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은

날선 고양이처럼 노골적으로 이쪽을 째려보며

말도 섞기 싫다는 듯한 태도를 보여주는 윌로우

그저 여느 사람을 대하듯 친절하게, 그런 윌로우에게 인사하는 거지

매연 공해 조사차 나온 재단의 직원

윌로우에게 있어 나의 첫 인상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겠지만


재단 업무를 위해 런던 이곳 저곳을 쏘다니며

매일 한 번씩은 윌로우의 저택을 방문해야 해

업무 때문에 너무 오래 걸었더니 다리가 아프다던가

정원이 너무 예뻐서 잠시 한눈을 팔았다던가 하는

시답지 않은 이유를 대며 말이야

그러면 윌로우는 일순 불쾌하다는 표정을 내비치겠지

하지만 이 때가 중요해

포기하지 않고 천천히

마음의 거리를 좁혀 나가는 거야


언젠가는 플렌터 페이지라는, 작은 꼬마 아이를 만나 친해지기도 하겠지

순진무구한 아이답게 누군가에게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기 좋아하는 파타파타에게

파타파타의 취미라던가, 하루 일과라던가를 물어보는 거야

그러면 파타파타는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는 어른이 생겼다는 사실에 기뻐서

몇 번 거리에는 누가 산다던가, 어느 골목을 지나갈 때는 조심해야 한다던가 따위의

물어보지 않은 이야기들도 잔뜩 들려주겠지

그러다가 문득

전혀 중요하지 않은 화제를 꺼내는 것처럼

윌로우에 관해 물어보는 거야

그리고 파타파타는 여느 것들처럼

자신이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마녀에 관해 이야기하겠지

윌로우가 최근 달팽이들을 모으고 있다던가

윌로우의 정원에는 어떤 식인 식물과 크리터들이 살고 있다던가

그 크리터들이 밤에 잘 때에는 눈끈을 밟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던가


하루는

작은 선물을 준비해 보는 거야

파타파타로부터 윌로우가 홍차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두어 시간을 찻잎 가게에서 서성이며 고민 끝에 고른 잎과

파타파타가 맡긴 달팽이 항아리를 들고선

윌로우의 저택 문을 두드리는 거지

조심스럽게 문을 열며 문틈으로 얼굴을 비춰보이는 윌로우에게

드리고 싶은 게 있다며 준비한 선물을 건네는 거지

마치 부끄러움을 지우고 싶은 것처럼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는 식의, 능청스러운 말도 곁들이면서 말이지

그러면 윌로우는 귀찮음과, 약간의 당혹감이 섞인 목소리로

'무슨 이런 쓸데없는 걸...' 이라는 말을 하겠지만

말과는 달리 마녀님의 표정은 내심 기뻐보이는 걸


그렇게 하루 하루가 지나며

윌로우와 업무 이야기와 같은 소소한 잡담도 해 보고

파타파타 덕분에 윌로우의 집 안에 초대되어 함께 식사도 하며

반 년 정도 지났을까

윌로우에게 '귀찮은 손님이지만 있더라도 이상하지는 않은' 정도의 사람이 되었을 무렵

지금껏 구태여 물어보지 않았던

윌로우에 관한 것들에 대해 물어보는 거야

윌로우의 출생이라던가, 취미라던가

혹은 윌로우가 걸을 때 유독 한쪽 발을 저는 습관이라던가

이 화제가 나오자마자 윌로우의 표정은 갑자기 얼어붙기 시작해

무언가 말실수를 한 건가 싶어 급히 다른 화젯거리를 생각해보지만

윌로우는 지금까지의 대화를 없던 것으로 만들고 싶은 양

'나가' 라는 말과 함께

처음 본 그때와 같은 표정으로 이쪽을 째려보고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순순히 나가는 것 밖에


재단 업무 중에도

어떤 말이 그녀의 심기를 건드린 걸까

'나가'라는 말을 했을 때의 단호한 목소리와는 반대로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던 그녀가 계속 떠올라

잠시 바람을 쐬고자 런던 거리를 걷고 있는데

멀리서 날 알아 본 한 소녀가 바람을 일으키며 사뿐히 내려앉아

평소와 달리 잔뜩 들떠있는 표정으로

내가 무언가 물어볼 새도 없이

울루루 대회 예선전이 런던에서 개최한다는 소식을 알려주는 거지

그래서였던 건가

오늘따라 유독 거리의 시민들이 활기차 보였던 것도


업무가 끝나고 재단 건물을 나서며 바라본 하늘은

스모그가 심해졌음에도 확실히 저녁 때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불그스름해

벌써 해가 이 만큼이나 짧아진 것 같네

아까 전 파타파타가 건네 준 울루루 개최 포스터 한 장을 꺼내 들고

잠시 고민하다 곧장 찻잎 가게로 향하겠지

윌로우가 가장 좋아하는 찻잎을 사러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