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녀 까까졸데가 급격하게 마려워서 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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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면, 선원 매듭보다 쉬워요.”
카카니아가 침착한 손놀림으로 밧줄을 꼬아서 매듭을 만들어 보였다.
유화 물감처럼 변해가는 풍경 속에서, 불안한 얼굴을 한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다.
카카니아는 습관처럼 친절한, 그리고 침착한 미소를 지었다. 적어도 그녀의 불안정한 환자들에게는 효과가 있었으니까, 주위를 둘러싼 이 한 줌의 사람들에게도 부디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그녀가 완성한 매듭에서는 빛이 났다. 정확한 원리는 모르겠지만, 성공했다. 그녀는 그 사실에 희망을 느꼈다.
그건 생존을 확신했기 때문이 아니다. 자신의 성공을 확인한 군중들의 얼굴에, 마찬가지로 희망이 깃들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매듭 빛나는 매듭을 들어올리며, 화색을 띈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한 줌의 먼지가 되어 바스러져 가는, 주변의 풍경을 확인했다.
“아…….”
조금 전까지 곁에 있던 사람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사람을 불러모으던, 그녀의 동료—일리치조차도.
체념, 그리고 납득.
카카니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또다시 주변 사람들을 구하는 데 실패했다.
빈의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됐을까.
카카니아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소중한 환자, 아니, 소중한 친구에게 상처를 입혀 가면서 알아낸 정보는, 분명히 재단을 통해 전해졌다.
그게, 조금이나마 사람들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됐을 거라고……
그렇게 믿고 싶었다.
카카니아의 눈에 자신의 옷 한쪽에 매단 브로치가 들어왔다.
터콰이즈와 토파즈로 장식된 아름다운 브로치
자신이 배신해버린, 소중한 친구의 마지막 선물.
쿠구궁…….
멀리서, 천둥이 내리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세상의 모든 것이 태고의 먼지로 돌아가는 것만 같았다. 빛나는 매듭에 보호를 받는 자신만이, 이 거리에서 멀쩡한 유일한 존재였다.
카카니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빛나는 매듭을 쥐었다.
혼자 살아남으면, 그게 무슨 소용이지?
모양이 흐트러진 매듭이, 빛을 약간 잃었다.
만약, 만약에 이 매듭을 풀어 버리면.
자신은 죽게 되는 걸까.
그녀는 스스로의 심리가 위험한 상태라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참혹한 사건을 겪은 사람에게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우울—외상 증상.
더 이상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로 활동할 수 없게 될지도 몰랐다. 치료가 필요한 건 다름아닌 자신이니까.
하지만 이 모든 게 다 무슨 소용일까.
지독한 체념이 카카니아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그녀는 매듭을 움켜쥐고—
조금 잡아당겼다.
매듭의 빛이 꺼질 듯이 희미해졌다.
[선생님.]
그 순간에.
빈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배우가 친근하게 그녀를 불렀다.
이졸데.
분명히 환청이었다. 카카니아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졸데가.
이 손쓸 수 없는 재난 속에서도, 그녀가 살아남는다면.
카카니아는 희미하게 점멸하는 매듭을 바라보았다. 주변 사람들을 구하지 못하고, 오직 카카니아 자신만을 구원한 매듭이었다.
그 매듭을 만들기 위해, 했던 짓을 카카니아는 기억했다.
[이 그림을 봐요! 이 거울을 보라고요, 이졸데!]
[재건의 손 수장이 당신에게 뭘 보여준 거죠?! '구원의 길'은 정확히 무엇인가요?! 주술인가요? 읊어내는 주문인가요?]
[그걸 유일하게 아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야!]
자신에게 도움을 바랐던, '구원'을 바랐던 친구의 마음.
그걸 가장 참혹하게 짓밟은 건.
[저에게 최면을 쓴다고요? 하하하... 당신이... 누구보다 최면을 혐오하는 선생님이, 그것 때문에 결투까지 불사한 클라라 당신이, 저한테 최면을 쓰겠다고요...?!]
[제가 정신 나간, 이성 잃은 여자라서...? 악독하고 더러운, 말이 안 통하는 마녀이기 때문인가요...?]
[저한테 왜, 왜.......]
나는, 나는.......
그 순간에 카카니아의 눈빛에 깃든 건, 괴로움과 의지였다.
이대로 모든 것을 포기해버린다면. 친구의 마음은 깨져버린 거울처럼 산산조각 난 채, 영원히 제 모습을 찾지 못할 테니까.
쿠구궁!
번개가 내리치는 듯한 소리.
매듭의 빛이 꺼질 것처럼 깜빡였다.
그리고 유화 물감으로 이루어진 폭풍우가.
카카니아의 정신을 까맣게 물들였다.
그녀의 가슴에 단 브로치만이 희미하게 빛났다.
*
삐— 하는 이명 소리.
그녀는 눈을 깜빡였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밝은 빛이 적응이 되질 않았다.
“클라라? 내 말 듣고 있어? ……조심해!”
