자애와 괴롭히는 애들을 인지하고, 3화에선 괴롭히는 애들 전부 때려패서 여자애를 구해준 뒤
뺨 쓰다듬으면서 "애들이 널 따돌리도록 허락하지 마. 넌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 라고 말했을 때 여자애가 감동받아서 우는 장면의 유치함과 크게 다를 게 없음
요점은 이거임
주인공이 그 여자애한테 뭐 어떤 존재라고 벌써 그런 말을 함?
안조날라도 버틴이랑 뭐 아무것도 없음
튜즈데이 호텔에서 만나서 서로 오해하고 푼 사이
상파울루에 와서 먹을 거 건네주고 잠깐 동행한 사이임
심지어 안조날라는 버틴에게 자기에 관한 개인적인 어떤 이야기도 해준 적이 없음
그런 안조날라의 삶에 있어서 선택이 어느 정도의 무게를 지니는지 버틴이 뭘 알고 그런 말을 함
그리고 안조날라는 왜 또 설득당함ㅋㅋㅋ
유치한 오지랖이고 품격 떨어지는 행동임
이 장면이 더 자연스럽게 들렸으려면,
상응하는 빌드업이 있었어야 함
문제는 없었다는 거임
안조날라의 고통은 자신이 서큐버스라는 데에서 비롯됨
계약자에게 행동을 통제받고 지배받기 때문에, 그래서 수단이자 도구로 부려져 왔었기 때문에 생겨나는 슬픔과 고통임
하지만 그 고통이 과거에 어떤 결정적인 사건을 통해 안조날라의 마음속에 앙금으로 자리하게 됐는지,
이렇게 "네 선택이야."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감동받아서 엉엉 울 정도로 깊은 상처가 됐었는지에 관해선 짧은 설명도 빌드업도 없었음
심지어 안조날라는 독자에게 자신의 정보를 철저히 숨기는 캐릭터로 기능했었기 때문에 더더욱 없었음
그러므로 내가 여기서 안조날라가 슬퍼하고 아파하는 이유를 납득하려면
자유를 박탈당한 사람은 흔히 불행해지기 마련이라는 보편적인 상식을 거쳐야지만 가능해짐
달리 말하면 안조날라의 고통을 개인적인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단 건데,
이러면 이해는 할 수 있을지언정 공감은 할 수 없게 됨
이해와 공감은 닮은 듯하지만 아주 달라서 피드백되는 감정의 양상도 아주 다름
공감이 더 깊숙한 곳까지 뻗어나가는 감정이지만 이해는 단지 표층에 머무름
왜냐면 이해는 보편성에 호소하지만
공감은 내가 적어도 안조날라가 한 번쯤은 되어 봐야 생겨날 수 있는 감정이기 때문임
대표적으로 눈물 짜내는 신파가 이해의 범주에선 결코 성립될 수 없고
공감의 영역에 들어서야만 발휘되는 빌드업임
나에게 안조날라가 이해가 아닌 공감이 됐으려면
8장 스토리에서 안조날라가 자유의 부재로 받은 고통을 짧게라도 구체적으로 설명해줘야 했음
그 치명적인 사건이 일어났던 순간으로 날 데려가줬어야 했음
회상을 통해서든 고백을 통해서든
그 빌드업이 생략돼 버렸으니
안조날라가 상식 차원에서 이해해야 하는 존재로 격하됨
상식으로 이해한다는 건 그 캐릭터의 개별성이 지워진다는 뜻이고
그러면 캐릭터는 필연적으로 약화되게 되어 있음
똑같이
로페라가 가족에게 진정으로 받아들여진 적이 없었음을 깨닫고 죽은 동태 눈알이 될 정도로 절망한 이유도
이고르가 작중에서 밝히지 않은 모종의 이유로 재단을 통수쳐서 재건에 가입한 이유도
내겐 전부 피상적인 차원의 이해에서만 머물렀음
안조날라, 로페라, 이고르 전부 다 8장의 핵심 주역인데 이러니까 너무 아쉬움
이거까지 다 말하면 너무 길어질 것 같고
무슨 말인지 정리도 됐으니 스킵
전해야 할 정보가 많은데 분량은 제한돼 있다는 현실적인 고충은 이해한다만
그러면 이런 감정적인 장면은 일부러 없애는 정도의 연출 감각은 이번에도 발휘해 줬어야지
투자하지 않아도 될 곳에 분량 너무 할애했단 걸 많이 느낌
대표적으론 애꾸눈이 안조 날라한테 버틴을 죽이라고 명령하고 회유하고 유혹하던 장면
솔직히 그 장면에서 안조날라는 엉엉 울면서 통제를 못 벗어나고 버틴은 교살당해서 죽으려는 중요한 장면인데
