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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로 7장 다 보고 이제 8장 보기 시작한 뉴비임.
5장에서 7장의 스토리는 내가 봤던 모든 게임의 스토리 중에서 가장 감명 깊게 봤음. 그래서 끝난 김에 정리도 할 겸 간단한 감상평을 남기려고 갤에 들어왔음. 이거 쓰고 8장 달리려고.
5~7장의 스토리는 진리와 깊은 관계가 있음. 5장의 중심인 아페이론 학파는 진리를 탐구하는 조직이고, 6장과 7장의 스토리도 진리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린 것이니. 스토리에서 진리란 세상의 본질을 말함. 우리가 바라보는 모든 것은 “하늘에 있는 것의 모형과 그림자”일 뿐이고, 원본은 영적 세계이자 천국에 존재함. 현상 세계는 단지 잠깐 스쳐 지나가는 영적 세계의 편린일 뿐이지.
사실 아페이론 학파에서 말하고자 하는 진리는 아주 어려운 것은 아님. 우리도 종종 진리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지. 우리가 어떤 범죄를 마주한다면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함. 극악무도한 범죄자는 처벌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혹은 어떤 사람의 행위가 옳다고 여기기도 하지. 무언가에 대해 잘못되었다, 혹은 정당하다고 말하는 사회적 규범을 정의라고 부름. 정의는 진리와 크게 다를 바가 없음. 사람들의 모든 행위에 녹아있는 본질적인 무언가이지만 동시에 누구도 명확하게 알지 못하는 것이기도 함. 그저 자신의 생각에 따라 비추어진 상에 따라 말하고 행동할 뿐이지. 우리가 정의가 구현된 올바른 사회를 상상하는 것처럼 아페이론 학회도 모든 것의 본질에 도달하여 완벽한 상태에 도달하는 것을 꿈꾸고 있을 뿐임. 그저 그 결과가 나 자신의 구원이냐, 세상의 안정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그런데 보편적이고 절대적이며 선험적인 규칙, 정의가 실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혹은 세상의 모든 것들의 본질적인 형상, 진리를 찾을 수 있을까? 정의에 대한 수많은 철학자의 생각은 서로 다름. 겹치는 면 하나 찾을 수 없을 정도지. 누군가는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한 것이 정의라고 말하며, 어떤 사람은 누구 하나 고통받지 않는 것이 정의라고 말함. 아니면 모든 사람이 도리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 정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음. 세상의 사람들만큼 정의는 많음. 모든 규범의 근원인 정의가 수없이 많다면 정의는 사실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지. 진리 역시 마찬가지임. 세상의 아우르는 본질이란 존재할 수가 없음. 37은 진리를 증명하려던 꿈에서 깨었고, 섬을 둘러싼 마도술은 깨졌음. 마도술 애초에 진리 그 자체가 아닌 진리에 향한 사람들의 믿음에 기인한 것이었음. 중간에 등장한 자투리는 숫자와 이데아는 결국 상징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꼬집었음. 이 세상에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무언가는 존재하지 않음. 정의도 그러하고 우리가 가진 지식도 그러하지. 우리는 그저 그것이 절대적이라 믿음으로서 상징을 현실로 불러오는 기적을 행사했던 것임.
절대적이고 보편적이며, 선험적인 진리에 대한 부정은 근대 철학의 시발점과도 맞닿아 있음. “Cogito, ergo sum”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이 명제는 중세와 고대에 지배적이었던 절대적인 진리에 종말을 고하는 말이었음. 6이 말한 것처럼 고전적 인간에 대한 종말을 고한 것일 수도 있고. 세상에는 진리란 존재하지 않고 오직 나 자신의 실존만을 확인할 수 있음. 그로서 우리는 그 어떤 존재에도 의지할 수 없지만 진정으로 자유로운 사람이 된 것임. 루시와 호프만은 이니그마와 같은 것을 보았음. 37과 다른 학파 사람들 역시 같은 것을 본 건 마찬가지지. 그러나 루시와 호프만, 37은 눈앞에 놓인 암울한 운명을 거부하고 행동하기를 선택하였음. 호프만은 마커스와 함께 임무에 나섰으며, 루시는 자신의 몸에다가 실험을 주저하지 않았음. 세상이 혼란스럽고 암울하더라도, 자기 자신은 여기에 실존하고 있으며, 행동할 자유가 남아있으니까.
5장에서 7장에 이르는 스토리는 어쩌면 진리에서 출발하여 실존에 다다르는 여정이 아니었을까. 세상에서 투쟁하고 고통스러우며, 지옥과 같은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으나, 이 세상에 발 디딘 사람으로서, 동굴 저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와 상관없이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을 보듬어줄 수 있는 존재가 되어가는 여정 말이지.
이제 8장 하러가야지 ㅎㅎ
삼칠이가 좋아할법한 훌륭한 감상이네 - dc App
아주그냥 밥톨 하나까지 싹싹 긁어먹었네 ㅆㅅㅌ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