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당황한 표정짓지 말아요. 언젠가 이런날이 올줄 어느정도는 예상했잖아요?'
투스페어리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그녀와 시선을 마주친 윌로우는 지금 자신이 납치당한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팔다리까지 결박당한 상태는 아니다.
괜히 위압감을 조성하는 투스페어리를 그냥 밀쳐버리고 이곳을 떠나버릴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고 그 사실이 윌로우의 몸을 굳게 만들었다.
저 러시아 교사 이름이 아마 빌라였던가.
윌로우는 두사람을 향해 원하는게 뭐냐고 물었으나 내심 상황을 어느정도 이해했던 탓에 목소리가 떨렸다.
그들은 교훈을 새기고자 했다.
'얼굴은 피할테니 최대한 움직이지 마세요.'
그렇게 말하는 투스페어리는 내심 아쉬운 눈치였다. 나중에 마도술로 회복시켜도 한번 뽑힌 영구치가 다시 자라나거나 하지는 않았기에 이빨을 건들수는 없었다.
윌로우는 저항의 기색은 보이지 않았으나 두려움에 반사적으로 몸을 떨었다.
먼저 움직인건 의외로 빌라쪽이었다. 그녀는 생각보다 훨씬 화난 상태였다. 아브구스트는 자신의 학생이었으니 말이다.
흥분한 그녀의 발길질이 조금 과격해지기 시작하자 투스페어리가 자제시켰다. 그녀는 빌라보다 이런일에 능숙했고 지켜야될 선을 미리 합의해둔 상태였다.
윌로우는 자신의 복부를 움켜쥐며 바닥을 기었다.
그 다음은 투스페어리의 차례였다.
이번일은 전적으로 빌라의 부탁에 따라 협조한 것이지만 그녀는 방관자 보다는 공범이 되기를 자처했다.
이윽고 성인 남성도 견디지 못할 고통이 엄습했다.
울루루 대회를 준비하며 뼈를 깎는 수련으로 단련이된 윌로우 조차 이런 종류의 괴로움에는 결코 익숙하지 않았다.
틈을 주지않고 교대하는 두가지 형태의 폭력이 한동안 반복되었다.
어느덧 패턴이 단조로워지자 투스페어리는 한차례 변조를 가하기로 했다.
윌로우의 다리에 손을 대고는 의족을 풀기 시작했다.
'안..돼... 하지..마....'
그동안 줄곧 비명만 지르던 윌로우가 처음으로 신음하며 말했다.
'제..발...'
다른 사람이 자신의 의족에 손을대는 것만큼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투스페어리는 윌로우가 처량한 얼굴로 간청하자 우선 빌라를 올려다 보았다.
결정은 전적으로 빌라에게 달렸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투스페어리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냥 벗겨요.
대답을 들은 투스페어리는 다시 손을 움직였다.
철커덕.
윌로우의 한쪽 다리가 가벼워졌다. 그녀는 얼굴을 바닥에 파묻고 작게 흐느꼈다.
투스페어리는 무게감 있는 의족을 양손에 들었다. 그리고 이를 빌라에게 건냈다.
'지금부터는 이걸 사용하세요.'
그녀의 지도에 따라 빌라는 다시 감정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의족을 패대기치듯 신체를 연신 내리쳤다.
윌로우는 절망스런 감정에 짓눌렸다.
지금 심정에 비할 것은 폭발로 인해 의식을 잃고 병원에서 깨어난 그 순간뿐일 것이다.
잊고 싶던 과거를 다시한번 생생히 되새기던 그녀는 어느새 일을 마치고 통에서 이빨요정을 꺼내던 투스페어리를 바라보았다.
'내... 의족은...?'
투스페어리는 다시 한번 고개를 들었다. 아마 빌라를 바라보는 것이리라.
이번에는 빌라가 직접 입을 열었다.
'당신의 약속을 들어야겠어요.'
'....앞으로 다시는...아이들을 울리지 않을게...상냥하게 대할게....'
짝짝.
빌라는 박수를 두번치며 회복 마도술을 시전했다.
'의족은 이미 끼워두었어요. 이제 상처를 회복시킬테니 한숨 주무세요.'
몸 곳곳의 멍과 타박상이 아물어갔다. 고통이 사라질수록 의식은 희미해진다.
마지막 순간 투스페어리의 손끝에서 버둥거리는 이빨요정이 보였다. 팔다리를 마구 휘젓는 미물은 처절하게 저항했으나 속절없이 시선 아래로 사라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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