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스가 4장 쳅터 이름도 그렇고 특히 이번 챕터가 보르헤스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을 알 수 있음.
그 중 이번에 등장하는 알레프의 포스터를 봤었는데, 딱 보자마자 '아 이거 보르헤스 그건데' 싶더라.
기다리면 누가 쓸 것 같았는데 딱히 언급이 없어서 한 번 써봄.
들어가기에 앞서 나는 2.6 스토리를 모르고, 보르헤스를 잘 아는 편도 아니여서 오류가 있을 수 있음. 나중에 잘 아는 분이 제대로 분석해주면 좋을듯.
(알레프 PV 첫문장과 약간의 모티브 책 내용이 들어가 있음.)
캐릭터 알레프의 모티브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보르헤스의 소설 '알레프'도 있지만, 캐릭터 특징을 보면 그의 책 '픽션들'에 수록된 단편 중 하나인 '기억의 천재 푸네스'의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음. (개인적으로는 모르는 상태에서 책을 읽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해서 글을 더 안읽는게 좋을지도.)
알레프 포스터의 일부를 보면 그는 모든 글자, 입자, 벽의 묻은 오염까지 감지할 수 있게 되었음. 그런데 왜 간단한 기호와 개념을 이해할 수 없었다는 걸까?
그 이유가 그 책에 나옴.
아래 문장은 '기억의 천재 푸네스'의 시작 부분임. (본문은 인터넷에서 대충 긁어온거라 지금 번역본이랑 다를 수 있음.)
나는 손의 거무스레한 시계풀을 들고있는 그를 기억한다. (내게는 이 성스러운 동사를 말할 자격이 없다. 이 세상에서 오직 한 사람에게만 그럴 자격이 있었는데 그는 이미 죽었다.)
그리고 알레프 PV 처음에 나오는 독백임. 대충 번역하면 '나는 기억한다. 아마도 나는 이 세상에서 그럴(기억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일 것이다.' 정도임.
시작부터 이 책을 오마주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음.
푸네스는 모종의 이유로 자기가 본 것을 완전히 기억하게 되어버림.
그러나 그는 이를 대가로 일반화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됨.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에게는 일반적인 사고, 즉 플라톤적인 사고를 할 능력이 실질적으로는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개'라는 상징이 형태와 크기가 상이한 서로 다른 개체들을 포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으며, 또한 3시 14분에 측면에서 보았던 개가 3시 15분에 정면에서 보았던 개와 동일한 이름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곤 했다. -본문 중-
푸네스는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게 되니, 우리가 같은 물체라고 생각하는 것들도 그가 보기에는 매 순간 다른 모습으로 보여지기에 다른 물체로 인식되게 되는 것임.
거칠게(틀릴 수도 있는) 비유를 들어보자. '나무'라는 개념이 있음. 이것에는 소나무도 바오밥나무도 속할 수 있음. 소나무는 잎이 매우 뾰족함. 그런데 모든 나무의 잎이 다 뾰족할까? 그건 아님. 이렇듯 개별적인 것들을 포괄하는 어떤 개념은 그 개별자의 모든 특징을 다 가지진 않음.
소나무도 바오밥나무도 나무에 속하지만 둘이 다른 것처럼,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소나무들도 살펴보면 인간의 지문처럼 모양이 조금씩 달라 같은 소나무는 단 한 그루도 없을 것임. 심지어 그 개별 소나무들도 우리가 보는 각도, 햇빛, 바람에 따라 매순간 우리에게 보여지는 모습이 변함.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개별 소나무를 소나무로 인식하고, 소나무와 바오밥나무를 나무로 인식할까?
여기서 우리는 일반화, 추상화, 개념화한다는 것이 세세한 것들, 사소한 것들을 포함시키지 않는 것을 생각할 수 있음. 그런데 푸네스는 그 끊임없이 변화하는 나무의 잎모양, 껍질, 가지 등 모든 것(세세하고 사소한 것)들을 전부 기억하는 사람임. 그렇기에 그는 일반화를 할 수가 없는 사람이 되어버림.
하지만 나는 그가 사고하는 데는 그리 훌륭한 능력의 소유자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해 본다. 사고라는 것은 차이점을 잊는 것이다. 그것은 일반화하고 추상화하는 것이다. 푸네스의 비옥한 세계에는 상세한 것들, 즉 곧바로 느낄 수 있는 세세한 것만 존재했다.
알레프가 간단한 기호와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게 된 것은 이런 푸네스를 오마주 한 것으로 보임. 자세히는 스토리를 봐야겠지만.
나머지는 직접 읽어보는 걸 추천함. 그리 길지도 않음.
보르헤스의 책은 이런 특이한 상상들로 이루어짐. 존재하지 않는 소설에 대한 주석이라던가, 사실만을 담고 있어야할 백과사전에 등장하는 가상의 행성,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이 사실은 복권(일종의 제비뽑기)에 의한 것이었다면?
그의 소설은 어려운 편이고, 나도 그의 책을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지만, 볼 때마다 경탄을 자아내는 책임.
리버스가 지난번에 책 콜라보 한 것도 그렇고, 다른 여러 서적들도 인용을 많이 하는편이라, 이번 기회에 독서와 친해져보는 것은 어떨까?
순간순간 모든 순간을 다 기억한다면 레콜레타가 10초동안 알레프에게로 걸어오면 그에게는 몇명의 레콜레타가 걸어오는걸로 느끼는지 궁금하다 진짜 머리 쥰내준내 아플듯
속으론 움직이지 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할듯 ㅋㅋ
유튭에서 저 일반화 관련된 영상 본거같네 근데 모든걸 기억하면서 일반화나 범주화가 안 되는데 제정신 유지가 가능한가? 저렇게되면 정보량이 엄청날거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