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문과라 그런지 숫자섬때보다 이해도 잘 되고 마음도 편안했음.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고, 전체적으로 1.4와 대비되는 점이 인상 깊었음. 

1.4는 숫자에 미친 사람들의 이야기였음. 그리고 2.6은 문학에 미친 사람들이 나옴. 또 1.4에서 섬사람들은 자신의 의지로 섬에 있고 원한다면 얼마든지 떠날 수 있지만, 스스로를 "동굴 속의 죄수" 라고 부름. 반면 2.6은 배경이 감옥이고 그들 스스로가 진정한 의미의 '죄수' 이지만, 정작 자신들은 문학 토론을 벌이며 나름대로의 규칙을 가지고 편안하게 살고 있음.

사실 더 자세히 말할 수 있지만 더 말하면 스포니까 나중에 스포 후기도 적을 예정임. 그러니까 내가 하고싶은 말은 1.4와 대비되는듯 하면서도 공통점도 많은, 마치 체스판의 흑과 백처럼 대립되면서도 서로 하나인 그런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는거임. ..적어놓고보니 레콜레타처럼 장황하게 말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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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실험에 대해 알고있음? 일반인 수십 명을 모아, 한쪽은 "죄수", 한쪽은 "교도관"으로 나누어 진행한 한 사회실험 이야기. 참가자들은 실험자인 교수로부터 부여받은 자신의 역할에 심취해, 자신의 본질을 잃고 실험에 과하게 몰입하여 결국 실험이 오래 가지 못했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어본적 있을거임. 뭐, 결과가 조작이라는 이야기도 있긴 하지만 난 2.6을 보면서 이런 이야기가 떠올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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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기법중 익명화에 대해서 알고 있음? 이야기의 등장인물에는 대부분 이름이 있지만, 작가가 의도적으로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일반명사나 별명등으로만 인물을 서술하는 경우가 있음.

 먼저 대부분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살펴 보아야 함. 물론 이름이라는건 객체를 구별하는데에 그 의미가 있겠지만, 문학적으로 보면 등장인물을 더 생생하게 만들고, 독자로 하여금 인물에 더 몰입하게 만들 수 있음. 그리고 앞선 실험에서 봤듯이 이름은, 그 사람의 본질을 흔들고 새로운 사명을 부여할 힘을 가지고 있기도 함.

 이 장점을 뒤집는게 익명화의 장점임. 먼저, 인물을 일반명사로만 묘사하는 경우, 등장인물과 독자에게 거리감을 주고 인물에게 새로운 본질을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독자가 그들을 더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줌. 만약 인물을 직업으로만 나타낸다면, 독자에게 가는 정보를 의도적으로 차단함과 동시에 인물의 단편적 모습만 보여주면서 이야기의 흐름과 인물 자체에 대한 독자의 판단을 작가가 조종하기 쉬워짐.

 별명 등으로 인물을 표현하는 경우도 있음. 이는 조금 더 다양한 효과를 가져오는데, '샬롯 오하간' 대신 '윌로우' 라는 별명을 쓰면 해당 등장인물에 대한 다른 등장인물의 평가가, '리버티'라는 이름 대신 '플러터페이지' 별명을 쓰면 그 안에 담긴 모험이 해당 인물의 본질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의미하게 됨. 또, 조슈아 대신 '호러피디아'라는 별명을 씀으로써 타인에게 보여질 자신의 모습을 바꿀 수도 있고. 원래의 이름은 알려주지도 않고 "투스 페어리"라는 이름만 사용하는것도 비슷한 관점에서 볼 수 있긴한데, 이건 기존에 부여받은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스스로 자신에게 이름을 부여하여, 조금 더 능동적인 새 출발을 하는것을 말함.

이런 의미에서 숫자섬의 인물들이 서로를 숫자로 부르는 것은 꽤 특별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음. 숫자는 그들의 본질을 나타내지만, 익명화의 관점에서 보면 그들의 본질을 가리는 행위임. 숫자섬의 사람들은 숫자가 더 명확한 본질을 담고 있다고 말하지만, "6"과 "아티커스" 중 무엇이 더 그 본질에 가까운지 생각해보면 그들의 말은 그다지 신빙성이 없음. 물론 숫자로 나타내는 법도 인물의 본질을 놀라울정도로 꿰뚫긴 하니까(버틴의 0처럼) 100퍼센트 틀린건 또 아니긴 함.

..이야기가 너무 길어져버렸네. '이름'의 문학적 효과와 철학적 논쟁은 유명하니 관심이 있다면 직접 찾아보는것도 유용할거임.