현기증 때문에 그녀—클라라가 비틀거리자 누군가가 그녀의 몸을 부축해왔다.
“부랑자들이랑 어울리지 말라는 아버지의 말씀이 그렇게 충격적이었던 거야?”
그녀가 쓰러지지 않게 잡아준 사람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익숙하면서도, 어딘가 낯선, 소년의 목소리.
“……앨버드?”
오빠의 이름을 부르며, 클라라는 점차 기억이 되살아났다. 자신을 부축하고 있는 소년의 두 팔을 보면서 위화감을 느끼긴 했지만.
클라라는 상류층과 어울리고 싶어하는 아버지에게, 더 이상 옛날 친구들과 어울리지 말라며 혼난 참이었다.
“부랑자라고 부르지 마. 앨버드.”
“아니, 네 친구를 두고 그렇게 이야기 한 게 아니라…….”
앨버드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클라라는 이제 구두닦이가 된 자신의 친구를 두고 ‘부랑자’ 운운하는 오빠가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을 부축해준 사람에게 계속 인상을 찌푸릴 만큼 클라라 윙글러는 모질지 못했다. 게다가 한쪽 팔을 축 늘어뜨리지 않은 오빠의 모습에 왠지 기쁜 감상이 들어서…….
지끈,
현기증에 클라라는 다시 머리를 짚었다. 시야가 평소보다 낮은 느낌인 건, 지금 몸 상태가 안 좋기 때문일까.
그가 걱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몸이 안 좋으면 들어가서 쉬는 게 좋겠어.”
“……괜찮아, 조금 산책을 하면 나아질 것 같아. 내가 튼튼한 거 잘 알잖아. 앨버드.”
클라라는 오빠의 친절을 거절했다. 가슴이 답답해서, 바깥 바람을 쐬어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 대신 저녁에는 너무 늦지 마. 아버지가 반항하는 줄 알 거야.”
“…….”
클라라는 대답을 망설였다. 아버지에 대한 억하심정이, 아주 해묵은 감정처럼 느껴지는 탓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알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날 봐서라도 그렇게 해줘, 응? 클라라.”
그랬다. 그녀의 오빠는 매번 아버지의 눈치를 보면서도 그녀를 좋게 타이르려고 했었다.
클라라는 눈앞의 소년에게 알 수 없는 그리움과 향수를 느꼈다. 울컥한 탓에 말문이 막힌 클라라가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앨버드는 놀란 표정을 짓다가 곧 웃음으로 바뀌었다.
“왠일로 고분고분하네.”
유약한 소년의 미소에 클라라는 고개를 돌렸다. 딱히 오빠의 말에 따르려는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몸을 돌려서 클라라는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그나저나, 그 브로치.”
“브로치?”
클라라가 발걸음을 멈췄다. 순간 오빠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옷에 단 거 말이야. 그건 아버지가 좋아하실 것 같으니까, 저녁에도 차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머쓱하다는 듯한 목소리에 클라라는 대답할 수 없었다.
스스로의 옷을 내려다보면, 오빠의 말대로 한눈에 보기에도 고급품인 브로치가 가슴 한 쪽에 매달려 있었다.
[선생님.]
“?”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아름다운 목소리.
동시에 가슴이 미어질 듯이 아파왔다.
“정말 괜찮은 거 맞지?”
걱정하는 앨버드의 목소리에 대충 손짓하며, 그녀는 자리에서 벗어났다.
바람을 쐬면 이 이상한 기분이 사라질 것만 같았다.
*
“이상해. 훔친 건 아닐 텐데…….”
그녀는 손에 들고 있는 브로치의 정체를 고민하며 걷고 있었다. 그녀의 예상대로, 링슈트라세 거리를 조금 걷자 왠지 모를 싱숭생숭한 마음이 금세 날아갔다.
거리는 활기로 가득했다. 이름 모를 신사와 숙녀들이 입을 가리고선 깔깔 웃어댔고, 다음에 열릴 전시회와 무대에 대한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익숙한 거리의 풍경에, 왠지 모를 정도로 클라라의 기분이 좋아졌다.
계속 이렇게 활기차고, 평화로운 거리로 남아준다면 기쁠 것 같았다.
“다만 이게 문제란 말이지.”
클라라는 찜찜하다는 듯 브로치를 바라봤다.
기억에 없는 물건이었다. 아버지의 바람과는 달리, 이런 고급품을 턱턱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윙글러 가문이 상류층이 된 건 아니었다.
다만 오빠가 훔쳤을 가능성을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도 이해가 갔다. 그 브로치는 뭐랄까. 클라라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평소 자신의 스타일에 어울리는 물건이었다. 누군가가 그녀에게 생일 선물 같은 것으로 주었다면, 이런 액세서리에 다른 여자들 이상의 관심이 없는 클라라라도 대번에 환한 미소를 지었을 터였다.
아마 앨버드는 정교하게 만든 모조품 정도로 생각한 게 아닐까 싶었다. 실제로도 모조품인지도 모르고.
