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틴은 안조 날라를 자신의 방으로 호출했다. 
최근 가방 안에서 일어난 이상 현상에 대해 묻기 위해서였다.

타임키퍼와 친밀한 동료들의 꿈에 그녀를 닮은 사람이 나타났고, 
그들 모두 하나같이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꿈 속에서 당신을 봤다는 증언이 많아요."

안조 날라는 대접받은 홍차를 홀짝이며 아무것도 모르는 무해한 미소를 지었다.

"마스터도 알잖아. 내가 얼마나 얌전히 지냈는데..."

거짓말은 아니었다. 서큐버스의 매력 덕분일까, 그녀는 가방 속 동료들과 꽤 잘 어울렸다. 아르고스와 J가 그녀를 볼 때마다 무기를 꺼내들고 죽일 듯이 노려보는 것 외에는 대체로 평화로웠다.

"마스터, 나 의심하는 거야?"

아까의 여유로움은 어디 가고, 순식간에 태도를 바꾼 날라는 꼬리를 축 늘어트리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시무룩한 눈망울로 버틴을 올려다보았다. 

매번 곤란할 때마다 이런 식으로 빠져나갔을 것이 분명할 정도로 노골적이었다. 그럼에도 본능적으로 동정심과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모습에, 산전수전 다 겪은 타임키퍼도 주춤했다. 

서큐버스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죄 없는 순한 양을 겁박하는 입장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한번 흔들린 이상 주도권을 되찾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버틴은 어쩔 수 없이 한 걸음 물러섰다.

"...착각했나 보네요, 미안해요."
"흐응, 그러면 부탁 하나 들어줘. 날 의심한 벌이야."

안조 날라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그녀가 특유의 눈웃음을 지어 보일 때마다, 버틴의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한 미소와 함께.





*

"뿔 긁어줘, 얼른."

날라는 대뜸 버틴을 끌어다가 침대에 앉히고, 다리를 배게 삼아 눕고는 조르기 시작했다. 달리 빠져나갈 방법이 없어진 버틴은 하는 수 없이 요구에 응했다.

날라는 버틴의 품 속에서 바르작대며 만족스러운 듯 가르랑거렸다. 그 모습은 흡사 카벙클을 떠올리게 했다. 온순하고 푹신하지만, 아주 날카로운 이빨을 숨긴 카벙클.

뿔에 손길이 닿을 때마다 꼬리 끝이 붉은 기운으로 일렁였다. 
날라는 얼굴을 붉히며 슬그머니 꼬리를 허벅지 안쪽으로 말아 넣었다.

"으응, 너무 쳐다보진 말고… 꼬리도 좀 긁어 줄래?"

버틴은 홀린 듯이 살랑살랑 흔들리는 꼬리를 꽉 붙잡았다. 
루살카로 변한 빌라의 꼬리처럼 미끈한 비늘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말랑하고, 끈적하며, 뜨거웠다. 

"하으으… 읏, 으."

날라는 갸냘픈 신음을 흘리면서 연신 허리를 움찔거렸다. 

방을 짙게 메운 매혹적인 향기는ー화학적 반응이 더 알맞을지 모르겠으나ー버틴이 수많은 전투를 겪으며 경험했던 고통과는 달랐다. 오히려 기분 좋은 쪽에 더 가까웠다.

하지만 시야가 흐려지고, 호흡이 가빠지고, 온 몸에 열감이 더해지는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이해하기엔 너무 어린 것일지도 몰랐다.

버틴은 그녀에게서 벗어나 창가 쪽으로 향하려 했다. 하지만 손목에 단단히 얽힌 꼬리에 행동을 봉쇄당했다. 날라는 히죽 웃으며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어림도 없다는 뜻이었다.

"다 마스터가 자초한 일이야. 가방 속 누구에게나 친절하잖아. 
그게 얼마나 무책임한 건지 알려나 몰라…"

날라는 송곳니를 드러내며, 천천히, 번뜩이는 눈빛으로, 버틴의 새하얀 귀를 입안 가득 품고 살며시 깨물었다. 앗ー, 버틴이 몸을 파르르 떨며 조그맣게 신음했다.

"그리고… 이렇게나 귀여운걸."

그녀는 바들거리는 두 손으로 천천히 버틴을 쓰다듬었다. 살짝 눈물이 맺힌 그녀의 순수하리만치 맑고 깊은 눈동자를, 끈적한 쾌락으로 물들이는 순간을 견딜 수 없이 맛보고 싶어졌다. 

정말 죄 많은 얼굴이구나. 날라는 그렇게 생각하며 입맛을 다셨다. 혹시라도 이 가녀린 소녀를 망가트리지 않을까 저울질하던 마지막 방어선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서큐버스는 천천히 입술을 핥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그러니까, 마스터가 잘못한 거야. 알겠지?"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되는 고농도의 달콤한 향기가 후각 기관을 잠식했다. 날라의 압도적인 완력에 밀린 버틴은 그대로 힘에 눌려 침대에 풀썩 쓰러졌다. 

"하윽…"

붉게 일렁이는 꼬리가 버틴의 옆구리를 천천히 감싸며 죄어 왔다. 
꼬리가 파고들며 폐를 압박하자 짧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사냥감의 가장 민감한 약점의 통제권을 가져와야만, 자기 마음대로 다루는데 가장 저항이 적다ー오랜 세월 수많은 이들을 유혹하며 몸에 각인된 서큐버스의 본능과도 같았다.

그녀는 손끝으로 버틴의 목덜미를 살며시 훑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손톱이 스칠 때마다 느껴지는 소녀의 움찔거림이, 허리를 옭아맨 꼬리를 타고 온 몸을 찌릿하게 자극했다.

서큐버스의 손톱을 막기엔 너무 연약했는지, 목덜미에 2센치미터 가량 긁힌 자국에 미량의 피가 송골송골 맺혔다. 날라는 히죽 웃으며 상처를 입에 머금고, 츗- , 츄읍- , 소리를 내며 빨아내기 시작했다.

"앗, 으우, 읏."

저항을 완전히 봉쇄당한 버틴은, 무력하게 서큐버스의 품 속에서 바르작거리며 안타까운 음성어만 내뱉을 뿐이었다.

날라는 교태에 겨운 호흡을 간신히 유지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아주 조금만이라도 타임키퍼를 맛보고 싶다는 욕망이 시럽처럼 끈적하게 흘러내렸다. 

"아으응, 크르르르...."

날카롭게 세운 송곳니 사이로 낮게 그르렁대는 짐승의 울음소리를 마지막으로 타임키퍼의 방문이 달칵 잠기었다.










예전에 썼던건데... 릾갤에는 안올렸었음
맘에들면 뒷내용도써올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