언제 끝나지 하면서 지루해 했던 생각이 남
하지만 목졸리는 버틴이 너무 예뻐서 끝까지 대사 들으면서 봤다
그럼 다음에 더 좋은 스토리 기대함 ㅎㅎ
난 우리 블루포치 믿음
뒤져라 블루포치
2장에서 슈나이더 별 빌드업 없이 아군되던거 생각나더라 - dc App
맞아 ㅋㅋㅋㅋ 딱 그 생각 났었어 본문에 쓸까 하다가 관둠 그땐 초반부라서 갈팡질팡하는 느낌이 있어서 감안이 됐었나 싶기도 하고 한편 아페이론 섬에서의 플롯 포텐이 너무 터져서 기대치가 너무 높아진 것도 같음 5~7장은 정말 완벽 그잡채였다
빌드업을 두버전씩이나 해줬는데 안 봤나
다 봄. 근데 그건 빌드업이 아니지. 님은 빌드업의 개념이 뭔지 정확히 알 필요부터 있을듯 안조날라는 2.0버전 '질주 골든 시티로'에선 주인공의 시련이자 장애물로 기능하는 캐릭터였음 이때 안조날라는 자연재해랑 크게 다를 게 없음. 그냥 세계를 한바탕 휩쓸어서 주인공을 각성시키는 존재야. 어떤 캐릭터인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는 언급되지 않음 애당초 2.0은 조의 이야기였고 그리고 2.1버전 '유령의 도로'는 튜즈데이와 아르고스의 이야기였음 안조날라는 2.0에 비해 더 많은 분량을 받았지만 여전히 서사는 그녀의 행동 원리와 생각을 이해하고 공감할 기회를 주지 않음 그냥 무언가를 찾고 있다가 휘말려버린 엑스트라에 불과했음 그냥 홀연히 왔다가 홀연히 사라지는 캐릭터였지 그건 빌드업이 아님
주요등장 빌드업만 했지 설득관해선 도움되눈 내용이 이전엔 없었음 같은거 본건맞냐?
전부다 공감함. 내게는 삭일수기급 JOAT스토리였음. 2.0땨 스토리 너무 좋아서 와 리버스 요즘 폼미쳤네 했는데 기대한만큼 실망이 너무컸다 이고르고 로페라고 버틴이고 안조고 그저 스토리 전개상 요구되는 감정선에 맞춰서 움직이는 꼭두각시임 이해도공감도안되고.. 무슨 이야기를 쓰고싶었는진 알겠는데 설명도 한없이 불충분하고 전개가 유치하게까지느껴짐
시발 메인스가 삭일수기 따위랑 비교당한다니 이런 게 현실일 리가 없음;; 나도 삭일수기를 1순위 JOAT로 꼽는데, 그나마 8장이 연출이 메인스인 만큼 좋고 정성도 많이 들어갔고 캐디도 매력적으로 잘 뽑혀서 그렇지, 그 요인들 다 들어내고 철저히 플롯으로만 분석하면 삭일수기랑 크게 다를 게 없는 엉성함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봄 안조날라 파트 너무 유치했다ㄹㅇ
공감가네 그리고 2.0 이벤스 때 악역으로 나와서 어느정도 악행을 자질렀으니 설득력이 다른 캐들보다도 중요했던 것 같은데 그게 부족해서 더더욱이 아쉬웠음
그치ㅋㅋ 안 그래도 이젠 세탁 관련한 가타부타도 드문드문 나오는 것 같더라 안조날라는 2.1 유령의 도로 때 어물쩍 세탁기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 나긴 했었음 2.0 마지막에서 보여줬던 모습에 비하면 갑자기 애가 완전히 다른 캐릭터가 된 것 같더라 정말 살인에 회의감과 공포를 느끼는 애였다면 그걸 2.0에서부터 강조시켜 줬어야지, 그땐 이미지가 그야말로 살인광이었음 그러다가 2.1 와서 갑자기 '히이익...!! 사,사람이 죽었어!!' 갑자기 이러니까 속으로 뭐야 얘; 하는 반응이 나오지 아마 2.0 때 계획하고 있었던 안조날라의 역할이나 비중에 전면적인 수정이 가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합리적 의심 가져봄
자연스럽게 이해되는거랑 구태여 이해해줘야하는거 차이 ㅇㅈ 한정캐 만들어서 판다고 2.2 이전에 2버전이나 나오면서 분량 할애해가며 빌드업한건데 그 빌드업 실패, 캐릭터성 일관성 없음, 다른 캐릭터 분량 뺐김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