고민하던 카카니아는, 이내 생긴 물건을 잘 써먹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일단 사용하고 있다가, 만약에 주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돌려주면 되겠지.
클라라는 평소처럼 생각했다. 그녀는 양심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면, 담을 넘는다거나 창문 밖으로 도망가는 정도의 ‘융통성’은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성격이었다.
판단을 마친 클라라는 가슴 한 쪽에 다시 브로치를 매달았다. 그리고 눈앞의 낯선 거리를 바라보았다.
“어라라, 여기는…….”
클라라가 팔짱을 꼈다. 이곳은 링슈트라세에서도 유력 귀족이나 가문의 저택이 즐비한 고급 주택가다. 윙글러 가문의 당주인 아버지도 이 곳에 집을 마련하고 싶어했지만, 이제야 중산 계급의 면모를 갖춘 ‘거울 상인 윙글러’에게는 다소 버거운 동네였다.
평소에는 이런 곳에 잘 오지 않지만, 가슴에 매단 브로치 때문에 자신감이 생긴 클라라는 당당하게 주택가를 거닐었다.
자신이라고 딱히 상류층 문화가 싫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원래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들을 그만 만나라는 식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을 뿐이다. 어린 클라라가 생각하기에도 그건 오히려 자격지심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진짜’ 지체높은 가문의 아가씨라면 오히려 그런 것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게 아닐까.
쇠창살 대문 너머로 보이는, 저 하얀 드레스를 입은 아가씨처럼.
“…….”
클라라는 걸음을 멈췄다.
흰 색의 드레스를 입고, 창백하리만치 하얀 피부를 가진 소녀가 토끼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
검은색 머릿결은 윤이 났다. 반듯한 몸가짐은 소녀의 가련한 모습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저는 무리인 것 같아요. 아버지.’
만약 그녀가 요구받는 게 저런 아가씨라면, 지금도 종종 아버지가 싫어마지않는 어릴 적 친구들과 거리를 쏘다니는 클라라에게는 너무 과도한 요구인 셈이었다.
클라라는 자신은 평생 저런 아가씨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걸 한번에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아버지의 마음이 아주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그림같이 가녀린 소녀가, 토끼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
이런 광경을 지켜보는 건, 누구에게나 즐거운 일이었으니까.
‘음, 그런데 좀 갑갑해 보이네.’
하얀 아가씨를 한참 관찰하던 클라라가 생각했다.
쇠창살로 이뤄진 대문 탓일까. 소녀의 얼굴엔 웃음기가 없었고, 어딘가 지쳐 보였다. 병약한 탓인지 안색도 파리해보이기까지 했다.
그때.
“어?”
토끼에게 먹이를 주던 소녀가 일어나면서 몸을 비틀거렸다. 병약한 안색 탓에,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보였다.
카카니아는 고민조차 하지 않았다.
그녀는 오랫동안 다져진 날렵한 몸놀림으로 가볍게 쇠창살 대문을 뛰어넘었고, 소녀 앞에 당도했다.
“괜찮아요 아가씨?”
카카니아는 부드럽게 소녀의 몸을 부축했다. 자신과 키 차이는 얼마 나지 않을 텐데, 놀라울 정도로 몸이 가벼웠다.
“식사는 제대로 하시고 계신 거죠? 너무 가벼워서 인형을 부축한 줄 알았지 뭐예요.”
“…….”
어안이 벙벙해진 소녀는 입을 조금 벌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혹시 말을 못 하신다거나?”
상대에게서 아무런 대답이 없자 머쓱해진 카카니아가 말했다. 하지만 비현실적으로 가냘픈 소녀는 여전히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다만 소녀는, 미소지은 카카니아의 모습을 멍하게 바라보다가—
그녀의 가슴에 매달린, 브로치 쪽으로 눈길을 옮겼다.
“……당신은,”
“아, 수상한 사람은 아니예요. 제 이름은 클라라 윙글러예요. 이 근처 저택의 주민은 아니지만, 링슈트라세에 집이 있어요. 그리고 대문을 뛰어넘어 온 건 병약한 아가씨가 넘어질 것 같아서예요. 나쁜 짓을 하려는 게 아니라요.”
다소 빠른 어조로 변명을 늘어놓은 카카니아에게, 소녀가 피식 웃었다.
기나긴 겨울을 지나, 한 떨기 꽃이 피는 듯한 가련한 미소.
다소 넋을 잃은 카카니아에게.
다시 소녀가 입을 열었다.
“당신은 혹시…….”
“네, 네”
“도둑, 이신가요?”
소녀의 목소리는 침착했다. 하지만 뜻밖의 질문을 들은 클라라의 몸이 굳었다.
소녀의 시선이, 명백히 그녀가 한 브로치 쪽을 향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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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쓸가
저도 유녀의 북극녹이기 아주 좋아해요... - dc App
제발 더 써줘
시감여향인가
와 이 둘 어릴때 이야기 보고싶었는데 더 써주라 제발
당장 다음편을 부디 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